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뮬란’ 볼 것이냐, 말 것이냐

입력 : 2020-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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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뮬란>이 화제다. 아니, 논란이다. <뮬란>은 디즈니가 1998년에 만들었던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뮬란(유역비)은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무예를 향한 관심을 끊어야만 한다. 가문 좋은 남자를 만나 시집을 잘 가는 게 여자의 운명이라고 보수적인 아버지가 가르쳤기 때문이다. 그래도 재능을 감출 수 없었던 뮬란은 북쪽의 오랑캐가 중국 땅을 위협하자 병든 아버지를 대신해 전장에 나간다. 성별을 숨기고 적과 맞선 뮬란은 뛰어난 무예 실력을 과시하며 능력을 인정받는다. 그 과정에서 상처를 입어 여자라는 사실이 들통나 오히려 아군에게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그때 퇴각한 줄 알았던 오랑캐가 황궁을 공격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뮬란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 세상의 편견에 맞서 황제를 위협하는 오랑캐를 무찌르고 뮬란은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디즈니가 <뮬란>으로 목표한 바는 크게 두가지였다. 공정한 경쟁을 펼쳐 여자들도 남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상에 관한 비전 제시와 엄청난 수익이 보장된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이었다. 한때 ‘백마 탄 왕자’ 스토리로 보수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디즈니는 자매가 힘을 합쳐 운명을 개척하는 <겨울왕국>과 남자의 보호에 기대지 않는 공주 캐릭터가 인상적인 <알라딘> 등으로 시대 정신을 반영하며 진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뮬란>도 그의 연장선상에서 시대를 선도하는 여성상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여기에 더해 중국 배경의 인종 다양성까지 포용한 디즈니의 ‘전략’은 진보한 시대를 선도하는 제작사로 주가를 높이기에 충분했다.

<뮬란>은 지난해 극 중 뮬란을 연기한 유역비가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해 논란이 됐다. 범죄인 인도법 반대를 외친 홍콩 시위대를 향한 과잉 진압을 옹호하는 친중 발언이어서였다. 최근에는 <뮬란>의 엔딩 크레디트에 신장 자치구의 공안국에 감사한다는 인사가 실려 도마 위에 올랐다. 중국 공안의 위구르 소수민족 인권 탄압 혐의가 있는 곳이 신장 자치구이기 때문이다.

시대를 읽는 디즈니의 진보한 생각은 선택적이라는 비난을 산다. 미국을 제외하고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영화시장이다. 디즈니는 중국시장을 위해서라면 중국의 홍콩 주권 침해와 위구르 소수민족 탄압은 눈감아줄 수 있다는 입장인 듯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디즈니는 문제가 커져 곤혹스럽다는 정도로, 속 시원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행동에 나선 건 일반인들이다. <뮬란>을 관람하는 건 흥행을 위해 중국과 타협한 디즈니의 행보를 옹호하는 것이라며 불매운동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디즈니는 미국에서 <뮬란>의 극장 개봉 대신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방향을 틀었고, 중국에서도 <테넷>의 6분의 1 정도 되는 입장 수익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올렸다. 결국 시대를 선도하고 세상을 바꾸는 건, 영화를 볼 것이냐 말 것이냐를 결정하는 건 관객의 선택이다.


허남웅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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