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맥 짚기] 농업, 자연재난 피해 심각…온난화 대응 상황 철저한 점검을

입력 : 2020-09-21 00:00

2020 국정감사 맥 짚기 (2)기후·환경 변화 대응 

2차 기후변화 대책 올해 만료

3차 계획은 꼼꼼하게 세워야 재해보험 보상률 낮아 문제

임의가입 방식 보험 개선 필요 그린 뉴딜 대책에 농업 빠져

환경 중심 농정 전환 확인해야 전국 곳곳 노후 저수지 많아

농업용수 관리방안 개선 시급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 지구온난화로 부쩍 잦아진 이상기상과 돌발 병해충에 맞서는 일은 농민의 숙명이 됐다. 태양에너지를 받아들여 생명유지에 필요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일이 농업의 본질인 만큼 작물 재배현장은 자연현상의 영향과 충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뉴노멀(새로운 정상 상태)’이 돼버린 기후·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일이 농정에서 강조되는 이유다.



◆일상화된 재해=봄철 저온 현상, 긴 장마, 기록적 폭우, 잇단 태풍, 매미나방 유충 창궐…. 2020년엔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난·병해충 피해가 유독 컸다. 정부가 최근 대파대·가축입식비 등 재난복구비 단가를 전격 상향 조정한 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봄철 과수 언피해가 컸던 지역 등에선 농작물재해보험의 낮은 보상률문제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가뭄이든 폭우든 형태만 다를 뿐 농가 수준에서 대응하기 어려운 자연재해가 거의 매년 반복되고 있어 임의가입 방식의 정책보험으로 재해대책을 유지하는 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로 만료되는 정부의 ‘2차 농식품 기후변화 대응 기본계획(2011∼2020년)’ 이행 상황을 철저히 점검해 향후 10년간 추진할 3차 계획이 선언적 차원에 머무르게 해선 안된다는 요구도 높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농업 생산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예측·영농지도 체계 개선은 미룰 수 없는 문제가 됐다. 하루 이틀만 기온이 급격히 오르내려도 농산물의 상품성·수량 문제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의 농과대학이 연구기능뿐 아니라 현장 영농지도에 기여토록 하는 등 범농업계의 가용자원을 발굴·활용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말뿐인 환경 중심 농정=“기후변화는 농업에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 농업은 지구온난화 제동에 기여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기후변화 대응이 주목적인 그린 뉴딜 대책엔 농업이 없다.”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정책에 대한 농업계의 반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전국타운홀미팅보고대회에서 “농어촌 그린 뉴딜 정책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내년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안에 그린 뉴딜을 표방하는 새 사업은 담기지 않았다.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현행 고투입농법을 친환경농업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미미하다. 2020∼2024년 공익직불제 예산을 2조4000억원 규모로 고정한 탓에 환경보전에 기여한 농가 등에게 장려금을 제공하는 선택형 직불제의 정상화는 어려워 보인다. 산림지·초지는 국가 전체에서 유일하게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분야지만 흡수량(이산화탄소 환산량)은 2000년 5830만t에서 2017년 4160만t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수종 갱신 등 적극적인 숲 가꾸기가 추진되지 않은 결과다. 올해 국정감사는 문재인정부의 국정 성과를 중점 점검해야 할 시기인 만큼 문 대통령이 강조한 ‘환경 중심으로의 농정 전환’이 얼마나 이뤄졌는지 제대로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농민도 기후복지 대상=날씨가 갈수록 난폭해지는 가운데 ‘200년 강우빈도’ 기준에 미달하는 정부 소관 농업용 저수지는 785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0년 이상 노후화된 저수지 상당수가 집중호우에 범람·붕괴할 위험에 빠진 셈이다. 이같은 우려가 커지자 농식품부는 노후 수리시설 개보수와 상습침수 농경지 배수시설 설치 등에 내년 예산을 증액 편성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리시설 관리 예산은 부동산·주식 거래 등 경기의 영향을 받는 농어촌구조개선특별회계(농특회계)를 기반으로 삼고 있어 계획대로 집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안정적인 재원 확보 계획과 함께 통합물관리 시대의 농업용수 관리방안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성이 높은 이유다.

농업분야의 기후·환경 변화 논의와 대책이 ‘생산’부문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도 있다. 농촌주민의 삶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는다. 올해 집중호우 상황에선 자연재해에 특히 취약한 농촌의 현실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농촌주민들은 하천 범람으로 마을이 통째로 침수되거나 폭우에 진입로 유실, 교량 붕괴 등의 사고가 잇따르면서 공포와 불편을 겪어야 했다.

장민기 농정연구센터 소장은 “농업 생산과 관련한 기후변화 대응도 중요하지만 고령자 비율이 높은 농촌을 기후복지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농촌주민의 삶과 밀접한 생활형 사회간접자본(SOC)의 기후적응력을 높이고, 농촌개발사업에 주민소득 창출뿐 아니라 대피공간·연락체계 등 지역민 안전을 고려하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홍경진 기자 hongkj@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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