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국의 서원, 세계 문화유산으로 거듭나다

입력 : 2019-12-20 00:00 수정 : 2020-01-29 15:52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전북 정읍 무성서원, 경북 안동 도산서원, 경북 영주 소수서원, 경남 함양 남계서원

유네스코 세계유산 한국의 서원 (1)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조선시대 성리학 교육체계·건축물로서의 탁월성 입증돼

세계유산총회서 9개 서원 결정

등재효과…문화적 위상 제고 재난 때 유네스코 복구 도움

관광자원 늘어 경제 이익 확대 유산보존 인식 향상…제도 마련

물질적 성공 중시하는 사회에 정신적 가치·자연과 조화 일깨워
 


올여름, 한국의 서원 9개가 유네스코(UNESCO)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조선시대 사립 교육기관으로서 성리학을 널리 보급하는 역할을 했으며 오늘날까지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서원들이다. 이에 등재된 서원들 하나하나가 품고 있는 가치와 건축물로서의 아름다움 등을 차례로 살펴보고자 한다. 그 첫번째로 한국 서원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갖는 의미를 짚어본다.



올 7월6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43차 세계유산총회에서 한국의 서원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우리나라 유형문화유산으로서는 14번째다. 모두 9개 서원이 연속으로 등재됐는데, 경북 영주의 소수서원, 안동의 도산서원·병산서원, 경주의 옥산서원, 대구 달성의 도동서원, 경남 함양의 남계서원, 전남 장성의 필암서원, 전북 정읍의 무성서원, 충남 논산의 돈암서원이다.

2010년 이화여자대학교 총장을 마치고 국가브랜드위원장을 맡은 필자는 역사학자로서 오랫동안 구상하고 있던 서원의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했는데, 9년 만에 이뤄낸 참으로 감개무량한 역사적 쾌거였다. 문화올림픽이 있다면 금메달을 따온 것과 같다. 자랑스러운 우리의 전통유산을 후대에 길이길이 남겨주고 세계적으로 알리는 다리를 놓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서원은 유네스코 등재 기준 중 탁월하고 보편적인 가치를 입증하는 ‘OUV(Outstanding Universal Value) Ⅲ’에 해당된다. ‘문화적 전통, 또는 살아 있거나 소멸된 문명에 관해 독보적이거나 적어도 특출한 증거’로 완전성과 진정성을 갖췄다. 즉 조선시대에 보편화됐던 성리학의 교육체계와 서원이라는 건축물을 창조해낸 탁월성이 입증된 것이다.

현재 한국에는 서원 600여개가 있는데 19세기 후반 흥선대원군에 의해 훼철(毁撤)되고 20세기 들어서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을 거치면서 훼손된 것들이 많다. 그중 원형을 유지하면서 유네스코 기준에 맞는 서원 가운데 9개 서원이 성리학 교육기관의 전형으로서 등재됐다.

그러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되면 어떤 혜택이 있는가? 우선 그 나라의 문화적 위상이 높아지고 국민의 자긍심이 올라간다. 또한 재난을 당해도 유네스코를 통해 복구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관광자원이 늘어 방문객이 증가하고 여러 인프라가 구축돼 경제적 수익을 확보할 수도 있다. 특히 유산보존에 대한 인식이 강화돼 미래를 향한 안정적 유산보존 장치와 제도를 마련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전세계 인류가 공유하는 세계유산이 됨으로써 한국의 서원이 한국을 넘어 인류문명사에 편입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는 대대로 문화교류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서원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확정되던 당일은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느꼈던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우선 세계인들의 호기심을 끌었던 것은 서원 대표들이 쓴 갓이었다. 외국인들이 다가와 모자가 너무 멋있다며 함께 사진을 찍어 달라는 부탁을 받기도 했다. 또 한번 써보고 싶다며 호기심을 내비치는 사람도 많았다. 아무튼 대한민국이 주목받은 역사적인 날이었다. 등재 선포 직후 동방예의지국답게 감사의 표시로 유교 의례의 절차에 따라 ‘공수·읍례·평신’ 하면서 허리를 굽히고 정중하게 절을 올렸다. 그러자 2000명 가까운 관중이 모인 대회장은 환호성의 도가니가 됐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이 실제로 마음속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온갖 시련을 극복하고 기적 같은 발전을 이룬 원동력의 중심에는 교육에 대한 열정이 있다. 특히 전통교육은 지식의 차원뿐 아니라 심성을 끊임없이 바로잡는 인성교육이 중심에 있었다. 조선시대인 16세기부터 존재해온 사립 고등명문학교로서의 서원은 인류의 미래지향적 가치인 소통·화합·나눔·배려·자연, 생명의 존엄성을 교육하고 융합과 조화를 추구했다. 서원에 들어서면 우선 수려한 자연경관이 눈에 들어온다. 자연의 순리, 인간다움의 도덕적 가치를 끊임없이 탐구하고 실천하는 자세가 바로 인성교육의 표본인 것이다.

미래의 정신적 원동력을 자연의 순리와 인성교육을 중요시한 유학에서 찾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요즘, 서원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 모두가 물질적 성공에 치중할 때 서원은 공허해질 수 있는 정신적 가치를 잡아주고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서원은 지나간 과거가 아닌 미래를 향한 힘이 될 것이며 한국의 넘어 세계로, 미래로 향하는 빛나는 문화유산으로 거듭날 것이다.
 


 


이배용 교수는…

▲한국의 서원 통합보존관리단 이사장 ▲영산대학교 석좌교수 ▲<농민신문> 편집자문위원 ▲전 이화여자대학교 총장 ▲전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장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독자추천광고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