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의 재발견⑩] 해외 사례1 - 일본의 ‘지산지소 운동’

입력 : 2020-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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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른 무를 정성스럽게 펼쳐 햇볕에 말리는 돗토리현 호쿠에이초(町)주민들. 이렇게 말린 무는 마을의 학교급식 재료로 사용된다. 사진제공=일본농업신문

[국산의 재발견 4부]·끝  (10)해외 사례 일본의 ‘지산지소 운동

’믿음 가는 지역농산물→전국서 맛보는 지역 명물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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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산 ‘안전성문제’ 도마 위 국산 소비 목소리에 힘 실려

학교급식, 지역산 비중 급증 외식업체도 메뉴 개발 활발

여행 등 지역 방문 힘들어져 유명 음식 가공품 잇단 출시

전국 소비 ‘지산타소’ 움직임

 

아시아에서 자국 농산물 소비에 가장 힘을 쏟는 나라는 일본이다. 민관이 똘똘 뭉쳐 농민과 소비자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찾고 있다. 그 핵심이 바로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이다. 지산지소 운동은 지역(地)에서 생산(産)한 농산물을 지역(地)에서 소비(消)하자는 움직임으로, 우리나라의 ‘신토불이 운동’과 유사한 개념이다. 신선농산물 소비뿐 아니라 학교급식과 외식, 가공식품까지 외연을 넓혀 전세계 여러 나라의 로컬푸드 운동 중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본인들, 자국 농산물에 큰 신뢰…지산지소 운동이 ‘원동력’=아이치현 나고야시에 거주하는 가네타니 노부코씨(56)는 장을 보거나 외식할 때마다 ‘이이토모 아이치’ 마크를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이이토모 아이치’는 ‘아이치의 좋은 친구’라는 뜻으로, 소비자와 생산자가 함께 아이치현의 농림수산업을 지탱해나가기 위한 아이치현만의 지산지소 슬로건이다. 이 마크가 붙어 있는 가게는 아이치현의 농림수산물이나 가공품을 적극적으로 이용·판매하는 곳이라는 의미다.

가네타니씨는 “아무래도 아이치현민이 생산한 농산물이다 보니 안전성에 더 신뢰가 간다”고 지역농산물을 찾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도쿄도 다치카와시에서 일본산 레몬을 재배하기 시작한 나카야마 츠카사씨는 지산지소 운동 덕에 판로 걱정을 덜었다. 다치카와시에 있는 ‘팰리스호텔 다치카와’가 9월1일부터 다치카와산 벌꿀과 레몬을 이용한 ‘다치카와 롤 허니&레몬’을 출시해 판매 중이기 때문이다.

나카야마씨는 “다치카와시는 레몬을 생산하기에는 건조하고 추운 기후라 소량만 재배 중인데, 지역의 음식점이나 카페 등이 적극적으로 ‘다치카와 레몬’을 이용해주면서 출하 걱정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지산지소’라는 말이 등장한 것은 1981년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움직임은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 사이 시장 개방과 엔고(円高) 현상으로 수입 농산물이 쏟아지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특히 중국산 농산물에 대한 안전성문제가 불거지며 ‘비싸지만 안전한 국산 안심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이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성장해온 지산지소 운동은 2010년 또 다른 전기를 맞는다. ‘지역 자원을 활용한 농림어업자 등에 의한 신사업 창출 및 지역 농림수산물의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6차산업법)’이 제정되며 지산지소 운동에 대한 정책 지원의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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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표적 지산지소 매장인 도로 위의 휴게소 ‘미치노에키’. 사진은 ‘미치노에키 다카오카’의 전경. 사진출처=규슈미치노에키 홈페이지

◆학교급식, 전문 외식업체로 확산…정부도 적극 지원=지산지소 운동은 학교급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역에서 생산된 안전한 농축산물을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한편 지역농산물을 이용해 향토 요리 등의 식문화를 가르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지방정부가 적극 지원에 나섰다.

일례로 홋카이도나 가고시마현과 같은 농업지역은 학교급식에서 지역의 농축수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한다. 가고시마현 관계자는 “‘학교급식법’에서도 ‘학교급식을 활용해 식(食)에 관한 지도를 할 때는 지역의 산물을 활용하는 등 창의적인 노력을 통해 지역의 식문화 및 산업, 자연의 소중함에 대한 이해를 높일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학교급식에서 지역 농축산물을 이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외식분야에서도 지산지소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는 일본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과도 관련이 있다.

농림수산성이 2008∼2015년 개최했던 ‘지산지소 메뉴 콘테스트’ 에 외식·도시락업 분야를 따로 마련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역의 농축수산물을 이용한 메뉴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농림수산성이 주는 우량외식산업표창에도 ‘지산지소 추진부문’이 만들어져 농림수산대신상을 수여한다. 외식업체가 지역농산물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유인을 정부가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셈이다.

 

◆코로나19 이후 지산지소 지원책 강화…‘지산타소’ 움직임도=‘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일본정부의 지산지소 지원책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 지산지소 지원책이 코로나19라는 위기에 맞서 자국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3월31일 각의회의(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식료·농업·농촌 기본계획’에는 ‘식교육 및 지산지소 추진과 국산 농산물 소비 확대를 통해 소비자와 식·농 관계자의 유대를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특정 지역을 직접 방문해 먹어보는 명물 음식이나 식품을 의미하는 ‘지역 구르메’는 코로나19 시대에 발맞춰 변화하는 모양새다.

코로나19로 여행이 제한되며 ‘지산지소 맛집’을 찾아가는 것이 제한되자 지산지소 명물로 유명해진 지역 구르메가 가공상품으로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지역에서만 소비되는 것이 아닌 전국적으로 소비되는 ‘지산타소’ 경향을 보이는 셈이다.

업체 관계자는 “사이타마현 가조시의 무화과로 만든 명물 카레를 7월 레토르트 제품으로 출시했다”며 “코로나19로 지역 명물을 맛보러 오기 힘든 도시민들에게 큰 인기”라고 말했다.

김다정 기자 kimdj@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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