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이동… 덴마크, 정부 차원 빈틈없는 질병통제시스템 운영

입력 : 2019-12-23 00:00 수정 : 2019-12-30 00:06
덴마크에선 샤워와 환복 등 까다로운 방역절차를 거쳐야만 양돈장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 사진은 스칼스 지역 한 양돈장의 자돈사 모습.

창간 55주년 기획-세계 선진농법 현장을 가다 (12)·끝 덴마크 양돈 성적 세계 1위 비결은

덴마크 농가, 한국 농가보다 모돈 한마리당 새끼 12.4마리 더 낳고 13.5마리 더 많이 판매

정부가 1971년부터 운영하는 SPF시스템, 질병관리 효과

종돈장은 매월, 자돈과 비육돈 생산농장은 1년마다 혈액검사

감염확인 땐 적합한 조치 질병 발생상황 투명하게 공개

양돈장 출입 전 샤워·환복 등 까다로운 방역원칙 철저히 지켜

돈사 내부, 기다란 복도 중심 각 돈사 연결…방역 쉬운 구조

자돈 폐사율 줄이려면 체급별 두그룹 나눠 생후 12~18시간 내 초유 급여
 



‘31.3 대 17.8’. 세계적인 양돈 선진국인 덴마크와 우리나라의 MSY(2017년 기준) 성적이다. 양돈장 생산성 지표인 MSY는 ‘모돈(어미돼지) 한마리가 1년 동안 낳은 돼지 가운데 죽지 않고 시장에 출하되는 마릿수’를 의미한다. 덴마크 농가가 우리나라 농가보다 모돈 한마리당 13.5마리의 돼지를 더 많이 판매하는 셈이다. ‘모돈 한마리가 1년 동안 낳는 자돈(새끼돼지)의 수(PSY)’ 역시 큰 차이가 난다. 덴마크의 PSY는 33.3마리로 우리나라의 20.9마리보다 12.4마리나 더 많다. 농가의 수익과 직결되는 이런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덴마크 양돈산업 현장을 찾아 덴마크가 세계 최고의 양돈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비결을 들여다봤다.
 



덴마크의 양돈장에 들어가려면 약간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입국 후 최소한 48시간이 지나야만 양돈장 출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혹시 모를 해외 가축전염병 바이러스가 인체나 옷에 붙어 양돈장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 규칙은 방문객뿐만 아니라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이런 이유로 덴마크 땅을 밟은 후 48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스칼스(Skals) 지역의 한 양돈장을 방문할 수 있었다.

 

덴마크 정부가 관리하는 질병통제시스템의 팻말.


질병관리체계, SPF시스템

양돈장으로 들어가기 전 입구에 붙은 파란 팻말이 눈길을 끌었다. 이 팻말은 해당 농장이 ‘SPF System(Specific Pathogenic Free)’이라 불리는 질병통제시스템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덴마크 정부가 1971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이 시스템은 흉막폐렴·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PRRS) 등 18가지 질병에 대한 해당 농장의 관리상태를 보여준다.

시스템은 농장 종류별로 적색·청색·녹색 3가지 색으로 구분해 관리한다. 적색 팻말은 종돈장, 청색은 자돈 또는 비육돈 생산농장, 녹색은 청색을 받으려고 대기상태인 농장에 주어진다. 종돈장은 매월 혈액검사를, 자돈과 비육돈 생산농장은 1년에 한번 혈액검사를 실시해 돼지의 건강상태를 확인한다. 만약 특정 질병 감염이 확인되면 적절한 조치가 취해진다. 또한 팻말에 질병명을 기록해 농장에 출입하는 사람 누구나 질병 발생상황을 알 수 있도록 했다. 이뿐만 아니라 전산에도 결과가 등록돼 공개된다. 이는 자돈이나 번식돈을 거래할 때 구입하려는 돼지의 건강상태를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SPF시스템 아래에서 자란 돼지는 다른 양돈장으로 갈 때도 SPF시스템 적용차량을 통해서만 이동할 수 있다. 이 차량은 철저한 소독과 세척이 이뤄지며 운전자 역시 엄격한 방역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다. 사육부터 이동까지 빈틈없는 통제 아래 돼지를 질병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다.


