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 핫피플] 농심 고스란히…“시 쓸 수 있어 참 행복해요”

입력 : 2020-09-21 00:00 수정 : 2020-09-22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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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 핫피플] 강원 철원 최북단마을 농부시인 김백란씨 

6년 만에 두번째 시집 출간 전방 시골살이 단상 등 담아

어린이 위한 동시 써볼 계획

 

강원 철원군 최북단마을인 동송읍 양지리에서 농사를 지으며 얻는 영감으로 시를 쓰는 농부시인 김백란씨(70)가 최근 틈틈이 창작한 시 80여편을 묶은 두번째 시집 <할 말 있어요>를 출간해 화제다. 시골살이에 대한 단상에서부터 전방지역에 살면서 직접 보고 느낀 아픔까지 고루 담겼다.

경북 상주에서 3남2녀 중 막내딸로 태어난 그는 평소 글쓰기를 즐기며 가슴 속에 문학소녀의 꿈을 키웠다고. 그랬던 반면 농사일에는 무지했었다. 김씨는 “사실 스물여섯에 이곳으로 시집와서야 비로소 낫과 호미를 잡아봤을 정도”라고 회고했다.

생업인 농사에 전념하느라 그는 모아뒀던 초고를 아궁이에 전부 태울 만큼 문학에 대한 열망을 한동안 아예 접었었다. 그러나 남편을 따라 농사지으며 흘린 땀방울의 값어치를 느끼는 일은 감동 그 자체였다. 감동적인 느낌과 경험이 아까워 김씨는 짬이 날 때마다 다시 글을 썼고, 그의 펜과 노트도 바빠졌다.

그러던 중 나이 오십 줄에 우연히 지역 내 백일장에 나갔다가 덜컥 장원을 하며 김씨는 글과 본격적인 연을 맺었다. 이후 읍내 도서관에 드나들며 문학 강의도 듣고 동아리활동을 하는 등 ‘제2의 인생’에 나섰고, 이순이 넘은 나이에 시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하기도 했다. 그렇게 한편 두편 쌓인 작품들을 엮어 2014년 첫 시집 <스물일곱 배미의 사랑>을 출간한 데 이어 이번에 두번째 시집을 세상에 낸 것이다.

김씨의 시에는 반평생 넘게 농사지어오며 느낀 농심(農心)이 그대로 담겼다. 감자꽃이 피는 것을 보며 느꼈던 뿌듯함은 시 ‘감자’에 그대로 드러난다.

‘비 내리고 햇살 바람 타고 땅에 스미면 / 어느새 감자싹 파릇하게 머리 내민다 / 비바람치고 오뉴월 긴 해가 뜨고 지면 / 감자꽃이 송글송글 맺히고 / 아낙의 손길이 바빠진다 (후략)’

한편 ‘깻모’라는 시에는 가뭄에 애가 타는 농민의 심정이 고스란히 표현됐다.

‘유월이 다 가도록 / 비 한방울 오지 않고 / 깻모는 목이 말라 / 타들어가는데 / 칠월이 성큼성큼 걸어서온다 (중략) / 내일 또 내일 기다리다가 / 깻모 낼 날 남아 있으려나’

김씨는 앞으로 어린이들의 정서 함양에 도움이 되는 동시를 써볼 계획이다.

그는 또래 농촌 여성들에게도 책 읽고 글 쓰며 행복한 노년을 보낼 것을 권유했다.

“농부로 살며 시를 쓸 수 있어 참 행복합니다. 농촌 여성들이 평상시 겪는 다양한 감정들을 글로 승화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철원=김윤호 기자 fact@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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