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 핫피플] “산악지대 불길 우리가 잡는다” 사명감 활활

입력 : 2020-06-08 00:00 수정 : 2020-06-08 23:18
4일 강원 강릉시 성산면 보광리 대궁산 자락에서 진행된 ‘기계화 진화시스템을 활용한 산불진화훈련’에서 동부지방산림청 산불재난특수진화대 소속 김종서 대원(48)이 동료들과 함께 진화훈련을 하고 있다. 강릉=김도웅 기자

[팔도 핫피플] 고성산불 진압 숨은 공신…동부지방산림청 ‘산불재난특수진화대’

현장까지 40㎏ 물 호스 운반 개인장비 총동원 화재 진압

헬기 못 뜨는 야간에도 투입

낙상·낙석 등 돌발위험 속 매주 두세차례씩 훈련 매진
 



“여기는 살수조. 불길이 커서 한시가 급해. 중간수조 설치하자마자 펌프 돌려서 물 올려.”

“수신 완료. 다들 침착하게 자기 위치 준수해. 낙상·낙석 사고 각별히 조심하고.”

4일 오후 2시께 강원 강릉시 성산면 보광리 대궁산 자락. 원인 모를 불이 골짜기를 따라 번지고 있다는 모의 신고를 받은 동부지방산림청 소속 산불재난특수진화대(이하 특수진화대) 대원 13명이 현장에 급파됐다. 경사가 가파른 산악지대 특성상 소방차는 진입할 수 없었다. 조금도 지체할 수 없는 긴급한 상황에서 대원들은 비장한 눈빛을 교환하고서 물 호스를 끌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주불은 소방차로부터 약 700m 떨어진 산속에 있었다. 보유한 물 호스들의 최대 길이는 500m. 중간에 물을 한번 모았다가 주불이 있는 곳까지 공급하는 작전이 필요했다. 두명의 대원이 소방차로부터 200m 떨어진 완만한 지형에 중간수조와 중형펌프를 다급히 설치했다. 그새 살수조 두명은 또 다른 물 호스를 끌고 주불 지점에 도착했다. 나머지 대원들은 띄엄띄엄 서서 물 호스를 살수조 쪽으로 연신 끌어올렸다. 펌프가 작동하자 중간수조에 모인 물이 호스를 타고 살수조에 공급됐다. 모두의 이마에 굵은 땀방울이 비오듯 흘렀다.

한시간여 사투 끝에 상황 종료. 실제 상황을 방불케 하는 특수진화대의 ‘기계화 진화시스템을 활용한 산불진화훈련’이었다.

특수진화대는 2016년부터 산림청이 채용한 산불재난 특화 전문요원들이다. 보통 10여명이 한조를 이뤄 40㎏이 넘게 나가는 물 호스 여러개를 현장까지 직접 운반해 산불 진화에 나선다. 이들은 낮에는 헬기가 공중에서 쏟아붓는 용수를 온몸으로 맞아가며 불갈퀴·등짐펌프 등 개인 진화장비를 동원해 산불을 잡는다. 시야가 제한돼 진화헬기가 뜨지 못하는 야간에도 누구보다 빠르게 현장에 투입된다.

특수진화대의 진가는 5월1일 밤에 발생한 고성산불 때 특히 빛났다. 당시 온 국민이 강한 바람을 타고 급속히 번지는 불길을 보며 2019년 4월 고성·속초 산불의 악몽을 떠올렸던 상황. 본격 영농철을 앞둔 터라 인근 농지까지 불이 번질까 농민들도 노심초사했지만, 불은 인명피해 없이 산림만 태우고 다음날 오전 조기 진화됐다. 밤샘 진화작업에 나선 대원들의 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최일선 현장에서 일하는 만큼 애환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깊은 산속에선 돌풍이 자주 불고 바람의 방향도 시시각각 바뀌다보니 예측할 수 없는 거센 불길에 목숨을 위협받을 때가 잦다. 낙상·낙석 등 돌발위험도 항상 뒤따른다.

하지만 사명감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 올해 2월 근무를 시작한 최연소 대원 고만희씨(25)는 “지난해 고향인 강릉 옥계를 덮친 산불을 본 후 ‘불을 꺼 나라를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특수진화대에 자원했다”며 “조상들이 남겨주신 소중한 자연을 후대에 물려주고자 매주 두세차례씩 진화훈련에 매진하는 중”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한편 특수진화대는 현재 동부지방산림청을 비롯한 전국 5개 지방청과 27개 국유림관리소에 430여명이 배치돼 활동하고 있다.

강릉=김윤호 기자 fact@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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