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게스트하우스·미술관·책공방 변신…도시민 발길 이끌다

입력 : 2020-03-11 00:00 수정 : 2020-03-11 23:47
수년째 비어 있던 전남 담양군 월산면 월평리의 집이 게스트하우스로 탈바꿈했다. 이곳은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모으며 마을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애물단지 농촌 빈집 (하)색다른 활용법 주목

전남 담양 월평리

도시재생 법인, 빈집 인수 한옥 형태 숙소 만들어 각광 소득은 마을 주민에 환원

전북 완주 삼례읍

일제 때 만든 6개 양곡창고 문화예술촌 조성해 명소로

경남 밀양 진장마을 등

주민이 직접 마을 재정비 관광객 늘어 지역경제 활성화
 


애물단지 농촌 빈집이 지역의 보물단지로 거듭난 사례도 있다. 꼭 필요한 공간으로 탈바꿈해 쇠락하던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는가 하면, 도시 관광객의 발걸음을 끌어들이는 지역 랜드마크로 재탄생한 빈집도 있다. ‘빈집의 재발견’이라고 할 만한 곳들을 소개한다.



◆빈집 고치니 농촌마을에 활기가=일본 효고현의 ‘분산형 호텔’은 빈집 활용 우수사례로 손꼽힌다. 지역의 빈집들을 숙소·식당·체험공간 등으로 개조한 것이다. 빈집을 고친 각각의 공간들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어 관광객들은 쉬고, 먹고, 체험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마을 전체를 둘러보게 된다. 빈집을 개조해 마을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는 효과를 거둔 셈이다.

국내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전남 담양군 월산면 월평리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펀(fun)한노리터’가 그곳이다. 빈집 3곳을 게스트하우스로 고쳐 주말에는 관광객을 받고 평일에는 지역주민들의 쉼터로 활용한다. 현재는 지역 다문화 학생을 위한 도서관, 주민들이 공동으로 소득을 창출하는 마을카페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마을 공용창고를 탈바꿈하고 있다.

펀한노리터를 만든 것은 도시재생 전문법인 ‘노리터’다. 2017년 정용근 노리터 대표는 우연히 들른 월평리에 사로잡혔다. 도시 소음이 미치지 않는 호젓한 분위기가 특히 매력적이었다.

그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빈집이었다. 당시만 해도 월평리에는 한집 건너 한집이 빈집이었다. 정 대표는 “빈집을 살리면 마을 전체가 되살아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수년째 방치된 빈집 1곳을 사들여 한옥 스타일의 게스트하우스로 탈바꿈했다. 마을 곳곳 회색 담벼락에는 벽화를 그려 넣었다.

그러자 시골집 같은 정취에 가족 단위 중심으로 손님이 늘기 시작했다. 손님들은 마을을 돌아다니며 오리나무수액과 벌꿀 등 지역특산물을 사가기도 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발생한 소득은 주민들과 함께 나눈다. 마을에 인터넷선이나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등을 설치하는 방식이다.

담양에서도 벽지로 꼽히는 월평리에 사람들의 발길이 드나들면서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김정남 월평리 부녀회장은 “여행객뿐 아니라 손자들이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찾아오는 일이 늘었다”며 “마을에 활력이 생기면서 전입하는 가구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외지인의 출입을 경계하던 주민들의 생각도 바뀌었다. 자신이 소유한 빈집을 활용해보라고 먼저 제안하는 주민도 생겨났다. 게스트하우스 3호와 현재 개조 중인 마을 공용창고가 주민들이 사용하도록 선뜻 내준 공간이다.

이런 변화를 목격한 정 대표가 지난해 도시재생 기획·컨설팅 등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자 만든 법인이 노리터다. 이를 통해 월평리에서의 경험을 빈집문제에 시달리는 전국 각지에서 이어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양곡창고를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한 전북 완주군 삼례읍 삼례문화예술촌.


◆애물단지에서 지역 랜드마크로=이렇듯 잘 정비된 빈집은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모으고 지역활성화에 크게 이바지한다. 펀한노리터 이외에도 모범으로 삼을 만한 사례가 전국 각지에 적지 않다.

대표적인 곳이 전북 완주군 삼례읍이다. 이곳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는 ‘삼례문화예술촌’이다. 원래 이곳은 일제강점기 양곡수탈을 위해 세워진 양곡창고였다. 완주군은 양곡창고에서 어두운 역사를 걷어내는 대신 예술작품을 채워넣었다. 6개 양곡창고를 디자인박물관·책박물관·책공방·미술관·목공소 등으로 개조한 것이다.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이곳은 매년 수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로 거듭났다. 삼례문화예술촌에서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는 역시 양곡창고를 고쳐 만든 북카페 ‘삼례책마을’과 실제 기차를 카페로 탈바꿈한 ‘비비정’도 있다.

주민들이 직접 나서 빈집을 창작·전시 공간으로 꾸민 경남 밀양시 내이동 진장마을은 최근 떠오르는 관광명소다. 지난해말 빈집 6곳을 고쳐 만든 복합 문화 플랫폼 ‘미리미동국’이 이곳의 상징물이다. 지역에 있는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이자 전시·체험도 이뤄지는 공간이다. 이곳뿐만 아니라 빈 상가 등 마을 유휴공간에서는 플리마켓(벼룩시장)과 공연 등이 열린다. 골목길에는 마을의 역사를 담은 벽화가 그려져 있어 관광객들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만든다.

강원 정선군 고한읍은 폐광 등의 여파로 마을에 빈집이 우후죽순 생기자 주민들이 ‘고한18번가 마을만들기위원회’를 꾸려 빈집 11곳을 객실·공방·카페·사진관·마을회관 등으로 재정비했다. 고한읍은 한걸음 더 나아가 일본 효고현의 ‘분산형 호텔’처럼 마을을 하나의 호텔로 만들고 있다. 이 집에서 자고, 저 집에서 먹고, 또 다른 집에서 체험하는 독특한 관광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김진용 고한읍 마을호텔협동조합 상임이사는 “빈집을 활용해 마을재생은 물론 주민소득도 창출할 계획”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양석훈 기자 shaku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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