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시스템 구축…농촌마을 사소한 다툼 초기에 잡아야”

입력 : 2020-07-15 00:00

농촌마을, 갈등관리가 필요하다 (4)·끝 해법은 소통에 있다

전북 순창, 귀농·귀촌 갈등 해결 위해 전담반 만들어 사연 청취·화해 유도

이주민·원주민 대상으로 한 융화교육 상세한 ‘마을규약’ 마련도 분쟁 막아

유치보다 정착 방점 둔 귀농정책 절실
 


사람이 모여 사는 곳에 갈등이 생기지 않을 리 없다. 농촌마을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그러니 역텃세든, 텃세든 귀농·귀촌인을 둘러싼 갈등은 일견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게다가 2000년대 후반 이후 귀농·귀촌 인구가 크게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문제는 더 커지고 더 복잡해졌다.

마을마다 한두가구 있을까 말까 했던 귀농·귀촌인이 해가 거듭할수록 늘어나더니 주민의 10~20%를 차지하는 마을이 흔해졌다. 최근에는 마을인구의 절반 이상이 귀농·귀촌인인 곳도 생겼다. 강원 평창군 대화면 개수2리는 마을주민의 80%가 귀농·귀촌인이고 충남 서천군 판교면 등고리, 충북 단양군 영춘면 사지원2리 등은 주민의 절반이 귀농·귀촌인이다. 귀농·귀촌 초기 원주민의 일방적인 텃세가 문제였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귀농인의 역텃세, 귀농인간 갈등까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당연하다고 해서 그냥 방치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사소한 갈등이 평생 회복할 수 없는 감정의 골을 만들기도 하고, 개인간 갈등으로 시작해 마을 전체가 둘로 쪼개지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특히 농촌마을은 도시에 비해 이같은 갈등에 더 취약한데, 마을 규모가 작고 ‘면 대 면’ 관계가 중심이 되는 특성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더 늦기 전에 귀농·귀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갈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갈등중재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전북 순창군이 올초 ‘귀농·귀촌 갈등해결전담반’을 만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작은 불씨가 극단으로 치달아 큰 화재가 되기 전, 갈등의 초기 단계에 개입해 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강신엽 순창군농업기술센터 귀농귀촌 담당 계장은 “많은 경우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한다.

“문제가 생기면 순창군귀농귀촌종합센터장과 순창군농업기술센터 귀농·귀촌 담당자, 갈등이 발생한 마을 이장과 해당 면사무소의 귀농·귀촌 업무 담당자 등으로 전담반을 구성합니다. 전담반은 갈등이 발생한 현장을 방문해 이해당사자들을 만나 사정을 들어보고 중재안을 내놓죠. 대부분의 갈등은 이 단계에서 봉합됩니다. 누군가가 자기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들어줬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속 응어리가 풀리는 것 같더라고요. 그러고 나면 서로 한발씩 물러서서 양보하고 화해하게 되는 거죠.”

교육의 중요성도 제기됐다. 대부분 귀농·귀촌하기 전 갈등에 대한 교육을 몇시간 받는 것이 전부인데, 귀농·귀촌 이후에도 농촌마을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교육이 지속돼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이주민뿐 아니라 원주민에 대한 교육도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북 남원에서 귀농·귀촌인과 원주민을 한데 모아 2박3일 동안 갈등관리교육을 시행하는 등 최근 전국 70개 시·군에서 추진되고 있는 ‘마을단위 찾아가는 융화교육’도 이같은 사후 교육의 하나다.

마을 운영의 지침이 되는 마을규약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그동안 농촌마을들은 ‘관례’라는 이름으로 주민 중 일부에만 의존해 마을을 운영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고 마을을 구성하는 구성원들도 달라졌으니 마을의 운영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박대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원은 “마을의 중대사를 몇몇 유지 중심으로, 비민주적으로 결정하는 마을에서 갈등이 심화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마을규약을 만들어 엄정하게 적용하고 마을의 각종 예산 운용도 민주적으로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을규약에는 상수도 관리나 마을 청소 등 사소한 부분부터 마을기금 운용 등 돈과 관련된 부분까지, 주민들이 합의만 한다면 마을 운영에 필요한 내용은 다 들어갈 수 있다. 실제로 강원 평창군 대화면 개수리, 충남 당진시 순성면 양유리 등 이미 적지 않은 농촌마을들이 명문화된 마을규약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으며 마을규약을 만든 후 주민들간 갈등이 현저히 줄었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정책적인 측면에서 볼 때 인구 늘리기 중심인 현재의 귀농·귀촌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급격한 노령화와 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숫자 늘리기에만 급급해 귀농·귀촌인 유입에만 힘을 쏟는 바람에 갈등이 방치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는 “귀농·귀촌인 유치 일변도였던 정책 방향을 이제는 안정적인 정착 쪽으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다만 귀농·귀촌인의 자생력을 키워주는 방향이어야지 일부 성공모델을 만들어내기 위해 소수에게만 각종 지원금을 쏟아붓는 것은 오히려 위화감을 조성하고 형평성 문제를 일으키는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희, 이현진 기자 montes@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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