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화] 딸기팩에 꽃 한송이 ‘툭’ …익숙한 관행에 ‘작은 균열’

입력 : 2020-01-01 00:00
소포장팩에 딸기꽃을 넣어 ‘신선함’을 강조한 디자인. 사진제공=김곡미 연암대 교수

편리함·가심비·유튜브…

변화하는 소비행태 맞춰 상품화 틀도 전환해야

농협·영농조합법인, 대응책 고민 포장 단위·재질 개발 지원도 절실
 


농식품 소비 트렌드가 하루가 멀다 하고 빠르게 변한다. 이에 걸맞은 새로운 농산물 상품화 틀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 농산물 상품화 현실을 살펴보고 개선점을 짚어본다.



지난해 12월말, 농협경제지주 전남 영암군연합사업단 사무실. 산지에선 다소 생소한 ‘디자인 회의’가 열렸다. 한해 동안 공급한 고구마 포장품에 대한 평가와 개선점들을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농협 영암군연합사업단은 대형 유통업체 홈플러스의 전속 고구마 공급산지가 되면서 주목받는 산지유통주체로 떠올랐다.

이 연합사업단이 업체의 사랑을 받게 된 건 다양한 제품 스펙(규격) 구축과 참신한 포장디자인 개발 덕분이다. 사업단이 출하하는 고구마는 봉지제품이 500g, 800g, 1.5㎏, 3㎏ 4가지, 상자제품이 1.5㎏, 2㎏, 3㎏, 5㎏, 10㎏ 5가지에 달한다. 규격개발에 그치지 않고 디자인업체와 별도로 계약해 포장디자인도 수시로 개선한다. 사업단은 이를 바탕으로 판매행사 규모, 생산량과 시세, 매장 특성별 맞춤형 스펙을 먼저 제시해 유통업체의 만족도를 극대화한다.

사업단 사례는 우리나라의 농산물 상거래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상품(商品)’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경제학적 의미에서 상품이란 ‘사용가치나 효용을 지닌 노동생산물’이다. 주목해야 할 건 해당 상품의 사용가치나 효용이 생산자 자신의 욕망이 아니라 구매자인 타인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급변하는 농식품 소비 트렌드는 자고 나면 신조어가 나올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편리함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만족도)를 추구하는 건 기본이고, 자신에게 가치 있는 상품이라면 과감하게 지갑을 여는 ‘가심비’ ‘바이 미 포 미(Buy me For me)’란 말까지 등장했다. 자신의 일상을 영상에 담아 유튜브·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공유하고 남들의 동영상을 보며 무엇을 살지 고른다(‘멀티스트리밍 소비’). 날로 변하는 소비행태를 면밀히 분석해 농산물 상품화 틀을 새롭게 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간 산지유통의 상품화는 시설과 장비 등 인프라 구축에만 초점을 맞춰왔다”면서 “변화하는 농식품 소비 트렌드에 걸맞게 농산물 상품화 방향의 대전환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규모화한 유통주체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안양대학교 교수)은 “각종 소비 트렌드 신조어의 홍수 속에 농민 입장에선 피로감과 공허함이 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질 좋고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기에도 바쁜 농민에게 ‘시장이 이렇게 변했으니 다 바꾸라’고 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트렌드 말잔치’에 그치지 말고 농협이나 영농조합법인들이 주체가 돼 소비행태를 진지하게 분석하고 대응책을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영웅 영암군연합사업단 과장은 “국비 지원사업인 산지 통합마케팅사업에 상품화 예산이 있긴 하지만 대다수 산지에선 단순 판촉활동에 쓰는 실정”이라면서 “특히 온라인 구매가 일반화하면서 적절한 포장단위, 배송 안전성을 높이는 포장재 개발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양석준 상명대학교 교수는 “가공상품화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정부 시책인 지역 푸드플랜 정책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양 교수는 “밀키트 등 가정간편식(HMR)이 인기를 끌면서 농산물 동선이 ‘산지→도매시장→밀키트 제조공장→수도권 물류센터→지방 주요 도시→가정’으로 오히려 길어지고 있다”면서 “지역 푸드플랜 체계를 활용, 산지에서 반가공을 어느 정도 담당하게 해 이동거리를 단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로컬푸드가 활성화하는 만큼 산지 소규모 가공장에 스마트시스템을 도입해 공장 가동률을 높이고 지역농산물을 해당지역에서 가공 원재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암=김소영 기자 spur222@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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