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신토불이] ‘애국 소비’ 옛말…‘心토불이’로 소비자 감동시켜야

입력 : 2020-01-01 00:00 수정 : 2020-01-01 23:11
왼쪽부터 전남 무안산 유기농 고구마, 제주산 유기농 참다래, 전남 강진산 유기농 귀리쌀, 딸기 ‘킹스베리’, 청포도 ‘샤인머스캣’. 사진제공=이마트, 농민신문DB

고급화로 ‘가심비’ 공략

비싸도 만족도 높으면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 커

농가, 트렌드 정확히 읽고 경제성도 따져 품종선택을

 

이야기로 관심 끌고

생산부터 판매까지 지원하는 유통업체의 농어민 협력사업

상품에 얽힌 산지 이야기 붙여 ‘믿을 수 있다’는 이미지 각인

 

상생으로 ‘가치 소비’ 유도

이름에 지역명 내세우거나 국산 활용 강조해 감성 자극

공익 기여 등 ‘착한’ 실천으로 ‘사고 싶은 농식품’ 만들어야
 



‘<샤인머스캣>과 국산 맥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식품소비 트렌드 모니터(농소모)들이 지난해말 뽑은 ‘2019년 7대 히트상품’에 포함된 두가지다. 이 둘의 공통점은 모두 ‘국산’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소비자의 사랑을 받은 것은 단지 ‘국산’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샤인머스캣>은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맛과 고급화 전략으로 2018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히트상품에 올랐다. ‘국산 맥주’는 ‘수제’라는 장점에 지역별 특성이 가미되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이제는 ‘애국심’에 호소하거나 ‘신토불이’만 강조해서는 소비자들이 국산 농식품에 눈길을 주지 않는다. 수입 농산물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세대들에겐 ‘국산+α(알파)’의 전략이 필요하다.



◆프리미엄화로 소비자 취향 맞춰야=‘가심비’를 추구하는 요즘 소비자들은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라면 다소 비싸더라도 지갑을 연다.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려면 농산물도 프리미엄화(고급화) 전략을 세워야 한다. 대표적인 예로 <샤인머스캣> <엔비> <킹스베리> 같은 ‘프리미엄 과일’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소비자의 취향을 정확하게 공략한 품종으로, 비싼 가격에도 과일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샤인머스캣>은 씨가 없으면서 껍질째 먹을 수 있고 당도가 높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맛과 품질·편의성을 모두 갖춘 것이다. 한송이가 1만원대로 비싸지만 ‘귀족포도’라는 이미지로 호기심을 끌어 “값이 싸지면 안 사겠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일반 사과보다 2배가량 비싸지만 당도가 높은 사과 <엔비>와 일반 딸기보다 2~3배 커 한알당 1000원에 판매되는 <킹스베리>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춘 품종 선택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하지만 인기 있는 품종을 무조건 따라 심기보다는 작목별로 경제성을 따져 품종을 선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승호 충남 예산능금농협 대리는 “품종을 바꾸려면 시간과 비용이 드는 만큼 기존에 심은 사과나무의 생산성이 떨어질 때쯤 새로운 품종으로 갈아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정민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농식품유통교육원 농산물마케팅전문가과정 교수는 “품종뿐 아니라 포장과 마케팅 등으로 차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토리텔링으로 국산 가치 높여야=흔히 접하는 국산 농산물도 스토리텔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달라진다. 그런 측면에서 이마트가 2015년부터 벌이는 ‘국산의 힘’ 프로젝트는 눈여겨볼 만하다.

국산의 힘 프로젝트는 남다른 노하우나 스토리로 농축수산물을 키우거나 국산 먹거리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는 농어민들을 파트너로 정해 생산부터 판매까지 지원하는 상생프로젝트다. ‘국내산 양파종자의 보급에 앞장서는 박덕규 파트너’ ‘명장의 자부심으로 고품질 참외 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박진순 파트너’ 등 지난해 85명의 농어민이 파트너로 선정됐다. 이들이 생산한 상품은 ‘국산의 힘’이라는 라벨을 달고 이마트 매장과 온라인몰에서 판매되며, 지난해 11월까지 누적매출액이 2400여억원에 달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 땅의 농부와 어부들이 생산한 좋은 국산 먹거리를 발굴하고 산지의 이야기를 소비자들에게 전해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국산 원료 이용해 ‘착한 소비’ 이끌어야=국산 농산물을 이용한 가공식품으로 차별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최근 식품업계에는 ‘국산’과 ‘지역’을 강조한 상품들이 뜨고 있으며, 식품대기업들도 국산 농산물을 전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전북 고창과 전남 해남의 보리를 주원료로 한 하이트진로음료의 <블랙보리>, 이름부터 지역을 강조한 롯데푸드의 <의성마늘햄> 등이 대표적이다.

농가들도 지역특산물을 이용한 농식품 가공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귀농·귀촌인들이나 농업에 뛰어든 청년층들은 농사만 짓기보다는 직접 재배한 농산물로 가공식품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국산 원료를 사용한 가공식품들은 지역경제와 농가를 살린다는 상생의 의미가 더해져 소비자들의 ‘착한 소비’ 또는 ‘가치 소비’를 유도하고 있다.

최재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소비자들은 국산이나 지역의 특색이 가미된 상품의 이름과 특징이 감성적으로 와닿거나 가치가 있다고 느껴지면 소비를 한다”며 “단순히 ‘국산’이냐 ‘수입’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상품이 추구하는 가치가 자신과 맞느냐, 사회에 기여하느냐 등을 따지는 만큼 국산 농식품을 사고 싶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봉아·김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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