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Zoom 人] 장인의 뚝심, 얼마나 굳센 家

입력 : 2019-10-23 00:00

[농촌 Zoom 人] 3대째 잇는 대장장이 이준희씨 <경북 고령>

도시에서 직장생활하다가 아버지 건강악화 계기로 가업 승계

농기구, 용도·지역별로 각양각색 손님이 원하는 대로 만들고파
 


3대 100년 동안 맥이 끊이지 않고 이어져온 대장간이 있다. 경북 고령군 대가야읍 전통시장에 자리 잡은 고령대장간이다. 이곳에서 매일 아침 불을 지피고 메질을 하며 대장간을 지키는 이는 이준희씨(46). 할아버지 이오옥, 아버지 이상철에 이은 3대 대장장이다.

그가 처음부터 가업을 이을 작정을 한 것은 아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던 그를 대장간으로 불러들인 것은 아버지의 건강문제였다.

“아버지의 건강이 나빠져서 당장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대장간 일을 영 못 놓으시는 겁니다. 수술을 안 받으시고 그냥 대장간에 나가시겠다는 거예요.”

대장간에 대한 아버지의 애정을 이해 못할 일은 아니었다. 할아버지 때부터 이어오던 일인 데다가 이 대장간으로 자식 넷을 다 키워서 대학 보내고 출가까지 시켰으니, 아버지에게 대장간은 인생 그 자체였다. 평생 대장간을 지키느라 여행다운 여행 한번 다녀온 적이 없는 분이었다. 그렇다고 아버지 고집대로 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 ‘대를 잇겠다’였다.

“어머니는 반대하셨죠. 그런데 아버지는 좀 달랐어요. 대학 나와서 회사 잘 다니고 있는 아들에게 이 힘든 일을 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 한편에는 대장간을 이어가고 대대로 지키고 싶은 마음도 있으셨던 거죠. 아버지가 아내 허락을 받아 오라고 하시더라고요. 아내는 힘들다고 포기하지 않을 자신이 있으면 하라고 했고요.”

그렇게 대장간 일을 시작한 나이가 서른. 아버지는 엄한 스승이었다. 한동안은 아예 가마 앞에 서지도 못했다. 아버지가 허락하지 않았다. 그저 옆에 서서 아버지가 담금질하고 메질하는 것을 보고 들으라고만 했다. 불에 달궈진 쇠를 어떤 식으로 두드리면 어떤 방향으로 번져나가는지 보고, 쇠가 달았을 때와 식었을 때 그리고 실금이 가서 문제가 있을 때 소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귀로 들으라 했다.

“5년 정도 돼서야 제대로 일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렇지만 여전히 부족했죠. ‘야야, 낫이 너무 뻗었다. 너무 곱았다. 담금질이 덜 됐다. 많이 됐다.’ 아버지 말씀이 지금도 기억나요. 아버지께 칭찬받은 지 몇년이 채 안됐어요. 돌아가시기 얼마 전에 손님이 물어보니까 ‘우리 아들이 잘한다. 아들한테 가라’ 그러더라고요.”

대장간 일을 시작한 지 16년째. 2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는 대장간 주인이 됐지만 그는 여전히 대장장이로서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아버지를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단다.

“낫이라고 다 같은 낫이 아니거든요. 크기도 대·중·소로 다르지만 용도에 따라서도 풀 베는 낫, 정구지 베는 낫, 소 발톱 깎는 낫 등 다양해요. 전라도·경상도 등 지역에 따라서도 다르고요. 그러니 괭이며 쇠스랑 등까지 더하면 세상에 얼마나 많은 농기구가 있겠어요. 이렇게 각양각색인 농기구를 손님들이 딱 원하는 대로 만들어드리고 싶어요.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요.”

‘덩덩덩덩’ 아버지 같은 대장장이가 되기 위해 그가 내리치는 메질 소리가 오늘도 시장 골목을 울린다.

고령=이상희 기자 montes@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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