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환 만들다 경험한 ‘낙장불입’ …2m 넘는 거구와 씨름에 온몸 욱신

입력 : 2019-11-06 00:00
 유민 ㈜현진시닝 제작부장(왼쪽)이 물올림 전 거베라의 줄기 끝을 잘라주는 작업을 직접 보여주고 있다.

[현장 속으로, 기자체험 25시] 농민신문 이선호 기자가 간다 (31)결혼식 축하화환 제작·배달

성수기 주문량 한주 100건 ↑ 시듦 방지 위해 목·금 이틀간 2명이 하루 8~12시간 작업

꽃 물올림·화환 제작 직접 도전 작은 실수에도 수정 못해 진땀 색깔별 조화 등 미적 감각 중요

교통체증 피해 해뜨기 전 배달 부피 큰 화환, 운반 자체가 고역

어깨 금세 뭉치고 철사에 찔려 실용적 ‘신화환’ 보급 필요 절감
 


결혼식이 여기저기서 열리는 이맘때, 식장 입구에서 하객을 가장 먼저 맞는 건 화려한 축하화환들이다. 전체 절화 소비량의 80%가량이 경조사용인 우리나라에서 결혼식이 몰린 가을은 그만큼 화훼농가에게 중요한 대목이다. 그렇다면 농가가 재배한 꽃들이 소비지에선 어떻게 쓰이고 있을까. 그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축하화환 제작 및 배달 인부를 자처했다. 체험은 경기 과천에 자리한 ㈜현진시닝(대표 박상우)의 화환작업장과 서울 강남구 일대 예식장에서 이틀간 했다.



일주일 중 허락된 시간은 단 이틀

‘데드라인’이란 말은 신문 제작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아무리 품을 들인 기사라도 때를 놓치면 소용이 없는 것처럼, 제아무리 정성 들인 화환이라도 결혼식 후에 배달된다면 아무 쓸모가 없다. 토·일요일에 몰린 결혼식을 위해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금요일까진 화환을 완성시켜야 한다.

“축하화환을 만드는 데 허락된 시간은 일주일 중 목·금요일 단 이틀이에요. 하루라도 더 일찍 화환을 만들면 생화가 시들어버리거든요. 10월 같은 성수기에는 보통 한주에 100건 이상 주문이 들어오는데, 하루에 화환을 최소 50개 이상씩 만들려면 눈코 뜰 새가 없어요.”

30년 가까이 화환을 만들었다는 이형욱씨(48)의 말이다. 수십년 경력의 베테랑이지만 화환 한개 만드는 데 못해도 20~30분은 걸린단다. 50개면 2명이 분담해도 하루 8~12시간이 꼬박 걸리는 작업량이다. 이렇게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화환 한개를 만드는 데 생각보다 많은 꽃송이가 쓰여서다. 화환에 들어가는 꽃송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거베라는 2m30㎝ 높이인 3단 화환 한개당 60송이, 2m45㎝ 높이인 특대 화환엔 80송이가량이 사용된다. 여기에 소국·청지목(활엽상록수) 등 기타 품목을 더하면 작업량은 더 늘어난다.

 

화환대에 묶인 플로랄폼(생화 고정용 스펀지)에 도시로 조화를 꽂을 땐 좌우대칭을 맞춰줘야 한다.


물올림부터 ‘도시로’ 꽂기까지…쉬운 게 없네

화환에 사용하는 거베라는 대부분 수요일에 구매해 당일 물올림 작업을 한다. 그전에 사서 작업하면 꽃이 일찍 만개해버려서다. 이렇게 작업하는 거베라의 양은 400~500단. 이형욱씨의 지시에 따라 40~50단의 거베라가 담긴 상자 2개를 쌓아놓고 작업을 시작했다.

물올림 작업의 핵심은 말라버린 줄기 끝을 사선으로 잘라주는 일이다. 간단한 작업이라 생각하고 전지가위를 들었지만, 아뿔싸! 자꾸 함께 묶여 있는 다른 줄기에 상처를 냈다. 길이가 제각각인 줄기를 일일이 잘라줘야 하다보니 생긴 일이다. ‘성수기의 거베라 가격은 한단(10송이)에 7000원도 넘는다는데, 영업방해로 쫓겨나면 어쩌지?’ 잔뜩 긴장한 가운데 7~8분이면 끝난다는 작업을 조심조심 20분을 넘겨서야 끝냈다.

다음은 화환 제작. 뒷배경 역할을 하는 ‘도시로’ 조화를 플로랄폼(생화 고정용 스펀지)에 꽂으면 된다는 말을 듣고 팔을 걷어붙였다. 좌우대칭을 맞춰 꽂는 일이었지만 높낮이 조절이 쉽지 않았다. 조금만 힘을 줘도 도시로는 플로랄폼에 쑤욱 박혔다. 당황해 손으로 슬쩍 빼니 이미 도시로가 잘 고정되지 않고 헐거워진 걸 느낄 수 있었다.

