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식량안보·자연보전’ 농업가치 명문화를”

입력 : 2020-02-10 00:00 수정 : 2020-02-10 23:11
농협을 비롯한 범농업계는 2017년말 ‘농업가치 헌법반영 서명운동’을 펼치는 등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헌법에 담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다. 사진은 2017년 11월 서울역에서 열린 ‘농업가치 헌법반영 전국 동시 가두캠페인’에서 도시민들이 서명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21대 국회, 이것만은! (2)농업가치 헌법반영

헌법에 공익적 기능과 국가의 지원의무 없어

농업계 줄기차게 개헌 요구 국민적 공감대도 높았지만 대통령 개헌안 처리 무산

농민·국민 목소리 반영해 개헌 로드맵 마련해야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반영하라!”

농업계는 2017년부터 헌법개정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다름 아닌 농업의 공익적 기능과 그에 따른 국가의 지원의무를 헌법에 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농업계의 노력으로 마련된 개헌안은 20대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한 채 증발했다. 농업가치 헌법반영에 대한 새로운 논의는 이제 21대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시대적 흐름에 뒤처진 헌법=농업은 농산물 생산이라는 일차적 역할 외에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하고 있다. 식량안보와 자연환경·경관 보전, 생물다양성 유지, 홍수조절, 농촌사회 유지, 국토 균형발전과 같은 긍정적인 가치를 창출한다.

국제사회는 오래전부터 농업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해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 국제기구는 1990년대 후반부터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인정하고 활발한 논의를 전개했다. 유럽연합(EU)·일본 등 선진국은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증진시키기 위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유찬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농업선진국인 스위스는 1996년 연방헌법 제104조에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규정한 데 이어 2017년 식량안보 조항을 추가로 신설했다”며 “헌법을 근거로 농업활동을 통한 공공재 생산활동을 권장하고 있으며, 농민들은 이를 충실히 구현하고 이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같은 세계적 흐름과 동떨어져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제121·123조에 농업 관련 조항을 다루고 있지만 농업의 공익적 기능과 그에 대한 보장내용은 없다. 1987년 이후 30여년간 개헌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농업의 가치규정도 과거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헌법은 국가 법질서체계의 최상위 규범이다. 따라서 모든 하위법령과 국가기관이 행사하는 공권력의 근거가 된다. 농업의 공익적 기능과 그에 따른 국가의 지원의무를 헌법에 담으면 국가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법률을 만들고 정책을 시행할 책무를 지게 된다. 정책과 예산 배정에서 홀대받는 농업계의 입장에서 농업가치의 헌법반영은 농업·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 기반을 구축하는 것과 같다.

헌법을 통해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보장하는 것은 농민만을 위한 일이 아니다. 식량안보와 생태보전 등 농업의 공익적 기능은 국민의 먹거리 또는 삶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높다. 농경연의 ‘2019년 농업·농촌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도시민의 64.2%가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이 많다’고 응답했다. 2017년 11월 농협을 중심으로 범농업계가 펼친 ‘농업가치 헌법반영 서명운동’엔 한달여 만에 1153만8570명이 참여했다. 2018년 2월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개헌 안건에 대한 여론을 수렴했을 당시 의견을 낸 국민 중 87%가 농업가치의 헌법반영에 찬성표를 던졌다. 

◆개헌 로드맵 마련해야=농업계의 요구와 국민적 지지를 기반으로 추진됐던 개헌이 무산된 데는 국회의 책임이 크다. 헌법개정은 국회 재적의원의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할 수 있다. 개헌이 한참 논의되던 2년 전 여야는 농업가치 헌법반영의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대통령의 권한 조정 등 권력구조와 선거구제 개편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에 2018년 3월 대통령이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명시한 개헌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여야의 정치싸움으로 기한 내 의결이 무산됐고, 대통령 개헌안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을 앞두고 농업계는 다시 희망을 품고 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와 한국농업인단체연합 등 농민단체들은 총선 농정공약 요구사항으로 농업가치의 헌법반영을 제시했다. 헌법에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담으려면 국회가 다시 개헌 논의에 불을 지펴야 한다. 더불어 농업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개헌 로드맵을 마련하고 농업가치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넓혀가야 한다는 것이 농업계의 중론이다.

김제열 한농연 수석부회장은 “헌법에 식량안보 등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명시한다면 향후 식량자급률 목표치 법제화 등 농업·농촌을 위한 하위법령을 제정하는 데 큰 기틀이 될 것”이라며 “21대 국회에선 농업가치의 헌법반영이 정쟁에 휘말려 좌초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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