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전염병 꼼짝 마!…국민 식탁·축산업 안전 철통방어 최전방

입력 : 2019-08-12 00:00 수정 : 2019-08-12 23:57
기자(왼쪽)와 안영신 농림축산검역본부 검역관이 해외여행객의 휴대품 검역과정에서 적발한 열대과일을 살펴보고 있다.

[현장 속으로, 기자체험 25시] 농민신문 홍경진 기자가 간다 (25)인천공항 검역관

인천공항 입국장 검역사무소 한구역당 동물·식물 검역관 각각 2명 배치

세관, ASF 위험국서 온 짐 모두 엑스레이 검색… 탐지견 투입도

의심징후 보이면 검역관에 연계

문제 발견된 짐 모두 열어 ‘개장조사’ 불법 휴대 농축산물 발견 땐 과태료

ASF 발생국인 중국산 축산물은 과태료 500만원…각별한 주의를

국민 모두 힘 모아 질병 유입 막아내야
 


성서에서 신(神)은 인간을 벌하는 수단으로 종종 전염병을 사용했다. 중세를 덮친 흑사병(페스트)은 당시 전체 유럽 인구 3분의 1을 희생시킨 것으로 전해진다. 전염병이 겨냥하는 건 사람만이 아니다. 동식물에 퍼지는 전염병과 해충은 나라 경제와 국민 식탁을 뒤흔들기도 한다. 검역(檢疫)이 갈수록 강조되는 이유다. 중국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우리나라도 비상이다. 검역현장에 ‘데프콘 1’이 발령된 상황.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도움으로 국경검역 최전방인 인천국제공항에서 검역관체험을 했다. 



“이리 좀 와봐요. 우리 팀 막내로 생각하고 일을 줄 테니.”

7월26일 아침 인천공항 제1터미널 보세구역. 검역본부 인천공항지역본부 휴대품검역1과 권순일 팀장이 기자를 부른다. 대형 냉장고 안에서 권 팀장이 커다란 꾸러미 하나를 꺼내 건네준다. 묵직한 자루 속에 들어 있는 건 꽁꽁 얼린 소시지며 과일 등 해외여행객들에게서 압수한 불법 휴대 농축산물들. 하나에 15㎏쯤 되는 자루를 모두 꺼내 공항 동편으로 운반했다. 대기 중이던 냉동탑차에 다 싣고 나서야 잠깐 쉴 틈을 얻었다. 이곳에선 매주 화·금요일 아침 이런 작업을 한다. 검역에 불합격한 농축산물을 냉동보관하다 3~4일에 한번씩 몰아서 폐기하는 것. 이날 소각처리한 물량은 모두 1358㎏이었다.

검역에 불합격한 각종 농축산물을 폐기하기 위해 소각장으로 운반하고 있다.


“열대과일 한개쯤 맛봐도 되지 않나요?” 떠보는 질문에 권 팀장이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만에 하나라도 질병·해충이 유입될까봐 검역을 강화하는 판에 큰일 날 소리라는 것. 폐기작업을 철저히 하기 위해 검역관 한명은 소각장까지 동행해 확인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이제 진짜 검역관으로 나설 차례. 입국장에 있는 검역사무소 한구역당 동물검역관 2명, 식물검역관 2명이 배치돼 3교대로 근무한다. 여기선 세관과의 협업이 중요하다. 세관에서 여객 휴대품을 엑스레이(X- ray)로 검색해 의심징후가 보이면 검역관에게 연계해주기 때문이다. 오전 10시가 지날 무렵 일제검사 대상인 여객기 한편이 착륙했다. 일제검사는 ASF 위험국에서 온 여객기 승객의 휴대품을 모두 엑스레이로 검색하는 일이다. 현장 안내를 맡은 안영신 검역관은 “6월부터 ASF 특별방역대책이 추진되면서 인천공항의 일제검사 편수가 하루 3편 안팎에서 14편 이상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세관 엑스레이에서 뭔가 발견했는지 태국인 여행객 한명을 이쪽으로 보냈다. ‘난 태국어 못하는데….’ 긴장된 상태로 그를 맞았다. 여행가방에서 나온 건 열대과일. 람부탄·구아바·산톨 등 종류도 다양했다. 같이 있던 김민선 검역관이 “과일류는 반입이 금지돼 있다”며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식물류는 처음 적발된 경우 10만원이고, 현장에서 바로 납부하면 20%를 경감해준다. 여행객은 순순히 지갑을 열었다.

