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Zoom 人] 밀·달걀 직접 생산…‘자급자족 빵집’이랍니다

입력 : 2019-09-25 00:00

[농촌 Zoom 人] 농사짓는 제빵사 조광현씨

고향인 충북 옥천서 빵집 운영 건강 빵 만들기 위해 재료 손수 준비

밀 심고 닭 풀어서 키워 복숭아·대추·사과 재배

자극적인 맛 없지만 촉촉하고 쫄깃한 식감 ‘매력’…온라인서 화제
 


“믿을 만하고 몸에 좋고, 그리고 맛도 좋은 빵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밀이며 달걀이며, 빵 재료 농사를 시작한 거죠.”

충북 옥천의 조광현씨(42)는 동네빵집 주인이다. 시골 작은 빵집 주인이 파는 빵이라고는 식빵 세가지와 케이크 하나밖에 없다. 그런 그가 요즘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만드는 빵의 재료 대부분을 직접 생산하기 때문이다.

옥천이 고향인 조씨는 대기업에서 빵 만드는 기술을 교육하는 일을 했었다. 중국·베트남 등지를 돌아다니며 제빵 교사를 양성했던 그는 일년 열두달 해외를 떠도는 일에 지쳐서 고향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집에 돌아왔는데 방 한구석에 어머니가 수확해두신 밀 한자루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저걸로 빵을 만들어볼까?’ 하고 빵을 구운 것이 시작이에요.”

어차피 먹고살 일을 찾아야 할 상황이었다. 잘 하는 게 빵 만드는 일이니 계속 빵을 만들면서 살자 싶었다. 하지만 아무 빵이나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빵을 만들고 싶었다. 빵 만드는 일이 단순히 돈만 버는 일이 아니라 의미 있는 일이기도 했으면 한 것.

그래서 선택한 것이 ‘메이드 인 옥천’ 빵. 빵의 주재료를 모두 그가 살고 있는 옥천에서 나는 것들로 채우기로 했다.

“주변에서 많이 말렸어요. 그렇게 비싼 재료로 만든 빵을 얼마에 누구한테 팔 거냐면서요. 그냥 프랜차이즈 빵집이나 하라고 했죠. 그런데 그건 제가 싫었어요.”

계획이 서자 진행은 일사천리였다. 빵의 주재료인 밀과 달걀을 얻기 위해 그는 집 근처 논에 밀을 심었고 어머니는 산 밑에 땅을 얻어 닭을 풀어 키우기 시작했다. 복숭아·대추·사과 등 빵에 들어갈 부재료 재배도 시작했다.

“어렵게 생각할 일이 아니었어요. 사방에 보이는 게 논이고 밭인데 심고 키우면 될 일이니까요. 모자라는 재료는 지역 내 유기농생산자단체에서 구하면 되고요. 한참 뒤의 일이겠지만 나중에 빵집 규모가 커져서 혼자 재료를 생산하는 것이 힘들어지면 이웃의 소농가들과 힘을 합치면 될 거라고 생각했죠.”

그렇게 빵의 주재료인 우리밀과 방사유정란이 해결됐다. 문제는 빵이었다. 수입 밀가루로 만든 빵맛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우리밀로 만든 빵을 낯설어했다. 우리밀과 방사유정란으로 만든 빵이라는 말에 반색하다가도 막상 빵을 입에 넣으면 표정이 애매해졌다. 좋은 재료를 사용한다는 사실만으로는 사람들의 입맛을 잡을 수 없었다.

“먹는 음식이니까요. 일단 입에 맞아야죠. 제대로 된 레시피를 개발하느라 엄청나게 만들었다 버렸어요. 그 결과 지금의 빵이 완성됐죠. 사람들이 떡과 비슷한 식감이 난다고 하는데, 촉촉하면서 탄력이 있어서 좋다고 하더라고요.”

장인어른이 보내주신 밤을 넣고 만든 빵, 친구가 기른 <캠벨얼리> 포도를 넣고 만든 빵, 아로니아로 만든 빵 등 중간중간 주변에서 기른 재료를 첨가한 빵도 선보였다.

“손님 반응이요? 엇갈렸어요. 무엇보다 가공식품의 달고 짠맛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재료 본연의 맛을 낯설어하더라고요. 그래서 계획이 하나 더 생겼어요. 빵집이 안정되면 한쪽에 체험장을 만들려고요. 사람들이 직접 신선하고 좋은 재료로 빵을 만들어서 먹어보면 뭐가 ‘진짜 맛’인지 알게 되지 않겠어요?”

그의 ‘메이드 인 옥천’ 프로젝트는 현재진형형이다.

옥천=이상희 기자 montes@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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