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법 허술해 투기 늘어…21대 국회서 법 개정을”

입력 : 2020-04-29 00:00

[인터뷰] 사동천 한국농업법학회장

투기꾼 ‘불법 명의신탁’ 여전 임차료 올려 직불금까지 갈취 농지 소유 예외조항 많아 문제


농지 소유·이용 문제는 농업계의 해묵은 과제다. 그 근간에는 허술한 농지법이 있다. 사동천 한국농업법학회장(홍익대학교 법학과 교수)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행 농지법의 문제점과 개정 방향을 짚어봤다. 



― 우리나라 농지 실태를 진단하자면.

▶경자유전의 원칙이 무너진 지 오래다. 농지를 농사짓는 땅이 아닌 예비 개발지역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이 때문에 전국적으로 농지 투기가 만연하다. 투기로 폭등한 농지값은 세계 2위 수준이다. 국회의원·고위공직자·자산가 등이 농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뉴스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 개정된 농지법은 누더기가 됐다. 해결책이 있어도 법을 바꾸려는 사회적 의지가 약하다.

― 그럼에도 농지를 지켜야 하는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식량안보가 세계적 이슈로 떠올랐다. 주요 식량생산국의 수출 제한과 국경 봉쇄 등에 대비해야 한다. 중국이 메뚜기떼 피해로 세계 식량을 빨아들일 경우 등 비상사태를 고려해 식량안보를 지켜야 한다. 국내 식량생산을 위해 농민에게 농지를 돌려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논의 홍수 방지, 대기온도 조절 기능 등 농지가 창출하는 공익적 가치도 간과해선 안된다.

― 가장 심각한 농지 문제는.

▶최근 투기꾼들은 농지를 불법 취득해 임차인에게 명의신탁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 농지 소유권 등기를 농민 이름으로 해놓고 실상은 불법 임대차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적발됐을 때 신탁자인 투기자는 수탁자인 농민에게 농지 소유권을 반환받을 수 있다. 이렇게 법이 허술하다보니 투기자가 늘고 농지값은 천정부지로 뛴다. 덩달아 임차료도 올라 병작반수(竝作半收·지주와 소작인이 소득물을 반씩 나누는 제도) 사례가 적지 않다. 임차료 인상은 직불금을 갈취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임차료 관련 규정은 없다. 결국 땅을 빌리기도 버거운 사람들은 농업을 포기한다.

농지법상 비농민의 농지 소유를 허용하는 예외조항이 많은 것도 문제다. 특히 상속·이농자 등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게 되면서 농지 세분화 문제가 심각해졌다. 친환경농업에 적합한 산지 중에는 상속으로 땅이 쪼개지면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농지가 많다. 비농민들이 농지를 묵혀두고 땅값 오르기만을 기다리기 때문이다. 땅이 세분화되다보니 경지정리를 하기 어려워 농지 규모화, 스마트농업 도입 등도 어려운 실정이다.

― 21대 국회에서 농지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농지 소유·이용 문제는 투기와 맞닿아 있다. 투기를 근절하려면 농지법상 명의신탁 농지의 소유권 반환청구를 금지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불법으로 명의신탁을 한 투기자는 땅을 돌려받을 수 없고, 실경작자인 임차인이 농지를 갖게 된다. 직불금이 부재지주에게 흘러가는 것을 막으려면 임차료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 임차인의 연간 1회 산출소득의 1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임차료를 정하는 것이다.

불가피하게 농지를 소유한 비농민은 일정기간 후에 농지를 처분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농사를 짓지 않는 상속·이농자 등이 무기한 농지를 소유하는 것은 헌법상 경자유전의 원칙에 어긋난다. 농지은행이 비농민이 처분한 농지를 사들여 농업용 택지 등을 조성한다면 농지 세분화 문제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여러 농지법 개정안들이 발의됐지만 빛을 보지 못했다.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위해 21대 국회에선 농지법 개정이 꼭 이뤄져야 한다.

하지혜, 사진=김병진 기자 hybrid@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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