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카우프만의 검소한 어머니상

입력 : 2020-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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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리카 카우프만 ‘아이들을 자신의 보물이라고 가리키는 코르넬리아’ 1785년경, 캔버스에 유채 101.6×127㎝, 버지니아 미술관, 미국.

계몽주의 사상가 장 자크 루소는 가정에서 자녀를 돌보는 어머니의 역할을 강조했다. 한 개인의 성품은 어릴 적의 가정교육, 특히 어머니의 태도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당시의 그림에서도 자주 나타나는데, 그 한 예가 안젤리카 카우프만(Angelica Kauffmann, 1741∼1807년)의 ‘아이들을 자신의 보물이라고 가리키는 코르넬리아’이다.

18세기 전반에만 해도 화가들은 화려하게 치장한 귀족 부인의 초상화를 그려달라는 주문을 자주 받았다. 그러나 몇십년이 지나면서 분위기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소박한 어머니상이 품위 있는 여인상으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이 그림에선 코르넬리아라는 옛 로마의 여인이 바람직한 어머니의 표본으로 제시된다. 오른쪽에 앉은 귀부인이 “이것 아름답지 않아?” 하고 값진 목걸이를 꺼내어 자랑하자, 가운데에 서 있는 코르넬리아는 감탄 어린 찬사 대신 자신의 두 아들을 가리킨다. “내게는 다른 보석이 있지요. 여기 이 아이들입니다.” 그림 속에 어린이로 등장하는 두 아들이 바로 그 유명한, 평민을 위한 정치 신념을 펼쳤던 로마의 그라쿠스 형제이다.

옛 오스트리아 땅이던 스위스에서 태어난 카우프만은 음악과 미술 둘 중에 어떤 것을 택할지 고민할 정도로 두 분야에 모두 뛰어났다. 그녀는 독어와 영어, 이탈리아어와 불어에 유창해서 화가였던 아버지는 어느 나라에 가든 딸과 동행했다. 카우프만은 미술계의 숨은 실력자로 소문이 나고, 어느덧 영국 왕립미술아카데미의 공식 회원으로 입회하게 된다. 말년에는 로마에서 지냈고, 사후에는 기념할 만한 장례식도 치러졌다.

카우프만은 여성이 전문가로 활동하기 쉽지 않은 시절에 살았지만 그녀의 실력을 알아봐준 사람들 덕분에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삶을 살 수 있었다. 한 인재가 제대로 역량을 발휘하기까지는 여러 사람의 응원과 지지가 필요하다. 물론 물질적 지원은 더더욱 필요하다. 이 그림을 보다가 코르넬리아의 어린 딸한테 눈길이 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딸은 호기심에 가득 찬 표정으로 귀부인의 보석을 만지작거린다. 그러자 코르넬리아가 딸의 손을 강하게 잡아끈다. 아이가 재물에 관심을 두는 것을 죄악시하는 듯하다.

사실 재물 자체가 악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부(富)를 획득하는 그릇된 방식이 나쁠 뿐이다. 돈의 힘과 효능을 가르쳐주지 않은 채 검소함만을 예찬하는 것은 불균형적인 교육이 될 수 있다. 돈은 열심히 일하도록 동기를 유발하기도 하고, 심지어 창의성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넷플릭스의 최고경영자(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사람들은 큰 보수를 보장받을 때 가장 창의적으로 변한다”고 지적한 바 있지 않은가. 불현듯 코르넬리아의 딸은 자라서 어떤 사람이 되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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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은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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