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함양 남계서원, 전형적 ‘전학후묘’ 양식 돋보여

입력 : 2020-01-29 00:00 수정 : 2020-01-29 15:51
남계서원의 강학공간

유네스코 세계유산 한국의 서원 (3)경남 함양 남계서원

유학자 정여창 제향 위해 건립

일대 향촌민 교화 담당하고 조선후기 유교윤리 보급 주력

유식·강학 공간은 낮은 곳

제향공간 높은 곳에 배치해 각 공간이 지닌 위계 드러내
 


남계서원은 1552년 소수서원에 이어 두번째로 건립된 서원으로 경남 함양에 있다. 함양에선 예로부터 많은 선비가 배출되어 ‘좌 안동’ ‘우 함양’이라는 말이 있다. 좌는 낙동강 왼쪽 땅을, 우는 낙동강 오른쪽 땅을 가리킨다. 이 ‘우 함양’의 학문적 자부심을 세운 인물이 일두 정여창(1450~1504년)으로 동방오현 중 한사람이다. 동방오현이라 함은 정여창·김굉필·조광조·이언적·이황을 일컫는다.

정여창은 점필재 김종직이 함양 군수로 있을 때 문하생이 됐고, 1498년 연산군 때 조의제문 사초사건으로 무오사화가 일어나면서 그에 연루돼 함경도 종성으로 귀양 가게 됐다. 1504년 봄에 유배지에서 병으로 사망했는데 그해 가을 갑자사화가 일어나자 부관참시당했다.

유학자 정여창의 학문은 폭넓고 유연했다. 율령과 법률제도 등 국가경영에 필요한 실무에도 해박했는데, 이것은 실천하는 유교를 강조한 그의 사상과 연관이 있다. 1610년(광해군 2년) 문묘에 종향됐다.

남계서원은 정여창을 제향하는 서원으로 출발했으며, 추가로 동계 정온과 개암 강익이 배향돼 있다. 또한 일대의 향촌민에 대한 교화를 담당하고, 특히 조선 후기에 들어와 흩어진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유교윤리 보급에 주력했다.

이곳은 지역 사림들에 의해 설립된 최초의 서원이자 한국 서원의 전형적인 전학후묘 형식이 도입된 사례다. 전학후묘는 앞쪽에 학업용 건물을, 뒤쪽에 묘당을 배치하는 방법이다.

남계서원이 들어선 터는 앞이 낮고 뒤로 갈수록 점점 높아지는 경사지다. 유식·강학 공간은 낮은 곳에, 제향공간은 높은 곳에 배치해 각 공간이 가진 위계를 지형의 고저를 이용해 드러내고 있다.

풍영루 아래를 지나 서원으로 들어서면 기단 위 높은 곳에 자리한 명성당(明誠堂)이 있다. 강당 건물인 명성당 앞 좌우에는 동재인 양정재(養正齋)와 서재인 보인재(輔仁齋)가 마당을 가운데 두고 마주 보고 서 있다. ‘남계(람溪)’와 ‘서원(書院)’이라고 쓴 2개의 현판을 나눠 건 것이 인상적이다.

강당 이름인 명성당은 <중용>의 ‘밝으면 성실하다’에서 취했다. 명성당의 왼쪽 방에는 ‘거경재(居敬齋)’, 오른쪽 방에는 ‘집의재(集義齋)’라고 쓴 현판이 걸려 있다. 거경재는 서원 원장이 거처하면서 원생들의 수업을 감독하던 곳이고, 집의재는 교수 및 유사들의 집무실 겸 숙소다. 성리학에서 강조하는 수기(修己)의 이념세계가 서원 건축에 반영됐음을 보여준다. 바로 지식을 온전히 해 마음과 몸을 닦고, 이것에 근거해 실천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정여창이 추구했던 학문의 본질과도 일맥상통한다.

강당 앞에는 좌우로 동재인 양정재와 서재인 보인재가 있다. 양정은 ‘순수한 상태의 인간에게 바른 것을 길러준다’는 뜻이며 보인은 ‘벗으로서 인(仁)을 돕는다’는 <논어>의 구절에서 취한 것이다. 동재와 서재의 누마루엔 특별한 이름이 붙여져 있는데 애련헌(愛蓮軒)과 영매헌(영梅軒)이라 부른다.

이 누마루를 통해서 동·서재 아래 누문 쪽으로 각각 조성되어 있는 연못에 핀 연꽃과 연못에 비친 주변의 매화를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남계서원의 누마루가 유식공간의 기능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두개의 연못을 나란히 조성한 연유는 탁한 물에서도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연꽃을 군자로 여겼고, 굳센 의지를 좋아했던 정여창의 마음은 찬 겨울을 뚫고 피어난 매화에 서려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남계서원의 정문 역할을 하는 풍영루의 2층 누각은 원생이나 유림이 모여 회합을 하거나 시회(詩會)를 열며 풍류를 즐기고 심성을 도야하는 공간으로 활용됐다. 풍영루에 올라 바깥 경치를 바라보면 서원 주변의 수려한 산수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배용 교수는…

▲한국의 서원 통합보존관리단 이사장 ▲영산대학교 석좌교수 ▲<농민신문> 편집자문위원 ▲전 이화여자대학교 총장 ▲ 전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장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