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 “모바일뱅킹 하고 싶은데…어디서 배우나요?”

입력 : 2019-12-02 00:00 수정 : 2019-12-02 23:44

디지털시대 ‘금융소외’ 심화되는 농촌 (2)고령층 위한 대책 부족

디지털금융교육 미흡하고 대부분 강의도 도시지역만 은행지점마저 줄어들어

금융권 전용창구 운영하지만 고령층은 있는지조차 몰라 모바일서비스도 절차 복잡해

금융위, 교육 실태조사 거쳐 연말까지 종합방안 마련키로
 


“어르신들은 모바일뱅킹을 배우고 싶어도 어디서 누구한테 배워야 할지를 몰라요. 또 하다가 잘 안되면 물어볼 사람도 없는 경우가 많고요.”

농촌노인들을 대상으로 금융교육을 하는 한 단체 관계자의 이야기다. 인터넷·모바일 뱅킹 등 디지털금융의 확산으로 농촌노인들이 금융거래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배려의 손길은 찾아보기 힘들다. 디지털금융을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금융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고령층을 위해 마련된 디지털금융서비스도 농촌노인들에겐 어렵기만 하다. 또 고령층이 주로 이용하는 대면채널인 은행지점이 줄어드는 데 대한 대책도 미흡한 수준이다.



◆농촌노인 금융교육에서도 소외=지난해 한국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60대 이상이 모바일뱅킹을 이용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들어본 적 없다’였다. 또 ‘복잡한 가입 및 이용절차’와 ‘복잡한 금융상품 설명’도 중요한 이유로 꼽혔다. 이처럼 디지털금융에 대해 잘 모르고 어려워하는 고령층이 디지털금융을 이용하게 하려면 무엇보다도 교육이 필요하다.

올 6월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도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한 금융의 핵심과제로 금융교육이 선정됐다. 세계적으로도 고령층의 금융소외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금융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농촌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금융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금융교육이 도시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데다 교육의 주제도 디지털금융보다는 금융사기나 은퇴설계 등에 초점이 맞춰진 경우가 많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금융권협회 등 19개 기관이 참여하는 금융교육협의회를 중심으로 지난해 95만명에 대해 금융교육을 실시했다. 그러나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1사1교를 통한 청소년교육, 대학생 실용금융강좌, 사회초년생 재무설계교육, 노년층 노후설계교육 등이 주를 이뤘다.

금감원도 올 5월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와 협약을 맺고 고령층 금융교육 활성화에 나서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도시지역을 중심으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이광태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 사무국장은 “농촌의 고령층은 모으기가 쉽지 않아 교육의 효과가 높은 도시지역부터 우선적으로 교육을 진행한 뒤 농촌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금융교육에 있어서도 농촌과 도시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행 교육이 고령층·청소년 등 생애주기별로 겪는 금융문제를 스스로 해결해나갈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기엔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다”며 “금융교육 실태조사를 거쳐 ‘금융교육 종합방안’을 연말까지 마련할 예정으로, 특히 고령층의 디지털환경 적응에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령층 위한 모바일서비스 여전히 어려워=일부 은행들은 고령층을 위한 디지털금융서비스를 내놓고 있지만 고령층이 쉽게 이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부분 기존 뱅킹앱 안에 고령층을 위한 ‘큰 글씨’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글씨를 키우고 화면구성을 단순화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결국 글씨만 클 뿐 인증방식이나 복잡한 절차는 일반 앱과 큰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KB국민은행의 ‘골든라이프뱅킹’, 우리은행의 ‘시니어플러스 홈페이지’처럼 고령층 맞춤형 서비스를 내놓는 은행들도 있다. 하지만 이들 서비스도 간편한 금융거래보다는 재테크·은퇴설계·건강 등 정보 중심으로 구성돼, 자산이 있는 시니어고객을 겨냥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음성을 이용한 송금방식을 도입하거나 모바일 사용설명서를 동영상으로 제작하는 등 은행들이 고령층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확대하는 추세다.

또 16개 은행은 모두 4925개 지점(2017년 기준)에 ‘고령층 전용 상담창구’를 운영하고 있으며, 5개 은행은 226개 ‘고령층 전담지점’도 설치하고 있다. 문제는 노인들이 전용 상담창구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고, 전담지점을 찾아가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단순한 큰 글씨서비스를 벗어나 어르신들이 안심하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뱅킹이 개발돼야 한다”며 “은행들이 한정된 인력으로 고령층 전용 상담창구를 운영하다보니 직원들이 일반 업무와 겸할 수밖에 없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점포 폐쇄 줄이는 방법도 미흡=농촌노인들의 금융소외를 막으려면 대면채널이 일정하게 유지돼야 하지만 은행지점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의 지점폐쇄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는 미흡한 수준이다.

그동안 은행들은 금융위의 행정지도에 따라 점포폐쇄 때 고객 보호방안을 자율적으로 마련해왔으며, 올 6월부터는 전국은행연합회 차원에서 ‘은행점포 폐쇄 관련 공동절차 시행안’을 운영하고 있다. 시행안에는 지점폐쇄 전 영향평가 실시, 이동점포·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 대체수단 마련 등의 내용이 담겨 있지만 법적인 강제력이 없다. 당초 금감원은 ‘은행지점 폐쇄절차 등에 대한 모범규준’을 도입하고자 했으나 은행들의 반대로 한단계 낮은 은행간 협약 형태로 바뀐 것이다.

김봉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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