[청년 D집다] 기후위기가 우리 식탁을 위협한다

입력 : 2020-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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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부여에 사는 김록야씨는 봄에는 감자, 가을엔 콩을 심어온 20년차 베테랑 농부다. 올해는 두 작물의 수확량이 평년보다 50% 줄었다. 이상기후 때문이다. 파종 시기에 냉해로 감자 싹이 얼어 생육이 늦어졌고, 5월엔 30℃가 넘는 이상고온으로 감자의 생육이 멈췄다. 6월에 이어진 폭우로 수확이 늦어지면서 많은 양의 감자가 땅속에서 썩었다.

가을 수확을 앞둔 콩농사도 걱정이다. 7월 우여곡절 끝에 파종은 했지만 땅속 수분함량이 높고 폭염이 이어져 상당량의 종자가 싹도 틔우지 못하고 부패했다. 산지가격 상승으로 감자와 콩의 대형마트 판매가격은 평년 대비 30% 이상 올랐다. 식품 제조회사들은 두부·콩나물 등의 가격을 줄줄이 인상했고, 식당에서도 관련 음식가격이 동반 상승했다.

김록야씨의 이야기는 기후위기가 당장 우리의 식탁에 가져올 변화에 관한 합리적 상상이다. 대표 작물로 감자·콩을 예로 들었지만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지 않는 농산물은 없다. 수확량과 품질뿐만 아니라 생산 자체가 불가능한 품목이 생길 수 있다. 지금도 우리나라 농산물 생산 지도는 급변하고 있다. 남부지방에서만 생산되던 과일과 채소가 강원도 고랭지에서 나오는 게 전혀 새롭지 않다. 기후변화로 식탁에서 흔히 보던 식재료가 사라질 수도 있다.

이상기후는 식탁을 위협할 것이다. 데이터가 이를 증명한다. 사상 최장 기간이었던 장마와 이어진 고온의 영향으로 농산물가격은 크게 올랐다. 8월 농산물가격지수는 2개월 연속 상승세였다. 국내 농산물의 거래량, 도소매시장 거래대금 등을 합산해 코스피지수처럼 보여주는 한국경제신문·팜에어의 지난달 17일 한국농산물가격지수(KAPI)에 따르면 농산물가격지수는 179포인트로 전년 동월 대비 61%(110포인트) 상승했다. 해수면 상승과 온도 변화는 기후변화의 중요한 지표로 활용되고 있는데 우리나라 해수면은 30년간 평균 106㎜ 상승했고 제주도의 경우 상승 속도가 세계 평균의 3배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방글라데시의 염분문제는 2050년까지 식수와 관개수 부족에 상당한 영향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해안 및 내륙지역에서 토양 염분이 증가하면 향후 30년 동안 쌀 생산량이 15.6% 감소하고, 염해를 입은 피해 농민의 소득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기후변화로부터 식탁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모두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기후변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되는 탄소 배출 절감에 대한 전세계인의 노력은 당연하고, 농업분야에서도 냉방·난방·기계장치 등 농업 생산을 위한 에너지의 친환경적 전환을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 또 축산분야의 탄소 배출 저감화·자원화 방법에 대한 연구 개발이 시급하다.

2년 전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으로 세계인의 이목을 크게 집중시켰던 스웨덴의 16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얼마 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이렇게 썼다.

“미래는 여전히 우리 손에 달려 있습니다. 기후위기의 현실을 직면하고 우리의 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도망칠 수 없는 불편한 진실입니다.”

나 역시 그의 말에 동의한다. 도망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기는 어려워도 기후변화를 늦출 수는 있다.

 

권민수 (록야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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