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도 바꾸자] 농산물 소비 트렌드 급변…‘정밀농업’으로 대비해야

입력 : 2020-01-01 00:00

주먹구구식 농사는 한계…4차산업혁명 기술 접목 필요

안전한 고품질 농산물 생산하면 소비자가 먼저 찾아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침은 모자람과 같다는 뜻이다. 적정선을 지켜야 함을 말한다. 넘치거나 부족하지 않게 가장 적절한 선을 찾아내 실천하는 정밀농업은 미래농업이 추구하는 방향이다.

미래농업은 첨단기술 적용과 함께 정밀한 토양검정을 통해 정확한 시비량을 처방하는 등 최소한의 투입으로 최대한의 생산량을 얻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주소는 정밀농업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농약과 비료 사용량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오명을 받고 있어서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당 농약 사용량은 2016년 기준 11.8㎏으로 호주(1.1㎏)·캐나다(1.6㎏)와 견줘 1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미국(2.6㎏)·영국(3.2㎏)·프랑스(3.7㎏)보다도 높다. 비료 사용량도 너무 많다. 우리나라의 1㏊당 비료 사용량은 268㎏으로 캐나다(79.2㎏)의 3.4배, 미국(136.3㎏)의 2배에 달한다.

이제 주먹구구식으로 하는 농사로는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를 따라갈 수 없게 됐다. 똑똑한 농부가 되자는 의미다. 정밀농업을 실천하는 농민들의 경우 생산비를 줄이고도 안전한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해내 소비자가 먼저 찾게끔 한다.

특히 4차산업혁명 기술이 접목된 미래의 첨단농업도 정밀농업에 따른 최적의 생육환경 조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진되고 있다. 김영호 충북도농업기술원 친환경농업과장은 “4차산업혁명 시대 도래와 새로운 소비자 등장으로 이전처럼 농약과 비료를 많이 뿌리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농민들도 정밀농업으로 정신을 무장하고 큰 시대의 흐름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호천 기자 fortune@nongmin.com

 

 

정밀농업 실천하는 경북 상주 오이농가 김인남씨 “정확한 시비와 관수…생산비 줄고 소득은 쑥쑥”

 

경북 상주의 오이농가 김인남씨가 스마트팜 비닐하우스 곳곳에 설치된 센서에서 전송되는 데이터를 확인하고 있다.

적정 온도·지온 등 빅데이터 작물 생육조건에 맞게 활용

토양 양분 간이측정기 이용 질소 등 과잉 안되게 관리
 



“생육상태를 수시로 살피고 비료와 물 등을 최적으로 공급해야 상품성이 높고 생산량도 확 늘어납니다.”

경북 상주에서 3300㎡(1000평) 규모로 시설오이를 재배하는 김인남씨(65)는 “욕심을 버리고 원칙을 지키는 것이 정밀농업의 첫걸음”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2016년 ‘경북 농업명장’으로 선정된 시설오이 선도농가다.

김씨의 영농비결은 정확한 시비와 관수다. 김씨는 “토양 내 양분이 적당하고 공극률(토양의 입자와 입자 사이에 있는 빈 틈이 차지하는 비율)이 좋으면 오이가 튼튼하게 자라 내병성도 강해지기 때문에 농약 등의 농자재값을 관행농법보다 20~30%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정밀농업이 생산비는 줄이고 소득은 높이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김씨는 “생육상태가 나빠지면 대개 비료와 물을 많이 주지만 이는 농사를 망치는 일”이라면서 “사람도 몸이 아프면 식욕이 떨어지듯이 작물도 허약하면 비료를 모두 흡수하지 못해 영양분과 물이 토양에 남아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30여년간 시설오이를 재배하면서 쌓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얻은 적정 온도·지온·공중습도·전기전도도(EC) 등의 수십여가지 빅데이터를 직접 영농에 활용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팜 온실을 구축, 센서를 통해 곳곳의 온실환경을 체크하고 작물의 생육조건에 따라 시비와 관수량을 조절하는 정밀농업을 실천하고 있다. 김씨는 “작물은 생육이 각각 달라 환경을 획일적으로 관리하면 몸살을 앓는다”면서 “작물의 생육상태를 직접 살피고 처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양관리도 철저하다. 김씨는 “간이측정기를 항상 갖고 다니면서 토양 내 질소 등이 과잉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살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볏짚을 밑거름으로 넣는데 볏짚의 미생물이 질소 등 잉여 영양분을 흡수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아주심기(정식) 이후의 관리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오이가 어리거나 허약할 때 영양분과 수분을 많이 공급하면 토양에 고스란히 남아 문제가 된다”면서 “어린모가 뿌리를 내리고 튼튼하게 자랄 때까지 시비와 관수를 가능한 한 적게 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네이버 밴드를 통해 농민들에게 재배노하우를 전수하고 현장에서의 애로점 등을 상담해준다는 김씨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생육환경을 조성해야 실패없이 소득을 높일 수 있다”고 정밀농업을 강조했다.