한숨을 돌리는 참에 또 다른 비행기에서 내린 중국인 여행객 한명이 가방을 끌고 온다. 그는 “신고를 깜빡했는데 검역탐지견이 냄새를 맡아 가방에 태그(추적장치)가 붙었다”며 소시지 제품을 내보였다. 이번엔 김윤희 검역관이 나섰다. ASF 발생국인 중국산 축산물은 한번만 걸려도 과태료가 500만원인데,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봤다. “물건을 꺼내 들고 왔으니 자진신고 의사가 있는 것으로 간주해 과태료 처분은 하지 않겠습니다. 지금 휴대품신고서를 작성해주세요.”

계속해서 일제검사 비행편에서 문제가 발견된 승객들이 검역팀으로 왔다. 모두 가방을 열어 짐을 살펴야 하는 개장조사 대상이다. 한 여행객은 “내 가방엔 이상한 물건이 없다”며 거칠게 반응했다. 하지만 그의 배낭에선 복숭아가 나왔다. 당황한 듯 “가방을 내가 싸지 않았다. 어머니가 한개 넣어주신 것 같은데 정말 몰랐다”고 했다. 이처럼 검역현장엔 생각보다 난감한 사례가 많았다.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휴대 농축산물의 불법반입을 금지하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오후엔 검역탐지견이 활동하는 현장으로 이동했다. 이준호 전문검역관과 함께 탐지견을 이용해 수하물을 살폈다. 탐지견은 캐러셀(수하물 컨베이어벨트) 위에 놓인 여행가방의 냄새를 맡으며 바쁘게 움직였다. 20분쯤 됐을 때 의심스런 수하물 하나를 찾아냈다. 가방에 태그를 붙였다. 검역대로 가서 개장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표시다. 아까 소시지를 휴대했던 중국인 여행객도 이런 과정을 통해 검역팀으로 온 것이었다.

검역탐지견을 투입해 여행객들의 수하물을 확인하는 모습.


인천공항에는 탐지견이 모두 18마리가 있다. 이중 일부는 국제우편물 검역에 투입되고 강원 양양, 전남 무안 등 다른 공항 지원도 나간다. 하루 평균 45편의 검사대상 노선에 실려 오는 수하물을 검사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다. 이 검역관은 “6월부터 불법축산물에 대한 과태료를 대폭 높이고 홍보를 적극 실시하다보니 적발건수는 많이 줄었다”고 했다.

탐지견이 제대로 일을 했는지 태그가 부착된 가방의 주인을 따라 다시 검역대로 가봤다. 문제의 가방에서 풋콩과 풋고추가 발견됐다. 여행객은 삶은 풋콩을 얼린 거라 검역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풋콩의 일부는 생물이었고 신선 풋고추도 2.3㎏이나 됐다. 과거 훈방이력도 있어 어쩔 수 없는 과태료 대상이다.

축산관계자들은 해외여행을 다녀올 때마다 이곳에서 소독 등 필요한 조치를 받아야 한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일부 국회의원도 해외에 다녀올 때면 꼭 들러 소독을 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한 여행객은 “축산농민과 주민등록상 주소만 같을 뿐인데도 축산관계자로 분류돼 번거롭다”고 투덜거렸다.

반려동물을 대동한 여행객들도 검역은 필수다. 인천공항을 경유해 태국으로 향하는 캐나다 여행객은 고양이 두마리를 데리고 왔다. 검역증과 혈액검사 증명서 등 관련 서류를 꼼꼼히 확인한 뒤 통과시켰다. 과거엔 이민자·장기여행객이 주로 동물을 데리고 이동했는데, 최근 반려동물이 부쩍 늘면서 단기여행객들도 동물을 대동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한다. 유혜진 검역관은 “출국 여행객의 편의를 위해 공항 내 검역본부 민원실에서도 검역증을 발급하고 있다”고 했다.

공항의 CIQ(세관·입국심사·검역) 구역엔 창문이 없다. 바깥 날씨도,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른 채 입국자들을 상대하다 저녁을 맞았다. 그렇게 체험을 마친 뒤, 검역관도 여행객도 아닌 제3자가 돼 오가는 여행객들을 지켜본다. 성수기 인천공항을 출입하는 여행객은 하루 20만명. 입국자수는 그 절반인 10만명이 되고 그들의 가방은 대략 15만개를 헤아릴 터. 15만분의 1짜리 허점도 놓치지 않으려 검역전선의 밤과 낮을 지키는 이들의 노고가, 언젠가 해외에 다녀올 일이 있다면 또렷이 생각날 것 같다.

인천=홍경진, 사진=김병진 기자 hongkj@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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