 

스칼스지역 한 양돈장의 총괄매니저인 마르틴 안데르센.


철저한 방역으로 돼지 폐사 막아라 

“샤워 후 이 옷으로 갈아입고 나오세요.”

양돈장의 총괄매니저인 마르틴 안데르센(Martin Andersen·45)이 입구에서 작업복을 건네며 말했다. 국내 양돈장을 방문할 때도 대인소독기에 들어가 소독약으로 에어샤워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으레 덴마크도 마찬가지겠거니 생각하고 안데르센의 안내를 따랐다. 그런데 그가 데려간 곳은 대인소독기가 아닌 샤워장이었다. 안데르센이 말한 샤워는 에어샤워가 아닌 ‘물로 몸을 씻는’ 진짜 샤워였던 것이다.

안데르센은 “질병예방을 위해 양돈장에 출입하기 전엔 반드시 바디워시와 샴푸 등으로 온몸을 씻어야 한다”며 “그런 다음 외부에서 입던 옷 대신 소독한 작업복을 입고 신발도 농장 내부에서만 신는 장화로 바꿔 신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이 과정을 덴마크 농가는 기본원칙으로 삼고 실천한다. 이러한 사소한 습관이 소모성 질병이나 악성 가축전염병으로부터 돼지를 지킨다고 믿기 때문이다. 돼지가 질병에 걸리지 않으면 폐사율은 줄고 생산성은 당연히 높아진다는 게 안데르센을 포함한 양돈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방역을 위해 일자식 복도로 지어진 덴마크 양돈장의 설계도(사진제공=ACO FUNKI).


돈사 내부는 기다란 복도를 중심으로 자돈사·후보돈사 등 각 돈사가 연결된 형태였다(위쪽 사진 참조). 다시 말해 각 돈사로 들어가는 통로는 이 복도 한곳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런 구조 역시 방역을 위한 것이다. 출입구가 한곳뿐이니 이곳만 관리를 잘하면 외부의 질병 바이러스가 돈사 안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덴마크 양돈장 대부분은 이 형태로 지어져 있다.

 

덴마크 양돈 전문가들은 새끼돼지의 폐사율을 줄이려면 체급에 따라 두그룹으로 나눠 초유를 먹일 것을 제안한다. 사진은 한 양돈장에서 어미돼지의 젖을 먹는 새끼돼지들.


초유 급여·개체 그룹화 원칙 충실

질병관리 외에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 물음에 덴브레드(DANBRED)의 공급망관리책임자 쇠렌 샌고르 투센스(Søren Sandgaard Thuesens)는 “기본원칙만 지키면 어느 양돈장에서든 MSY를 높일 수 있다”고 단언했다. 덴브레드는 덴마크 최고 육종회사로, 세계적으로 종돈개량 및 생산기술을 인정받는 곳이다.

투센스는 기본원칙으로 가장 먼저 ‘초유 급여’를 꼽았다. 그는 “생후 12~18시간이 자돈의 운명을 결정한다”며 “이 시간에 최소한 150㎖의 초유를 자돈에게 먹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초유에는 모돈이 그동안 축적해놓은 각종 질병항체가 다량 함유돼 있어 자돈의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투센스는 ‘체급이 작은 개체에 대한 세심한 관리’를 주문했다. 최근 다산성 모돈 확산으로 평균 산자수가 늘어난 상황에서 농가가 자돈관리에 예전보다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다. 이 부분은 특히 국내 양돈농가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다산성 모돈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평균 산자수는 증가했지만, 이유 전 폐사율이 높아 문제가 되고 있어서다.

이에 대해 투센스는 해결책으로 ‘체급에 따라 자돈을 두그룹으로 나눠 포유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산자수가 늘어난 만큼 저체중으로 태어나는 개체도 많아졌다”며 “덩치 큰 개체에 밀려 작은 개체가 영양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해 폐사하는 것을 막으려면 농가가 체급별로 그룹을 나눠 사양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칼스·헤닝=최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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