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소통의 힘! 협업의 힘! 나 혼자 못산다

입력 : 2020-01-01 00:00

기술 발달할수록 ‘사람’ 중요 농업분야 ‘네트워크’ 급부상
 


‘사람이 힘이다’라는 말이 있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네트워크가 강화되면서 사람의 중요성이 커진다는 뜻이다.

농업분야도 마찬가지다. 혼자 생산에만 전념하면 성공할 수 있었던 시대는 지났다. 수확한 농산물을 가공하고, 소비자와 소통하며 판매해야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사람 사이의 네트워크가 농업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사람이 생산부터 판매까지 모든 걸 잘할 순 없기 때문에 생산자와 생산자, 생산자와 가공업자, 생산자와 소비자의 협업이 필요하다.

세계 최고의 농업생산성을 자랑하는 네덜란드는 네트워크의 힘을 여실히 보여준다. 네덜란드는 우리와 유사하게 전체 산업인구 가운데 10% 정도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30%는 생산현장에, 70%는 가공, 수송, 연구·개발, 교육 등의 농업 전후방산업에 종사한다. 생산현장 종사인력의 2배가 넘는 인력이 전후방에서 정교하게 농업을 지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농산업 인력구조를 분석해보면 70%의 생산인력(농가)을 30%가 지원하고 있다. 지원인력이 부족하고 전문성이 떨어지다보니 농업생산성뿐만 아니라 농산물 부가가치도 네덜란드만큼 높아지기 어렵다.

마상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농업의 미래경쟁력 제고를 위해 농업 전후방산업의 체계적 육성이 필요하다”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교육·연구 기반을 통합해 역량을 모으고, 벤처농기업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농민신문>은 새해를 맞아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성공을 이룬 농가와 벤처농기업의 사례를 소개한다.

장재혁 기자 jaehyuk@nongmin.com

 

'네트워크 구축' 성공사례

 

“품질 뛰어난 농산물이라면 주저 없이 홍보에 나서죠”

‘SNS 활용 소비자·농민 연결’ 배추농가 김은규씨<전남 강진>

SNS 다수 운영…홍보 생활화 회원 1만2000명 넘는 채널도

농산물 주제 유튜브 개설 준비
 


전남 강진에서 배추·고추 등 채소농사를 짓는 김은규씨(57)는 그야말로 ‘연결의 농사꾼’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는 페이스북·카카오스토리 등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의 경계를 넘나들며 사람을 모이게 하고 소통하게 하는 재주가 남다르다.

그가 관리하는 채널 가운데 ‘공동구매와 협업’이라는 계정은 벌써 회원수 1만2000명을 넘었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을 자유롭게 홍보하고 판매할 수 있다. 때에 따라선 운영자인 그가 다른 사람의 농산물을 대신 홍보하기도 한다.

“전통적 가치를 살릴 만하거나 품질이 뛰어난 농산물이라고 판단하면 주저 없이 나서서 홍보글을 올려줍니다. 최근에는 제가 홍보한 고구마 300상자가 몇시간 만에 다 팔린 경험도 있어요.”

또 다른 채널인 ‘슬기로운생활물물교환순환터’ 역시 회원수가 1800명에 육박한다. 회원들은 여기서 자신의 농산물이나 공산품을 화폐사용 없이 서로 맞바꾼다.

그가 이처럼 자신의 SNS 계정으로 다른 농민을 돕는 이유는 ‘혼자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아서다.

그는 “모든 것이 연결되는 미래사회에서는 ‘한사람만의 뛰어난 역량’은 갈수록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면서 “농민과 농민, 농민과 소비자가 한데 모일 공유 플랫폼이 만들어진다면 가늠할 수 없는 상승효과가 일어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현재 직면한 농업의 위기도 ‘연결의 부재’에서 그 답을 찾았다. 자급자족 시대와 달리 자신이 가꾼 농산물을 소비하지 않는 농민과, 생산과정에 참여하지 않는 소비자 사이의 틈새가 갈수록 벌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농민과 농정당국의 각성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예를 들어 포도주 한병에는 생산연도, 생산지, 제조자가 추구하는 가치 등의 정보가 세세히 담겨 있어요. 그것뿐인가요. 소믈리에가 포도주를 골라주는 행위에서 제품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기적이 일어나요. 우리농산물도 소비자가 귀 기울일 만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농민과 정책당국이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그는 농산물 재료를 주제로 한 유튜브채널 개설로 ‘새로운 연결’을 준비하고 있다. 이 일이 안정되면 농민과 소비자가 참여하는 협동조합을 세울 계획이다.

김씨는 “농민과 소비자가 한데 어울릴 만한 제대로 된 소통창구가 만들어질 때까지 ‘연결의 바다’에서 항해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이문수 기자

 

“지역산 친환경농산물로 바른 먹거리 만들어요”

‘지역농가와 협업’ 오천호 에코맘의산골이유식 대표<경남 하동>

친환경농산물 수급안정 위해 지역농민들과 높은 값 계약

온라인몰서 소비자와 소통도
 


지역농가와 협업해 농축산물로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들며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현하는 젊은 창업농이 있다. 경남 하동군 악양면 산기슭에 있는 ㈜에코맘의산골이유식 농업회사법인(이하 에코맘)의 오천호 대표(38)가 그 주인공이다.

오 대표는 2012년 슬로시티로 지정된 고향 하동에서 이유식사업을 시작했다. ‘내 아이에게 먹인다’는 마음자세로 지역의 친환경농축산물로 이유식을 만들어 당일배송한다. 계약재배를 통해 건강하고 신선한 재료를 확보하고 있는 오 대표는 농민들이 농축산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가운데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단가를 시장가격보다 높게 책정한다.

오 대표는 “깨끗한 환경에서 키운 식재료로 바른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제 생각에 농민들이 공감해 사업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평사리 들판 274㏊(83만평)를 경작하는 211벼농가와 계약을 맺고 정부수매값보다 1만5000원(40㎏들이 기준)을 추가로 지급하는 것도 유기농업면적을 늘리기 위해서다. 창업 후 현재까지 구입한 농축산물만 73억원어치다.

에코맘은 지역의 86가지 농축산물을 활용해 영유아용 이유식·간식 등 330종의 가공식품을 만들고 있다.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명품 이유식으로 소문이 나면서 회사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2013년 3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올해 150억원을 내다보고 있다. 직원도 8명에서 53명으로 늘었다. 직원 모두 귀농인 등 지역농민이다.

이처럼 짧은 기간에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지역 농축산물로 제품을 차별화하고 자체 온라인몰에서 소비자와 쌍방향으로 소통한 덕분이다. 21만명에 달하는 온라인 회원을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15개 백화점,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롯데마트 등 대형 유통매장에 입점할 수 있었다.

자체 온라인몰이나 이유식 프랜차이즈카페를 통해 소통하며 수요자의 요구를 파악하고, 이를 반영해 단계별 이유식 등을 만든 게 매출증대로 이어졌다.

에코맘은 지역사회와도 상생하고 있다. 취약계층과 다문화가정에 이유식 후원, 농민 자녀에 장학금 지급, 저소득 아동 후원 등 지금까지 6억원을 기부하며 나눔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오 대표는 “지역농가와 같이 성장하면서 생명산업이자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우리 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확산하는 데 힘을 보탤 것”이라며 “이와 함께 2022년까지 도시민들이 자연 속에서 농사를 체험하면서 휴양할 수 있도록 농장(Farm·팜)과 캠핑(Camping)을 합한 ‘팜핑(Farmping)’장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동=노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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