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간 누더기 된 농지법…농지 취득 예외조항 수두룩

입력 : 2020-04-22 00:00 수정 : 2020-04-22 00:32

1950년 농지개혁 이후 변천사

1980년 임대차 등 부분 인정 1990년 영농법인도 소유 도시에 거주해도 취득 허용

1950년 농지개혁 이후 대한민국 농지 제도의 중심에는 항상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이 있었다. 하지만 이 원칙은 지난 70년 동안 법 제도의 변천을 거치며 농민이 아니어도 농지를 취득할 수 있는 수많은 예외조항을 가진 누더기가 됐다.

정부는 농지를 농민에게 적정하게 분배하고자 1949년 ‘농지개혁법’을 만들고 1950년 유상몰수·유상분배의 농지개혁을 단행했다. 농지개혁법에서 정한 경자유전은 가족 단위로 자작하는 농가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농지 소유의 상한도 약 3만㎡(9075평·3㏊)로 설정해 과거처럼 대지주가 나오는 것을 제도적으로 막았다.

분배된 농지의 상속이나 매매 등 소유권을 처분하는 행위도 엄격하게 제한했고, 농지의 소작·임대차·위탁경영을 금지했다.

그러다 1980년 헌법 개정으로 농지임대차와 위탁경영이 부분적으로 허용됐다. 농업생산성 제고와 농지의 합리적인 이용을 추구한다는 취지에서 ‘농지의 임대차와 위탁경영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인정된다’는 내용이 헌법에 담겼다. 임차농지와 임차농가는 계속 늘었고, 1990년대 들어서는 경자유전의 원칙이 더욱 급격하게 무너졌다. 1990년 ‘농어촌발전특별조치법’이 제정되면서 영농조합법인도 농지를 소유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농지개혁법·농지임대차관리법 등을 통폐합해 1994년 ‘농지법’이 만들어졌다. 1996년 시행된 이 법률에 따라 농지는 농민 또는 농업법인만 소유하도록 제도화됐다. 하지만 농지 소재지 거주 요건이 폐지되면서 도시에 사는 사람도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 농지를 가질 수 있게 됐다. 1999년엔 임차료 상한제 등 임차농가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폐지됐고, 농지 소유의 상한은 약 5만㎡(1만5125평·5㏊)로 확대됐다.

2003년엔 주말 영농을 목적으로 도시민도 1000㎡(302.5평·0.1㏊) 미만의 농지를 취득할 수 있게 됐다. 그 이후로도 농업을 연구하는 바이오·벤처 기업 연구소, 직업탐색을 하는 대학생에게도 농지 소유의 길이 열렸다. 농지 소유 규제를 풀고, 비농민의 농지 소유를 확대해오며 누더기가 된 농지법의 현주소다.

함규원 기자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