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일제 잔재 ‘가마니’서 비롯된 쌀 목표가격 단위, 20㎏으로 조정 움직임

입력 : 2019-11-20 00:00
삼례문화예술촌

농업계 ‘일제 청산’ 노력 사례들

일본식 한자로 범벅된 농업용어 바로잡으려는 발걸음 활발

아픈 역사 서린 농업 관련 공간 관광명소로 재탄생…역사 성찰



일본의 영향으로부터 ‘독립’하려는 움직임은 종자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제강점기 35년이 남긴 상처를 극복하려는 시도가 농업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주목할 만한 사례는 쌀 목표가격 단위 변경이다. 최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농림축산식품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현재 80㎏인 쌀 목표가격 단위를 바꾸자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남 천안을)은 “쌀 80㎏ 단위는 현실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기에 농민들도 불편해하고 소비자들에게는 쌀 목표가격이 높아 보이는 착시현상도 있다”며 “(쌀 목표가격 단위를) 대형마트 등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20㎏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쌀을 재는 단위는 무게가 아니라 부피였다. 홉·되·말·섬 등의 단위를 썼다. 그런데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쌀 반출을 위해 일본식 자루인 ‘가마니(일본어로 가마스)’를 들여오면서 단위가 바뀌었다. 한가마니에는 쌀 80㎏이 들어간다. 이때 바뀐 단위가 지금도 남아 쌀 목표가격 등에 쓰이고 있다. 즉 쌀 목표가격 단위 변경은 적은 용량의 쌀을 구매하는 소비추세에 발맞추는 동시에 일제 잔재를 뿌리 뽑는 일이다.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일본식 한자어로 범벅된 농업용어를 바로잡으려는 움직임도 있다. 2013년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도매시장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일본어와 속어 등을 발굴했다. ‘나카마(동업자)’ ‘덴바이(들고 다니며 파는 사람)’ 등을 찾고 우리말로 고쳐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종사자들을 상대로 계도에 나섰다. 충남도는 올 8월부터 일본식 농업용어를 우리말로 순화하고 청년농과 귀농·귀촌인 등에게 홍보하고 있다. 추욱 충남도 농림축산국장은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유래한 농업용어가 오랫동안 사용되며 관행으로 굳어졌다”면서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면 농산업이 어려운 산업으로 인식될 수 있는 만큼 쉬운 우리말로 고쳐 적극 홍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픈 역사가 서린 농업 관련 공간은 관광명소로 재탄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전북 완주에 있는 삼례문화예술촌이다. 일제강점기 일본이 쓰던 양곡창고를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켜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전북 군산은 도시 자체가 커다란 ‘근현대사 박물관’이다. 관광을 통해 역사를 배우고 성찰하려는 이들이 늘면서 과거 일제의 곡물 수탈기지였던 군산이 관광명소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양석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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