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밤 여행지] 해가 떨어지면 海는 짙어진다

입력 : 2020-07-13 00:00
밤 12시가 넘어 경기 안산 탄도항 밤바다에 밀물이 밀려와 드러난 갯벌을 덮고 있다. 바다에 비친 풍차의 그림자와 불빛이 아름답다.

코로나 시대 여름휴가(하) 밤이 더 매력적인 여행지

서해 잔물결에 은은한 달빛 머무는 경기 안산 탄도항

찬찬히 깔리는 오묘한 어둠 속 제부도 불빛 알록달록 빛나고

바닷물이 저 멀리 빠지고 나면 수면보다 더 밝은 밤하늘 가득

찰나 아닌 시간이 그리는 풍경 일상 내려놓고 그저 바라볼 뿐
 


뜨거운 햇살이 종적을 감추고 은은한 달빛이 내려앉은 밤바다. 한낮 열기가 흩어진 자리로 선선한 공기가 밀물처럼 몰려온다. 작은 물결과 파도 소리에 더 눈이 머물고 귀 기울이게 되는 곳. 무에 볼 것이 있겠나 싶겠지만 그 어둠 내내 바다는 끊임없이 철썩인다.


경기 안산 탄도항은 꽤 많은 사람이 찾는 바닷가다. 바로 앞 작은 섬인 누에섬 위로 붉은 태양이 떨어지는 풍광은 인근의 바닷가 석양 가운데 최고로 치는 절경에 속한다. 다만 해가 지고 난 뒤엔 사람들이 속속 자리를 떠난다. 간혹 운무에 가려 낙조마저 없는 날엔 한층 더 일찍 인적이 뜸해진다.

그러나 바다의 풍경은 계속해서 흐른다. 갯벌을 드러낸 탄도항 바닷물이 더 아득히 멀어지며 어둠을 드리우는 시간. 갯골을 채우며 남았던 바닷물도 서서히 빠지면서 그 자취를 감춘다. 커다란 풍차가 천천히 돌아가고 무덥던 공기는 빠르게 식어간다. 하늘은 아직 짙은 남색이다. 그 오묘한 빛깔을 잠시 보고 있자 하니 어느덧 까만 밤이 삽시간에 찾아온다.

탄도항 방둑에 앉아 정면을 바라보면 왼편 너머로 제부도가 자리했다. 제부도에 알록달록 켜진 불빛들은 얼마간 먼 거리에서 작은 별처럼 빛난다. 탄도항 뒤로는 가까이에 전곡항이 있다. 전곡항은 탄도항이 갯벌을 드러낼 때도 배가 드나들 만큼 물이 차 있는 항구다. 제부도보다 더 가까운 자리에서 좀더 진한 빛들을 등 뒤로 비춘다.

썰물의 밤바다는 밀물일 때보다 어둡다. 주변의 불빛도 하늘 위 달빛도 갯가의 펄이 채 담아내지 못해서다. 그럴 땐 바다보다 하늘이 더 환하다. 밤하늘이 환하다니 웬 말인가 싶지만, 인공적인 도시의 불빛이 아니라면야 원래 대지보다 하늘이 밤에 더 밝은 법이다. 온통 어두운 갯벌의 그림자가 지척의 시야로 가득 차 들어온다. 그 어둠에 눈길을 두었다가 환한 달빛을 가만히 올려다본다.

근래 이리 달빛을 오래 바라본 일이 있었던가. 하얀 천 조각처럼 떠 있는 구름이 달 옆에 있다가, 달을 가렸다가, 그 자리에 머물렀다 이내 다시 흐른다. 그 빛을 담뿍 안은 전곡항 바닷물은 은빛 쟁반처럼 말갛게 빛이 난다. 반반했던 그 수면에 잔주름이 생긴다. 그 작은 주름들이 전곡항 앞바다를 뒤덮을 때면 탄도항 바다에도 물이 차 들어오는 것이다.

탄도항 바다가 은빛으로 차오른다. 왼편 저 멀리서부터 들어오는 물결은 동동 뜬 제부도 불빛을 길게 안고 내려온다. 어두운 만큼 고요했던 자리. 작은 파도의 소리 또한 서서히 들어찬다. 교교한 달빛에 환해진 탄도항. 누군가 지금 막 당도했다면 그저 어두운 밤바다일 것이다. 그러나 시간을 안고 기다린 이에겐 지금 이 바다가 온통 환하다. 방둑 밑까지 차오른 바닷물에 눈이 부시도록 은물결이 굼실댄다.

서해의 밤바다를 찾는다는 건 이렇듯 그 바다가 몰고 오는 풍경을 즐기는 일이다. 만약 광활한 수평선이 펼쳐진 동해, 또 다도해의 실루엣이 자리한 남해라면 그 밤바다의 시간이 각각 다를 것이다. 각자에게 비워져 있던 풍경을 쌓는 일이다. 선선한 공기를 쐬기에도 좋지만 잠시 일상의 무게를 내려놓고 고즈넉한 시간을 보내고 오기에 알맞다.

안산=이현진, 사진=김도웅 기자 abc@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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