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농촌 ‘위태’…공공보건의료대학원 설립 ‘시급’

입력 : 2020-02-24 00:00 수정 : 2020-02-25 19:38

21대 국회, 이것만은! (8)도농 건강불평등 해소

의사·간호사 수도권에 몰려 의료기관도 도시의 13% 불과

10만명당 치료 가능한 사망자 도농간 격차 최대 3.6배 달해

공공의료대학원 설립 법안 정치권 이해관계 얽혀 외면

특수건강진단제 도입 관련 법 개정안도 처리 못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이 확산하면서 전문 의료인력과 시설이 부족한 농촌지역 주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본지 2월14일자 5면 보도). 농촌의 의료공백은 요즘 같은 재난상황 때만 대두됐던 문제가 아니다. 의료 인력·시설의 도시 쏠림현상으로 농촌주민들은 생활권 내에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기 어렵고, 이는 곧 도농간 건강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농업계는 각종 선거를 치를 때마다 농촌지역의 의료공백에 문제를 제기해왔지만, 여전히 해결은 요원하다.



◆농촌주민의 국민보건권은?=‘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헌법 제36조에는 이른바 국민보건권이 명시돼 있다. 그렇다면 농촌주민들도 이 권리를 평등하게 누리고 있을까.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의 ‘2018년 농어업인 등에 대한 복지실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도시의 보건의료기관수는 5만8944개소였다. 반면 농어촌에 있는 보건의료기관수는 7687개소로 도시의 13%에 불과했다. 농촌 내 의료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보건복지부가 2018년말 실시한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의사 중 48.8%와 간호사의 51.4%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지역에서 근무하는 의사와 간호사의 비율은 각각 10.5%, 8.6%에 그쳤다.

이처럼 열악한 의료환경은 농촌주민의 건강·생명과 직결된다. 복지부의 ‘2017년 국민보건의료 실태조사’에 따르면 ‘치료가능사망률’에 대한 지역별 격차는 최대 3.6배에 달한다. 치료가능사망이란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았다면 피할 수 있었던 죽음을 뜻한다.

인구 10만명당 ‘치료할 수 있었던 사망자’는 서울 강남구는 29.6명, 경북 영양군은 107.8명에 이를 정도로 도농간 격차가 컸다.

농촌은 심각한 고령화와 농부증 때문에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점에서 의료 인력·시설 확충이 절실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8년 평균 진료횟수는 도시민이 19.42회, 농촌주민은 22.92회였다. 이런 가운데 중증질환을 앓는 농촌주민은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고자 관내보다 관외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실정이다.

◆공공보건의료대학원 설립 추진해야=농업계가 도농 건강불평등 해소를 위해 줄곧 요구해온 사안은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원 설립이다. 2018년 정부는 농촌지역의 의료공백을 메울 대안으로 공공보건의료대학원 설립을 추진했다.

2022년 전북 남원에 49명 정원의 공공보건의료대학원을 세우고 학생들의 학비를 전액 지원하는 대신 의사면허를 취득하면 의료취약지에서 10년 정도 근무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우수한 공공의료 인력을 양성해 지방으로 분산시키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발의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20대 국회가 끝나가는 지금까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묶여 있다.

사실상 이번 국회에서 무산된 공공보건의료대학원 논의를 다시 이어가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단 의료계가 의료취약지에 있는 공공의료기관의 근무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거기에다 야권이 총선을 앞두고 특정 지역에 혜택을 부여하는 데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여야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공보건의료대학원 설립문제는 이해관계의 대립을 넘어 필요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농어촌과 도시의 의료서비스 제공 환경이 다른 만큼 농어촌의 인구학적 특성과 질병 양상을 반영한 보건의료인력 교육과 육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1972년 설립한 자치의과대학에서 매년 120여명의 의사를 배출해 전국 의료취약지에 고루 배치하고 있다.

20대 국회에는 농어업인 대상의 특수건강진단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발의된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역시 잠들어 있다. 농업은 건설업·광업과 함께 국제노동기구(ILO)가 정한 3대 위험산업으로 꼽힌다. 따라서 유해한 환경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안전·건강관리를 위해 특수건강진단제도를 시행 중인 것처럼 농민들에게도 혜택을 주자는 내용의 법안이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남 천안을)은 “농어업인의 건강검진 수검률은 2015년 기준 63.4%로 비농어업인(76.1%)보다 훨씬 낮은 데 반해 농작업으로 인한 근골격계·신경계 질환, 농약중독 등 농민 질병은 크게 늘고 있다”며 특수건강진단제도 도입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내년부터 ‘여성 농어업인 특수건강검진제도’를 시행하기로 했지만, 농업계는 만족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수건강진단제도 확대를 비롯해 농촌주민의 보건권을 강화하는 일은 이제 21대 국회의 과제로 남았다.

하지혜 기자 hybrid@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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