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푸드] 씹기 쉬운 갈비찜·장조림…연식, 꽤 있습니다

입력 : 2020-01-01 00:00 수정 : 2020-01-06 14:22

고령인구 늘면서 연화식 속속 출시

일반 육류보다 부드럽고 조리하기에도 수월 염도 낮추고 철분 등 보강

시장 잠재력 갈수록 커 국내 농산물과 연계 필요
 


‘고령인구(65세 이상) 비율 15.7%, 기대수명 83.2세.’ 2020년 예상되는 국내 인구지표다. 고령인구 비율이 2010년(11%)보다 4%포인트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이른바 ‘실버세대’가 부상하는 가운데 농식품시장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먹기 쉽고 영양도 탄탄한 고령친화식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점차 늘어나는 것이다.

 

연화식 제품 포장지를 보면 경도를 확인할 수 있다(단위는 1만 N/㎡).


◆고령친화식품 당당히 한자리=최근 찾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한 백화점 식품관. 매장 입구에 놓인 진열대에 ‘맛있는 연화식’이라는 설명이 붙은 가정간편식(HMR) 제품이 놓여 있었다. ‘부드러운’이란 수식어가 붙은 한우갈비찜을 비롯해 쇠고기 장조림, 돼지고기 장조림, 뼈째 먹는 가자미조림까지 종류가 다양했다. 이 제품들은 식품업체인 현대그린푸드가 2017년 고령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출시한 연화식(軟化食)이다.

제품 포장지엔 ‘맛’에 앞서 ‘경도’에 대한 설명이 두드러졌다. 경도는 단단한 정도를 나타내는데, 그 수치가 낮을수록 식품이 부드럽다. 예컨대 돼지고기 장조림의 경도는 5만8000(N/㎡)인데, 바나나 경도(31만)와 두부 경도(4만5000)가 함께 적혀 있어 비교가 명쾌했다. 돼지고기 장조림 한팩(300g)의 가격은 1만4000원으로 다소 비쌌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익숙한 듯 제품을 집었다.

연화식을 구입한 최승민씨(55·서울 서초구)는 “아흔 넘으신 아버지가 음식을 제대로 못 씹어 매번 음식을 갈아서 드렸는데, 연화식은 잇몸으로도 으깰 수 있을 정도로 연하고 조리가 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육류임에도 쉽게 섭취할 수 있고, 일반 육류와 맛 차이도 없어 부모님이 만족해하신다”고 덧붙였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현재 서울 지역 백화점 일부 매장에서 연화식을 판매 중인데, 매월 재고의 90% 이상을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화식 제품


◆고령층 관심 높아=고령친화식품은 치아건강이나 소화기능이 떨어진 고령자의 특성을 고려해 부드러우면서도 목넘김과 소화가 쉽도록 만든 식품을 말한다. 염도를 낮추거나 철분 등의 특정 영양성분을 보강한 식품도 아우른다.

현재 시중에 출시된 고령친화식품은 크게 ‘환자식’과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편의·건강식’으로 나뉘는 모양새다. 환자식은 영양 불균형이나 당뇨·신장질환 등을 앓는 환자에게 공급하는 식품이다. 2010년 무렵부터 일부 식품·제약업체들이 유동식(묽게 만든 음식)·분말식·점도증진제 등을 병원에 공급해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고령 대상의 ‘환자식’시장은 2016년 495억원 수준으로 2010년(273억원)보다 약 80% 성장했다.

농업계가 주목할 건 최근 HMR 형태의 고령친화식품이 출시되고 있고, 이를 찾는 소비자들도 늘어난다는 점이다. 일례로 종합식품업체 아워홈은 2018년에 부드럽게 만든 양념육과 떡·견과류 등을 선보였다. 일반 쇠고기·돼지고기에 육질을 연하게 하는 효소를 넣어 경도를 30~70% 낮춘 것이다. 최근에는 한국의 ‘반찬’ 문화에 맞춰 연근·나물 등의 채소류를 부드럽게 만드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CJ제일제당도 고압 열처리 기술로 경도를 조절한 가정간편식 출시를 검토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 등 정부 부처는 2017년 고령친화식품 품질에 관한 한국산업표준(KS) 제정으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경도를 기준으로 ▲1단계(치아 섭취) ▲2단계(잇몸 섭취) ▲3단계(혀로 섭취)로 구분하고, 단백질·비타민·칼슘 등 8종의 영양성분 중 3종의 함유량이 일정 수준을 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그동안 제도가 자율적으로 시행됐지만, 2019년 12월부터는 정부 인증을 받고 ‘고령친화식품’ 마크를 부착하도록 했다.

이처럼 고령친화식품이 주목받는 건 기존 식품이 고령자들이 섭취하기엔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김세진 아워홈 영양기능성팀장은 “65세 이상 고령 소비자를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 13가지 식품 중에 육류를 가장 선호했지만, 실제로 자주 섭취하는 음식 순위에선 7위에 그쳤다”며 “소화가 잘 안되고 씹기 불편하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농경연 조사 결과 65세 이상 고령자 중에서 음식을 씹고 삼키는 데 불편을 겪는 비율은 각각 37.9%, 59.6%에 달했다.

시장전망은 나쁘지 않다. 농경연이 조사한 결과 고령자의 55%가 고령친화식품을 구입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2018년 CJ제일제당이 서울의 한 병원에 고령친화식품을 병원식으로 제공한 결과 환자 372명 중 90% 이상이 재섭취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관건은 고령친화식품의 성장세를 국내 농산물과 연계하는 것이다. 김세진 팀장은 “단가문제로 아직 고령친화식품에 국산 농산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고령친화식품용 1차 원료가 전처리돼 안정적인 가격에 공급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산지와 식품업체를 연결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해대 기자 hda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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