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Zoom 人] ‘청춘의 무한도전’ 외딴 농촌에 영화판을 펼치다

입력 : 2019-08-28 00:00 수정 : 2019-08-28 23:45

[농촌 Zoom 人] ‘제3회 너멍굴영화제’ 기획한 윤지은·허건씨

전북 완주로 귀농·귀촌한 두 청년 영화감독 서울친구와 ‘의기투합’

2년 전 논 다져 독립영화 상영 시작

불편한 접근성 등 감성 자극해 인기 9월7~8일 지역순환센터서 개최

“성취감과 즐거움, 추진의 원동력 농촌이었기에 성공적 개최 가능”
 

 

“영화제 까짓거 한번 해보지 뭐.”

전북 완주군 고산면에서 열리는 ‘너멍굴영화제’는 그렇게 시작됐다.

재미있을 것 같았다. 해볼 만할 것 같았다. 흔히들 ‘촌구석’이라 부르는 시골이지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고산으로 귀촌한 윤지은(30, 사진 왼쪽), 귀농한 진남현(30), ‘친구 찾아 강남’ 온 ‘서울사람’ 허건(28, 〃 오른쪽). 대학 동기이거나 선후배인 세사람이 그렇게 농담처럼 장난처럼 영화제를 이야기한 건 3년 전이었다. 그때를 지은씨는 이렇게 기억한다.

“유기농업을 하려고 준비 중이던 남현이에게는 빌려둔 논이 있었고 영화감독인 건이에게는 영화가 있으니 ‘남현이 논에서 건이 영화를 틀자’는 것이 영화제의 시작이었어요. 마침 귀촌한 저도 합류하게 됐고요.”

막상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논을 ‘무대’로 만드는 것이 큰일이었다. 수로를 파서 물을 빼고 논에 무성한 풀을 베고 삽질을 해서 바닥을 다져야 했다. 돈도 필요했다. 주변 사람들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모금하고 군으로부터도 도움을 받았다. 상영할 독립영화도 구하러 다녀야 했다.

시작은 셋이었지만 영화제가 시작될 무렵에는 스무명이 넘는 청춘들이 함께했다. 준비 끝에 제1회 너멍굴영화제가 열린 것이 2017년 9월2~3일. 무려 100여명의 관객들이 다녀갔다.

지난해 열린 너멍굴영화제에서 관람객들이 텐트를 치고 영화를 보고 있다.

“‘너멍굴’은 영화제를 연 지역 이름이에요. ‘너머에 있는 골짜기’라는 뜻인데, 이름만큼이나 외진 곳이죠. 교통이 불편할 뿐 아니라 편의시설도 없죠. 그래서 영화제 콘셉트를 아예 불편함으로 정했어요. 여긴 아무것도 없으니 영화 보러 오시려면 텐트와 먹을거리를 짊어지고 오시라, 그랬죠. 그런데 오히려 그런 부분이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한 것 같아요. 어떤 분은 ‘평생 가장 편안했던 시간이었다’고까지 말씀하셨어요.”

1회의 성공을 바탕으로 지난해 2회에는 200여명이 다녀갔고 너멍굴영화제는 올해 3회를 앞두고 있다. 그동안 변화도 있었다. 1~2회 장소였던 남현씨의 논은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 농작물을 품었고 대신 영화제는 폐교에 자리 잡은 지역순환센터 앞마당에서 열기로 했다. 남현씨도 논과 함께 본연의 역할인 농부로 돌아갔다. 공간이 바뀌면서 올해는 ‘조금 덜 불편한’ 영화제가 될 예정이다. 대신 추억의 먹거리장터나 버스킹 등 더 다양한 부대행사가 준비됐다. 영화도 애니메이션을 포함해 단편영화 여섯편이 상영된다.

시골 청춘들의 ‘발칙한’ 모의가 모의에서 끝나지 않고 현실이 되고, 3년째 지속될 수 있는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건씨는 이렇게 말한다.

“힘든 일을 넘어서는 순간마다 느껴지는 즐거움이 있었어요. 우리 손으로 뭔가를 이뤘다는 기쁨 같은 거요. 저희가 꿈을 이루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과정에 있는 청춘들이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그리고 또 하나, 지은씨의 말처럼 농촌이라는 공간 덕분이기도 하다.

“농촌이라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영화제를 열 공간을 쉽게 얻을 수 있었고 지역사회의 도움도 많이 받았거든요. 도시라면 쉽지 않은 일이었겠죠.”

제3회 너멍굴영화제는 9월7~8일 완주군 고산면 삼기리 지역순환센터에서 열린다. 관람료는 무료다.

완주=이상희 기자 montes@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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