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직불제 5월 시행…비농민 지주의 직불금 수령 어쩌나

입력 : 2020-04-22 00:00 수정 : 2020-05-26 21:54

공익직불제 5월 시행…농지 절반은 임차인데 투기 목적 도시민 지주 상당수

8년 자경 때 양도소득세 감면 증명 위해 직불금 챙기기 일쑤

경자유전, 농촌현장서 힘 못써 공익직불제 향한 우려의 원인


“지주들이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해주지 않아 임차인의 불이익이 많다. 직불금도 못 받고 농지 지원 관련 혜택도 제외되는 실정이다.”(경기 남양주 김모씨)

“임차인이 농업경영체로 등록해 직불금을 받았다 해도 지주가 직불금을 요구하면 되돌려줘야 한다.”(전남 담양 한모씨)

“현행법상 농지를 구입한 뒤 농사짓지 않으면 벌금을 물게 되는데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않다. 귀농인 농지 구입과 영농기회를 높이고 체계적인 농지 관리를 위해 대책이 필요하다.”(강원 강릉 송모씨)



2016년 3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농지 문제와 관련해 수렴했던 현장여론의 일부다. 4년이 흘렀지만 상황은 달라진 게 없다. 농지 얘기가 나오면 농민들의 목소리는 높아진다. 2017년 기준 임차농지 비율은 51.4%로 전체 농지의 절반을 넘는다.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본디 농민이 소유하게 돼 있는 농지를 도시민들이 대거 차지하고 있다”며 “많은 지주가 농사를 직접 짓지 않고 땅을 임대주고 있다는 얘기”라고 했다.

농사도 짓지 않을 땅을 왜 움켜쥐고 있을까. 농지를 붙들고만 있어도 땅값이 오른다는 기대가 높아서다. 1990년 210만㏊였던 경지면적은 2018년 160만㏊로 감소했다. 매년 1만7000㏊가량의 농지가 30년 동안 꾸준히 도로·택지 등으로 전용된 셈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농지 투자’를 검색하면 일반인들에게 농지 매입을 부추기는 정보가 그득하다. 이런 가수요까지 붙어 농지값은 농업소득을 취하려는 농민들에게 너무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올랐다. 농사규모를 늘리려는 농민이나 농사에 뛰어들려는 청년·귀농인들이 임차농으로 전전하는 이유다.

남의 땅에 농사짓는 농민들은 불안감이 크다. 정식 계약서 없이 구두계약으로 임대차가 이뤄지는 경우가 흔해 몇년 동안 공들여 과원을 조성해도 지주가 나가라면 헛일이 된다. 투자 또는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보유한 지주는 농사도 짓지 않으면서 농민 행세를 한다. 8년간 자경하면 농지 양도소득세를 감면받을 수 있어서다. 지주들이 자경 조건을 증명하려 직불금을 받는 사례가 많다보니 임차농들만 애꿎은 피해를 보는 처지로 몰린다.

헌법은 ‘경자유전’을 규정했지만 농지법엔 이를 뒤집는 예외조항이 수두룩하다. 실경작자를 보호하는 법과 제도 역시 땅주인이 주도권을 가진 농촌현장에선 힘을 쓰지 못한다. 농사의 기본인 농지 문제가 뒤틀린 탓이다.

박진도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장은 연초 기자간담회에서 “농정의 기본인 사람과 농지 제도가 문란해서는 농정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농지 문제를 정비하지 않고서는 문재인정부가 강조하는 ‘농정 틀 대전환’과 ‘농업의 지속가능성’ 논의를 이어갈 수 없다는 의미다. 정부가 2조4000억원의 재정을 들여 5월부터 공익직불제를 시행하지만 적잖은 임차농들이 ‘그림의 떡’이란 반응을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농민신문>이 3차례에 걸쳐 농지의 소유·이용 관련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살펴본다.


홍경진 기자 hongkj@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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