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공격에 험담까지…결국 마을 뜨는 귀농인

입력 : 2020-07-01 00:00

농촌마을, 갈등관리가 필요하다 (3)사라지지 않은 원주민 텃세

경제활동 활발한 젊은층 많은 곳 마을사업 주도권 둘러싼 다툼 잦아

개인 재산권 관련 충돌도 비일비재 생활방식 등 문화적 차이도 요인

갈등 초기에 중재자 개입 필요해
 


귀농·귀촌인에 대한 원주민들의 텃세에 대해 이야기하면 농촌마을 관계자들은 대부분 ‘요즘은 그런 것 없다’고 손사래를 친다. 지방소멸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농촌마을의 고령화가 심각한 요즘, ‘젊은’ 귀농·귀촌인에게 텃세를 부릴 만큼 기력 좋은 원주민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귀농·귀촌인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새로 이주해간 농촌마을에서 크고 작은 텃세를 겪었다는 경험담이 여전히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실시한 ‘2018 귀농·귀촌인 정착실태 장기추적조사’에서도 응답자 5명 중 2명이 마을주민의 텃세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원주민이 이주민에게 부리는 텃세는 여전히 중요한 이슈인 것이다.

실제로 경남 창녕으로 귀농한 A씨는 최근 몇년 동안 일부 원주민들의 민원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시설물이 불법이라거나 농사를 제대로 안 짓는 가짜 농부라거나 주차장이 문제라거나 하는 크고 작은 민원들이 행정기관에 접수됐다. 민원이 20여건에 달했지만 사실로 판명돼 시정명령 등 행정 조치를 받은 적은 한번도 없었다. 참다못한 A씨가 원주민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해 승소까지 했지만 민원은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A씨는 “마을 원주민 중 젊은층에 속한 사람 몇몇이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면서 텃세를 부리고 있다”며 “몇년 전부터 정부가 지원하는 마을사업을 유치해 운영하고 있는데 귀농인이 마을사업을 좌우하는 것이 못마땅해서 그런가보다 짐작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A씨의 사례만큼 심각하지는 않지만 마을에 유입된 돈을 둘러싼 주도권 싸움이 원주민의 텃세로 비화된 경우는 다른 마을에서도 종종 있다. 충남지역의 한 마을이장은 “경제활동이 활발한 젊은층이 많은 마을에서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아무래도 서로 부딪치는 지점이 많아서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원주민들 사이에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귀농·귀촌인들에게 지원을 집중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소외당하고 있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개인의 재산권을 둘러싼 갈등도 끊이지 않는다. 지적도상 땅 경계와 실제 사용 사례가 다르거나 땅주인 동의 없이 마을 공동으로 사유지를 전용하는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충남 당진으로 귀촌한 B씨는 최근 땅 문제로 원주민인 이웃과 갈등을 겪었다. 땅을 사면서 측량을 해보니 옆집에 사는 이웃이 B씨의 땅 일부에 텃밭을 하고 있었던 것. 이웃을 찾아간 B씨는 그해 텃밭농사가 마무리되면 땅을 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제대로 된 답은 듣지 못하고 역정만 듣고 왔다. 그 이후 이웃은 마을주민들에게 B씨의 험담을 하고 돌아다녔고 B씨는 억울하지만 원주민들의 싸늘한 시선을 감당해야 했다.

이처럼 잘못한 것은 자신이 아닌데 오히려 자신을 탓하는 마을주민들을 보면서 대부분 귀농·귀촌인들은 이러면서 계속 이곳에 살아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 실제로 다시 도시로 돌아가거나 다른 농촌마을로 이사 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

당진으로 귀농한 C씨는 “처음 이 마을에 이사 왔을 때 마을주민 중 한분이 나랑 원주민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내가 아무리 옳더라도 내 편을 들어줄 수 없다고 하더라”면서 “대부분의 시골마을 주민들이 다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원주민들의 텃세가 다 이런 모습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도시와 시골간의 문화적인 차이에서 비롯된 텃세가 더 흔하다. “해가 중천인데도 일어나 일도 안하다니 게을러서 못쓰겠다”거나 “마당이나 논밭에 풀이 지천인데 베지도 않고 약도 안 친다”거나 “마을 모임이나 부역에 참여하지 않는다” 등의 비난은 시골마을로 귀농·귀촌해 간 도시민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다. 전북 순창으로 귀촌한 D씨는 “유기농으로 텃밭농사를 짓는 거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마을 어른들은 이해를 못한다”고 말했다.

얼핏 사소해 보이지만 이런 차이를 방치하면 큰 문제가 된다. 사소한 문제로 마음이 상한 원주민과 이주민의 경우 시간이 갈수록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사사건건 부딪치기 때문이다.

한 귀농인은 마을에 상이 나면 주민들 모두가 발인 때까지 상가를 지킨다는 풍습을 잘 모르고 문상만 하고 왔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천하의 나쁜 놈’이 된 경우도 있었다. 잦은 손님치레로 밤늦게까지 깨어 있고 아침에는 늦게 일어나던 한 귀촌인은 결국 마을을 떠나야 했다.

양환욱 전북 순창군 귀농귀촌종합지원센터장은 “작든 크든 문제를 그냥 두면 곪아서 결국 원주민과 이주민 사이는 회복할 수 없을 만큼 나빠지게 된다”며 “귀농·귀촌인이 잘 정착하게 하려면 지자체든 귀농귀촌협의회든 혹은 이장이든 갈등 초기에 개입해 중재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희·이현진 기자 montes@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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