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위기 현실화…“고향세 도입 더 미루면 안된다”

입력 : 2020-02-12 00:00
일본 ‘후루사토 납세(고향세)’ 사이트에 올라온 답례품들.

21대 국회, 이것만은! (3)고향세

2007년 대선공약으로 등장 10년 넘게 논의만 ‘맴맴’ 20대 국회 문턱도 못 넘어

농업계 법률 제정 촉구 국민도 ‘고향세 도입’ 공감

2008년부터 시행한 일본

납세실적 해마다 크게 늘고 선물로 농축산물 제공해 활력
 



‘고향사랑 기부제도(고향세)’ 도입은 10년 넘게 난항을 겪는 농업계의 대표적인 숙원사항이다. 농업계는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고향세 도입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고향세는 도시민이 자신의 고향이나 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를 지정해 기부하는 제도로, 지방재정 확충을 통해 농업·농촌을 살릴 효과적인 방안으로 꼽힌다. 이제 21대 국회가 그간의 논의를 마무리 짓고 고향세 도입이라는 결실을 맺어야 할 때다.



◆10년 넘게 제자리걸음=고향세 논의의 출발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7대 대선을 앞두고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가 도시민이 내는 주민세의 10%를 고향으로 보내자는 공약을 내놓으며 고향세를 처음 제안했다. 이후 정치권에서 고향세를 총선 공약으로 제시하는 등 논의가 활발했으나 가시화된 성과는 내지 못했다. 그러다 2016년 2월 강원발전연구원이 일본의 고향세 성공사례를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고, 그해 여름 관련법 개정안이 두차례 의원입법으로 발의되면서 고향세 도입 움직임이 재개됐다.

다시 불씨를 확 당긴 건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지자체간 재정 불균형을 없애는 방안으로 고향세를 공약했다. 도시민이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 기부하면 10만원까지는 전액 세액공제하고, 10만원을 넘는 금액에 대해서는 16.5%를 국세인 소득세와 지방소득세에서 공제해주는 게 뼈대다. 이후 문재인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고향세가 포함되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뿐 아니라 야당 의원들도 관련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고향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여야의 공감대가 확산됐다. 20대 국회 들어 발의된 고향세 관련법만 15건. 하지만 수도권·대도시 지자체의 암묵적인 반대로 입법의 첫 관문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의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다. 

◆성공가도 달려가는 일본 고향세=일본은 지방소멸을 막고 농촌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2008년부터 고향세를 시행하고 있다. 일본의 고향세는 해를 거듭할수록 납세실적이 껑충 뛰는 등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2018년 고향세 납세 총액은 5127억엔(약 5조5443억원)에 달한다. 2017년 3653억엔보다 40%나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고향세의 성공 요인으로 답례품을 꼽는다. 일본 지자체들은 고향세 납세자에게 감사의 의미로 지역 특산물이나 농축산물을 선물로 제공하고 있다. 일본 교토부 교탄고시 시장을 지낸 나카야마 야스시 지역창생전략기구 대표는 “고향세 납세자에게 보내는 답례품 목록을 보면 농축수산물이 3분의 2가량을 차지하고, 과일류와 육류가 가장 선호하는 인기 답례품으로 꼽힌다”면서 “답례품이 농촌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파급효과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제도를 보완해 납세 편의성이 높아진 점도 한몫했다. 일본 총무성은 2015년부터 최대 5곳의 지자체에 고향세를 내도 확정신고 없이 자동으로 세금 납부를 확인할 수 있는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하고, 신용카드로 전자납부도 가능하게 했다.

◆이번만은 반드시 도입해야=소멸 위기에 처한 농촌지역을 위해 고향세 도입을 더는 미뤄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방소멸 위기가 현실화하면서 고향세 도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높은 수준이다. 한국갤럽과 본지의 ‘고향세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9.7%가 고향세 도입에 찬성(찬성하는 편, 매우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과반 이상이 고향세가 도입되면 도시와 지방 사이의 재정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농업계에서는 4월15일 새롭게 국민의 선택을 받는 국회의원들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고향세 도입’을 핵심농정 공약으로 제시했다.

한농연은 “소멸 위기에 직면한 농촌 지자체를 살려 농촌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고향세 관련 법률을 제정하고 후속제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함규원 기자 on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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