“화환 제작이 어려운 건 한번 작업하고 나면 수정을 할 수 없다는 점이에요. 실수를 했다고 고쳐 꽂으면 배송 도중에 모두 빠져버려요.”

기자가 작업하는 모습을 잠깐 쳐다본 이형욱씨가 말을 던졌다. 말하는 중에도 이씨의 손놀림엔 막힘이 없었다. 알록달록한 꽃장식을 거의 마무리 중인 이씨에게 작업에 꼭 필요한 기술을 물었다.

“손만 빠르다고 되는 건 아니고, 색감이 있어야 해요. 거베라도 같은 색끼리 모아놓은 건 우리들 사이에서 ‘떡칠화환’이라고 부르죠. 하품으로 취급합니다. 밝은색을 가운데, 어두운색을 가장자리에 배치한 다음 리본으로 가리는 요령도 필요하고요.”



배달 인부는 ‘신출귀몰 홍길동’

화환 배달은 해가 뜨기 전에 승부가 난다. 화환제작업체 10~15군데에서 주문받은 오전 예식용 화환을 싣다보면 1시간30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가는데, 조금만 더 지체해 오전 7시가 지나면 교통체증에 걸려 제때 화환을 배달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기기 때문이다. 토요일 오전 5시30분. 7년 경력의 배달 인부 이준협씨(37)와 화환 배달에 나섰다.

쉬지 않고 부지런히 몸을 놀리는 이씨를 따라 화환을 옮겼다. 그런데 트럭에 화환을 여러겹 겹쳐 싣는 과정에서 꽃송이가 떨어지는 게 보였다. 이날 실은 화환은 모두 24개. 1t 트럭에 실을 수 있는 적정량은 14~16개지만, 성수기엔 그보다 많이 실을 때가 흔하다고 이씨가 귀띔했다.

“생화일수록 많이 실을 때는 손상되는 정도가 심하죠. 마음이 좋진 않지만 사실상 주말에만 할 수 있는 일인 데다 회사에서 떼는 수수료, 달마다 나가는 배차값, 트럭 할부금 등을 생각하면 적정량만 싣기는 힘들어요.”

 

높이 2m가 넘는 3단 화환이 위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며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모습.


3단 화환 2m30㎝…꼭 이렇게 높아야 할까?

화환 적재를 마친 차가 출발한 시각은 정확히 오전 7시. 과천에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일대 예식장으로 향했다. 8군데 배달을 8시30분까지 마쳐야 다시 오후 예식용 화환을 실으러 과천까지 제시간에 돌아갈 수 있다. ‘꽃이 떨어지지 않도록 소중히 옮기자’고 다짐했건만, 자꾸 예식장 정문과 엘리베이터 위에 화환이 걸렸다. 계단을 오를 때는 천장에 화환 꼭대기 부분이 걸릴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기본 2m가 넘는 화환 높이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과시하기 위해 다들 큰 화환을 찾기에 높이가 줄어들질 않아요. 바로 세워서는 문을 통과할 수 없어 매번 어깨에 메다보니 배달을 마치면 온몸이 뻐근해지죠. 상처도 곧잘 나고요.”

실제로 화환을 멜 때마다 철사가 어깨를 찔렀다. 뾰족한 소철도 어깻죽지를 쿡쿡 건드렸다. 이씨는 이 때문에 옷이 얇은 여름철엔 수건을 직접 바느질해 어깨에 둘러야 한다고 토로했다.

방법이 없을까. 트럭에 앉아 이동하는 사이 ‘신화환’ 배달은 어떤지 물었다. 이씨는 처음엔 ‘신화환’이 뭔지 못 알아들었지만, 포트(용기)에 생화를 담거나 꽃다발 형태를 한 1m80㎝ 높이의 화환이라고 설명하자 곧 기억해냈다. 1~2년 전만 해도 24~25개 중 1개 정도는 주문이 들어왔던 화환이라고 했다.

“그건 상대적으로 쉬웠어요. 딱 사람 키 정도니 어디 부딪힐 일이 없었거든요. 포트나 꽃다발 형태라 어깨에 멜 필요없이 두손으로 들면 됐는데, 요즘엔 자취를 감췄어요.”

8시32분. 땀에 흠뻑 젖은 채로 배달이 끝났다. 이제 식장 앞에 놓인 화환들은 11~12시 열리는 오전 예식에서 하객들을 맞이할 것이다. 쓰라린 어깨와 철사에 구멍 뚫린 옷을 만지작거리며, 이씨가 신화환에 대해 덧붙인 말을 떠올렸다.

“신화환은 생화 위주라 한번에 많이 싣진 못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그만큼 덜 상한 꽃과 다양한 디자인의 화환을 볼 수 있을 거예요. 배달도 쉽고요. 축하의 의미로는 과시적인 큰 화환보다 더 낫지 않을까요?”

과천=이선호, 사진=김병진 기자 prefer@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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