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의 재발견⑩] 해외 사례2 - EU ‘지리적명칭보호제’

입력 : 2020-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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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파르마(Parma)지역 한 치즈 공장에서 관계자가 치즈 품질을 검사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생산한 ‘파르메산 치즈’는 유럽연합(EU)의 지리적 표시제에 등록돼 있다.

[국산의 재발견 4부]·끝  (10)해외 사례 자국 농산물 보호장치, EU ‘지리적명칭보호제’

바욘 햄, 파르메산 치즈…‘지역+농축산물’ 브랜드로 키운다

 

 

 

생산지명을 상표로 인증 등록 타지역 생산 땐 명칭 사용 못해

짝퉁과 차별화…생산자 보호 품질·소비자 신뢰 향상 큰 도움

자국 산업 보호 수단 활용도

 

보성녹차, 여주쌀, 함안수박. 국내에서 유명한 이들 농산물의 공통점은 ‘지리적 표시제’에 등록된 지역특산품이라는 점이다. 동일 품목이라도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에는 이들 지역명을 사용할 수 없다. 지역농가의 상품화 노력을 지적재산으로 인정해 보호하기 위함이다. 지리적 표시제는 유럽연합(EU)이 원조다. 프랑스를 시작으로 상당수 EU 회원국들이 국제무대에서 자국 농산물을 지키는 제도적 장치로 활용하고 있다. 또 이를 통한 자국 농산물 보호 성과도 상당하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많은 나라가 EU의 지리적 표시제 도입에 적극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생산자의 지적재산권 보호하는 지리적 표시제=지리적 표시제는 국가마다 조금씩 다른 형태로 시행된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지명을 상표로 등록해 배타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선 비슷하다.

EU의 제도는 크게 ‘원산지명칭보호제(Protected Designation of Origin·PDO)’와 ‘지리적명칭보호제(Protected Geographical Indication·PGI)’로 나눌 수 있다.

원산지명칭보호제는 원재료의 생산·가공부터 최종적으로 완성되기까지 모든 과정을 해당 지역에서 진행해야 인증받을 수 있다.

지리적명칭보호제는 생산과정 중 한단계만 해당 지역에서 이뤄지면 된다. 가령 원재료가 다른 지역에서 온 경우에도 지리적명칭보호제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지리적 표시제가 생산자에게 주는 편익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는 프랑스의 ‘바욘 햄’이 있다.

프랑스 남서부 바욘이란 지명을 딴 이 햄은 1000년 전부터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인기 탓에 다른 지역에서 만든 같은 이름의 제품이 쏟아졌다. 짝퉁 햄에 대적하기 위해 돈육생산자연합은 EU 집행위원회에 지리적명칭보호제 인증을 신청했고, 1998년 이 햄을 지리적 표시제에 등록하는 데 성공했다.

생산자들은 그 직후 짝퉁 햄과의 차별화를 위해 품질 개선에 힘썼다. 짝퉁 햄이 사라진 데 이어 품질이 향상되자 바욘 햄을 찾는 이들도 늘었다. 지리적 표시제가 품질 향상은 물론 소비자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된 것이다.

양돈농가와 햄 생산업체로 구성된 바욘 햄 컨소시엄은 햄을 수출할 때 지리적 표시제 인증을 적극 홍보한다.

컨소시엄 관계자는 “지리적명칭보호제는 햄의 원산지와 역사·품질을 보장해준다”며 “다른 지역산은 바욘 햄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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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지리적명칭보호제’와 (오른쪽)‘원산지명칭보호제’ 로고. 사진출처=EU집행위원회 농업분과 홈페이지


◆FTA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라=지리적 표시제가 국내에 알려진 계기는 2007년 진행된 한·EU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다.

당시 EU 측은 지리적 표시제 확대 적용을 주장했다. 위스키·코냑처럼 지명과 연계한 상품뿐만 아니라 햄·소시지·치즈 등 농축산물에도 지리적 표시제 적용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EU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우리나라는 EU 회원국이 수출하는 제품의 이름으로 비슷한 제품을 만들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같은 명칭을 가진 다른 국가의 제품도 수입할 수 없다.

우리나라도 순창고추장이나 횡성한우 등 지리적 표시제에 등록된 품목에 대해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되지만, EU에서 훨씬 활성화한 제도이니만큼 우리나라가 불리할 수 있어 논란이 됐다.

결국 우리나라는 64개, EU는 162개의 지리적 표시 상표를 서로 보호해주기로 약정을 맺었다.

이처럼 EU는 이 제도를 국가간 무역에서 자국 생산자는 물론 해당 산업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지리적 표시제의 위력=지리적 표시제는 국가간 충돌이 발생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샴페인’이라는 명칭을 놓고 벌인 프랑스와 스위스의 갈등이 대표적 사례다.

2008년 스위스 샹파뉴 지역에선 샴페인 이름을 되찾기 위한 시위가 있었다. 프랑스 정부가 지리적 표시제를 내세워 자국의 샹파뉴 지역에서 생산한 발포성 와인에만 샴페인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진 일이다.

885년부터 발포성 와인을 만들어 샴페인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해온 스위스의 이 지역 주민들은 결국 명칭을 포기해야 했다.

치즈도 국가간 분쟁이 잦은 품목이다. ‘파르메산 치즈’ 명칭을 두고 이탈리아와 독일이 벌인 원조 싸움이 그중 하나다.

2008년 EU 법원은 이탈리아 파르마 지방에서 약 800년 전부터 생산하는 치즈만을 법적으로 ‘파르메산 치즈’라고 명명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독일이 같은 이름으로 치즈를 생산하자 지리적 표시제를 위반한 것이라며 유죄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 판결로 독일은 파르메산 치즈 이름을 변경해야만 했다.

지리적 표시제를 내세워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려는 EU의 노력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최문희 기자 mooni@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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