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전기울타리 설치 지원·개체수 감축 ‘병행’

입력 : 2020-07-22 00:00 수정 : 2020-07-22 23:42
경기 파주시 진동면 용산리의 콩밭에서 서성복씨가 전기울타리를 점검하고 있다.

야생동물 습격 막을 묘수 없나 (하)실질적인 대책은

지자체, 피해예방 비용 보조 신청 급증…예산 확대 필요

포획단 운영·포상금 인상도
 



경기 파주시 진동면 용산리에 있는 야트막한 구릉지 콩밭. 밭 주변으론 울타리가 쳐져 있고 군데군데 철선에 매달린 ‘감전주의’ 팻말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울타리는 주기적으로 ‘틱틱’ 소리를 내며 전기가 통하고 있음을 알렸다. 1만㎡(약 3000평) 규모의 콩농사를 짓는 서성복씨(56)가 야생동물 침입을 막기 위해 설치한 전기울타리다.

서씨는 “콩밭 둘레에 유해동물 방지망과 그물을 아무리 쳐봐도 고라니와 멧돼지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며 “녀석들이 한번 밭을 휘젓고 가면 몸에 힘이 빠져 농사지을 의욕도 잃었다”고 회상했다.

야생동물에게 번번이 당하던 서씨는 3년 전 반전의 계기를 잡았다. 파주시의 ‘야생동물 피해예방사업’에 신청해 전기울타리를 쳤는데, 그 후로 피해가 싹 사라진 것. 그는 “전기울타리에 흐르는 고압전류로 충격을 받은 동물은 다시는 접근하지 않는다”며 “태양전지식 목책기를 사용하면 전기를 끌어오기 힘든 밭에도 편리하게 설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주시는 현재 전기울타리 설치비용의 60%를 보조해주고 있다. 지난해엔 8400만원을 투입해 35농가에 전기울타리 설치를 지원했다. 이재욱 시 생태환경팀장은 “전기울타리 설치의 효과가 좋아 농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며 “매년 예산을 확보해 사업을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설치비 지원예산 확대 ‘절실’=지방자치단체의 야생동물 피해예방시설 설치 지원사업이 호응을 얻고 있는 사례는 파주시뿐만이 아니다.

올해 경남 진주시는 지원사업 예산을 지난해보다 5000만원 늘린 1억6000만여원으로 책정했지만 이마저도 부족했다. 농가 신청건수는 180건에 달했으나 예산 한도로 실제 지원건수는 60여건에 머물렀다. 밀양시도 올해 1억5000만원의 사업비로 지원사업을 실시해 110농가가 신청했지만 혜택은 45농가만 받을 수 있었다.

이처럼 지원사업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늘고 있지만, 충분히 지원해주지 못하는 일이 빈발하자 관련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밀양에서 콩·고구마를 재배하는 윤중조씨(78·상동면 고정리)는 “3~4년째 고라니·멧돼지에게 시달리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올해는 시설을 설치하려고 지원했는데 떨어져서 허탈했다”며 “정부나 지자체에서 예산을 확대해 농가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개체수 획기적 감소 ‘급선무’=전기울타리 등의 설치가 어느 정도 효과는 있지만, 물리적·예산적 한계가 있는 만큼 결국엔 개체수 감소가 병행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와 농민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충북도는 11개 시·군과 함께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96개팀 385명의 상설포획단을 운영하며 대대적인 개체수 감축에 나섰고, 도내 추정 서식 마릿수의 절반가량인 1만6000여마리의 멧돼지를 잡았다. 김남훈 충북도 자연환경팀장은 “개체수 감축 후 농가의 피해 신고가 눈에 띄게 줄었다”면서 “작물 수확이 끝나는 11월까지 피해방지단을 지속 운영해 농작물 피해를 최소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민들은 정부·지자체의 보다 적극적인 포획단 운영과 이를 뒷받침할 인센티브 제공을 강조한다.

밀양의 송홍근씨(70·상동면 신곡리)는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를 줄이려면 무엇보다 개체수 감축이 우선”이라며 “특히 농작물 수확기에는 유해동물 포획단을 더욱 활발히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진주시 정촌면 소곡리의 김갑부 이장(58)은 “피해방지단의 적극적인 활동을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 현실화가 시급하다”면서 “포상금 인상 등 피부에 와닿는 실질적인 대책을 내놔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주=황송민, 밀양·진주=노현숙, 청주=김태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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