상주=오현식 기자

 

2세대 스마트팜 연구에 매진하는 농촌진흥청 “작물 씨 뿌리고 비료 주고…‘AI농부’ 시대 올 것”

농촌진흥청 스마트온실인 테스트베드(시험장)에서 이강진 스마트팜개발과장(왼쪽)이 테스트베드 관계자와 ‘팜보이스’의 운영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인공지능이 작물생육 파악해 적절한 시비와 환경까지 제어

선도농가로부터 데이터 모아 생육모델 만들어 농민에 제공
 


“앞으로 10여년 뒤면 인공지능(AI)이 다양한 센서를 통해 최고의 생산량과 품질을 낼 수 있는 환경을 알아서 조성해 작물을 키워주는 시대가 올 겁니다. 이때가 되면 농민은 그냥 편하게 관리자 역할만 수행하면 됩니다.”

농촌진흥청 스마트온실 테스트베드(시험장)에서 만난 이강진 스마트팜개발과장은 2세대 스마트팜 시대의 가상도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1세대 스마트팜은 자동화시설에서 개인용컴퓨터(PC) 또는 스마트폰을 활용해 온습도 등을 관리해주는 기술을 말한다. 현재 국내에 보급된 스마트팜 기술이 1세대에 속한다.

농진청에서 연구하는 2세대 스마트팜은 고정식·이동식 센서로 작물의 생육상황을 파악하고, AI가 이를 분석해 적절한 시비와 환경제어를 해주는 단계다.

이 과장은 “인공지능이 센서를 통해 재배환경과 생육환경을 정밀하게 판단해 최적의 시기에 맞춰 언제, 얼마만큼의 영양분과 물을 공급할지를 판단해주기 때문에 농민은 작물 재배 때 걱정할 것이 전혀 없다”면서 “2세대 스마트팜 시대부터는 말 그대로 정밀농업을 실천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진청의 스마트온실 시험장에는 음성으로 각종 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팜보이스(Farm Voice)’ 기술이 도입돼 있다. 사람이 팜보이스가 제공하는 작물의 생육상태를 확인한 뒤 음성으로 양액 공급을 비롯해 냉난방기·환기팬 등을 작동시키는 시스템이다. 다만 빅데이터를 활용해 유용한 정보를 만들고 AI가 재배에 관련된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완성단계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장은 “스마트팜 선도농가들로부터 얻은 환경·생육·경영 데이터를 모아 최적의 생육모델을 완성하면 이를 AI가 분석, 일반 농가들에게 적절한 재배관리법을 제공해 농사를 과학적·합리적으로 짓도록 하는 것이 2세대 스마트팜이 추구하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이럴 경우 농민들은 생산비를 최대한 줄이면서도 최상의 생산량 증대효과를 볼 수 있게 된다. ‘최소한의 투입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정밀농업이 일상 농촌현장에서도 가능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과장은 “4차산업혁명 기술이 농업에 접목되면 될수록 국내외 농업환경은 급격하게 변하게 될 것”이라면서 “2세대 스마트팜 시대를 넘어 로봇이 직접 수확하는 3세대 스마트팜 시대가 올 때까지 최선을 다해 스마트팜 기술을 연구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전주=류호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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