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기업 운영자, 주민과 협력…농촌의 새로운 가치 창출하다

입력 : 2020-05-22 00:00 수정 : 2020-05-24 00:00

[자연에서 찾은 제2의 삶] 마을기업운영자 박희축씨

친구의 정부사업 유치 돕다 귀향

호롱불마을영농법인 10년 넘게 운영 주민들 의견 적극 수렴해 신뢰 얻어

2010년 삼성전자와 자매결연 후

가공사업·체험장·캠핑장 등 활기 2017년엔 마을방문객 1만명 넘어
 


20여년을 고등학교 교사로 살았던 박희축씨(61)의 삶은 고향 친구의 작은 부탁으로 2막을 열었다. 전북 무주군 설천면 지역에 정부사업을 유치하기 위한 계획안 문서작업을 도와달라는 부탁이었다. 자신의 도움으로 유치가 성사되자 그는 아예 고향 마을로 귀향해 마을기업운영자가 됐다. 그는 그렇게 무주 호롱불마을영농조합법인의 대표격인 위원장으로서 10년 넘게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호롱불마을영농조합법인은 이곳 주민 56가구가 출자해 설립한 마을기업이다. 마을기업이란 각종 지역자원을 활용한 수익사업을 통해 소득 및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공동체 이익을 실현하고자 운영하는 마을 단위의 기업이다.

마을기업운영자는 대표·위원장·이사 등 직책을 맡아 주민 참여형 사업과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실행한다. 귀농·귀촌인 중 관련 경험이 있는 사람을 마을기업에서 채용해 운영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 박씨도 이에 해당한다.

“퇴직을 결심했을 당시 제 나이가 쉰살이어서 몇년 더 교사로 일할 수 있던 시기였어요. 하지만 고향 마을을 위해 일해보고 싶어 과감히 귀향했죠. 새로운 일을 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며 제 인생은 활력을 되찾았어요.”

호롱불마을로 온 그를 기다리는 건 막중한 책임감이었다. 마을주민의 소중한 돈으로 세운 마을기업을 잘 이끌어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주민 모두가 주인인 기업을 대표해 활동해야 했기에 우선 주민의 신뢰를 얻는 게 관건이었다.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고향에서 살았지만 떠난 지 수십년이 지났기에 마을주민에게 박씨는 그저 이방인일 뿐이었다.

“겸손한 자세로 주민들의 마음을 열 수 있었어요. 주민의 의견을 무조건 수렴하려 했죠. 마을에 대해선 그들이 저보다 더 잘 알고 있으니까요. 마을기업운영자고 리더라고 해서 독단적으로 행동하면 신임을 얻을 수 없어요.”

그의 노력으로 2010년에 마을은 삼성전자(당시 삼성LED)와 자매결연을 했고, 이를 계기로 마을사업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농산물 가공식품 판매량이 급증했고 다양한 농촌체험프로그램도 성공적으로 운영됐다. 2017년엔 마을방문객이 1만명을 돌파했고 수익은 주민에게 배당금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산촌마당서 캠핑을 즐기는 방문객들.


주민들에게 부족한 마케팅 능력은 박씨가 채웠다. 박씨는 철저히 도시 수요자 입장에서 마을의 관광자원을 팔 수 있을지 고민했다. 농가 마당에서 캠핑을 할 수 있게 한 ‘산촌마당캠핑’이 대표적인 그의 작품이다. 방문객은 자연 속 캠핑의 묘미를 만끽하면서도 안전하고 깔끔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어 좋고, 마을주민은 별다른 투자 없이 숙박업을 할 수 있으니 이득이었다.

현재 그는 전국을 다니며 호롱불마을의 성공 비결을 전파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우리 마을주민들이 어디 가서 자신 있게 ‘나 호롱불마을에 산다’고 할 때 가장 뿌듯해요. 주민들이 마을에 대한 자부심을 더 느끼게 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무주=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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