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사, 나무와 자연 사랑한다면 이만한 직업 없죠”

입력 : 2019-12-13 00:00
올해 4월 치러진 제1회 나무의사 자격시험에 합격해 인생 2막을 연 윤준원씨. 현미경으로 나뭇잎을 살펴보며 병해충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자연에서 찾은 제2의 삶] 경남 함양 나무의사 윤준원씨

6년 전만 해도 평범한 회사원 퇴직 후 방송대 농학과 진학

경기도농업기술원서 경험 쌓고 식물보호기사 등 자격증 취득

올 4월 나무의사 시험 합격 나무병원 취직…강의활동도
 


나무도 아프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스스로는 갈 수 없는 노릇. 그래서 나무의사가 왕진에 나선다.

나무의사 국가자격제도는 지난해 6월 처음 도입됐다. 생활권 수목과 산림을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진단·관리하기 위함이다. 올해 4월에 제1호 나무의사 52명이 배출됐다. 이젠 나무의사가 있는 나무병원을 통해 수목 질병을 예방·치료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아파트단지와 학교 같은 생활권 내에서 자라는 수목의 병해충은 건물관리인이나 실내소독업체 소속 비전문가들이 방제해왔다.

윤준원씨(57)는 6년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회사원이었지만 지금은 경남 함양의 삼포나무병원에 소속된 나무의사다. 그는 특히 이곳에서 문화재 주변 수목을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문화재수리기술사 자격증도 겸비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나무의사에 도전하려면 먼저 차근차근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실무경험을 쌓아야 해요. 까다롭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만큼 제대로 실력을 갖춘 사람만이 나무를 관리해야 한단 뜻이겠죠.”

한 통신회사에서 일하던 그는 퇴직 후 농업·산림 관련 일을 하고 싶어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농학과에 진학했다. 이후 경기도농업기술원·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모두 4년간 기간제로 일하며 실력을 쌓았다. 이 경험을 토대로 산림기사·식물보호기사 등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해 나무의사 자격시험에 도전할 수 있는 요건을 갖췄다. 이후 나무의사 양성기관에서 교육받고 제1회 나무의사 자격시험에 당당히 합격했다.

윤씨는 평소에 식물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자격증 공부를 하는 내내 즐거웠다고 한다. 또 정년 없이 일할 수 있는 데다 훗날 개인 나무병원을 개업할 수 있단 생각에 시간과 정성을 쏟았다.

나무의사는 1회 자격시험에 응시자 500여명이 몰렸을 만큼 주목받는 신직업이다. 자격시험은 1차와 2차로 나뉜다. 수목병리학·산림토양학 등 5과목에 대한 객관식 필기시험을 통과하면 서술형 시험과 실기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윤씨는 “나무의사가 되려면 수목 생리와 원리를 깊이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현재 잠시 병원에서 휴직하고 동영상으로 나무의사 자격시험 내용을 강의하고 있다. 수강생은 은퇴를 앞둔 50~60대가 대부분이지만 수목 관련 학과를 갓 졸업한 취업준비생 청년들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아직 나무의사제도가 시행된 지 얼마 안됐지만 전망이 좋아요. 자격증만 취득하면 나무가 있는 어디서든 일할 수 있고 나무의사를 필요로 하는 곳들도 많거든요. 덤으로 아름다운 나무를 지킨단 보람도 있으니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만한 직업이 없습니다.”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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