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찾은 제2의 삶] “마음 치유해주고 반짝이는 눈빛 볼 때 보람”

입력 : 2019-11-15 00:00

 

[자연에서 찾은 제2의 삶] 강원 속초 숲해설가 김유자씨 

농사 접고 인생 2막 고민하다 2015년 숲해설가 자격증 따

설악산자생식물원서 활동하며 방문객에 산림·생태 정보 알려

우울증 환자 등 마음 상처 있는 사람 숲 감상하고 변하는 모습 보면 뿌듯

동료 대부분 60대 이상…일자리 충분 나이 지긋한 분들 더 잘할 수 있어
 


평생 벼농사를 짓다 ‘귀숲’해 제2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강원 속초 일대에서 숲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유자씨(65)다. 숲해설가는 숲을 찾는 이들에게 산림·생태 등에 관한 다양한 지식을 제공하는 전문가다. 단풍이 한창인 설악산 자락을 병풍 삼아 펼쳐진 설악산자생식물원에서 그를 만났다. 그의 밝고 청아한 목소리가 수목원 나무 사이 바람을 타고 울렸다.

“둘째 아들이 군복무를 이 근방에서 했는데 설악산 숲에 반해 여기로 이사했어요. 자식들도 다 키웠겠다, 화천에서 하던 고된 농사일 접고 속초에 왔는데 ‘이 나이에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숲해설가가 됐죠.”

2015년에 숲해설가 자격증을 취득한 그는 5년째 숲을 찾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지식과 즐거움을 주고 있다. 현재 강원산림교육전문가협회 소속으로 보통 식물원에서 방문객을 맞지만 그가 필요한 곳이 있으면 어디든 달려간다. 학교는 물론 군부대로 출장을 나가 인근 숲에서 해설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식물원에선 유치원생부터 어르신까지 전 연령대 방문객 눈높이에 맞게 여러 식물의 특징을 알린다. 유치원생에겐 직접 잎을 만져보게 하고, 어르신들에겐 나무에 얽힌 재밌는 역사 이야기를 들려준다. 비 오는 날엔 실내에서 흙 물감으로 예술작품을 만들거나 꽃 추출물로 방향제를 만드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상처 입은 마음을 자연에서 치유하려는 사람들이 숲을 둘러본 후 눈빛이 변했을 때 김씨는 큰 보람을 느낀다. 숲해설가인 그를 찾는 이들 중엔 우울증 환자나 군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병사들도 많다.

“그분들과 처음에 인사할 땐 눈빛이 공허하단 느낌을 받아요. 그런데 제 이야기를 들으며 숲을 한바퀴 돌고 나면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적극적으로 질문도 하시더라고요. 그럴 때 가장 뿌듯합니다.”

타인의 마음을 치유하는 보상으로 그 자신은 몸의 건강을 얻었다. 별다른 운동을 하진 않지만 일터인 자연 속에서 꾸준히 걸으니 건강해졌다. 혈당 수치가 낮아졌고 혈압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낼 필요가 없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점도 장점이다.

예전엔 숲해설가 자격증을 따도 일자리가 부족해 안정적인 수입을 내기 힘들단 인식이 있었지만 김씨는 요즘엔 그렇지 않은 것을 체감한다. 숲해설가들을 위한 일자리가 늘어나 그와 함께 교육과정을 밟은 40여명 모두 취직했다고 한다. 대부분 직장에서 은퇴한 60대 이상 귀농·귀촌인들이다.

“물론 젊은 사람들도 훌륭한 숲해설가가 될 수 있지만 나이 지긋하신, 인생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신 분들이 더 좋은 숲해설가가 돼요. 숲해설가는 식물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진실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죠.”

속초=김민지 기자 vivid@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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