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Zoom 人] 휴대전화로 일상 ‘찰칵’…작품이 되다

입력 : 2019-07-31 00:00
26~28일 충북 옥천에서 열린 제1회 충청북도 평생학습박람회에서 사진전시회를 연 보발리 주민들.

[농촌 Zoom 人] 사진전시회 연 단양군 가곡면 보발리 주민들

지난해 가을 마을 사무장 제안 주민 17명 사진 찍는 법 배워

사진집 내고 동아리 만들어 평생학습박람회서 전시회도
 


“꽃봉오리도 달라. 전엔 그냥 꽃 한송이지 뭐 그랬는데, 찍어서 들여다보니 달라 보여.”

80여가구가 사는 단출한 산촌마을 충북 단양군 가곡면 보발리. 안영화씨는 요즘 삶이 달라졌다. 열여덟에 시집와 일흔이 될 때까지 시할머니·시할아버지·시어머니·시아버지·시동생, 그리고 자식들 뒷바라지로 세월을 보냈다. 이제는 농사지으며 산촌에 파묻혀 지내는 것으로 인생이 끝나는 줄 알았는데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으면서 사는 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냥 때 되면 피던 꽃이구나 했었는데 한겹한겹 겹쳐진 꽃잎이 보이고, 울퉁불퉁 옹이 진 당신 손가락에서 지난 세월이 느껴졌다.

김순복 부녀회장도 마찬가지다. 소를 몰아 밭을 갈다가도, 소여물을 주다가도 하던 일을 멈추고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는다. 귀촌한 황은성씨도, 귀농한 조고희씨도 그렇다.

보발리 주민 열일곱명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가을. 김성신 마을 사무장의 제안이 출발이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주관하는 농어촌개발 마을만들기 사업에 선정됐는데, 선정이 되고 보니 마을을 돌보고 지켜볼 지킴이가 필요하겠더라고요. 마을사람들이 직접 사진을 찍어 마을과 보발리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기록하면 좋겠다 싶어서 사진수업을 제안했죠.”

외지의 사진가를 초빙해 11월 한달 동안 수업을 받았다. 특별한 사진찍기 기술을 배운 것은 아니다. 주민들이 일상을 꾸준히 사진으로 담아내고 그 기록을 남기는 데 의미를 뒀다. 연말에는 그 사진들을 모아서 사진집도 냈다. <어제는 옛날, 오늘을 추억>이다. 올봄부터는 아예 ‘보발리 사진관’이라는 이름으로 사진동아리를 만들었다.

“사진 모임이 있는 날에는 아침부터 하루 종일 밭에서 일하다가 여섯시 되면 얼른 들어가서 씻고 밥 먹고 회관으로 가요. 피곤해서 가지말까 싶다가도 우리 사무장 생각하면 또 일어서고 그래요. 사진 찍는 것도 재미있고.”

김순복 부녀회장만 그런 것이 아니다. 열명이 넘는 마을주민들은 이 바쁜 농번기에도 꼬박꼬박 사진을 찍고 모임에 나왔다. 그런데 사진찍기가 계속되면서 주민들이 달라졌다. 앞에서만 보던 소나무를 밑에서 위로 올려다보고, 산 넘어가는 해가 만들어내는 색의 아름다움도 이야기하고, 자기 얼굴에 패인 주름의 의미를 읽어냈다. 올해도 밭두렁에 핀 꽃은 지난해에도 재작년에도 피던 그 꽃이지만, 이들에게는 이제 더이상 같은 꽃이 아니었다.

그 결과물을 모아 26~28일에는 제1회 충청북도 평생학습박람회에서 전시회도 열었다. 전시장에는 사람들의 발길과 칭찬, 감동이 이어졌다. 이를 지켜보는 마을주민들 마음에도 스스로에 대한 대견함과 자랑스러움, 감동이 일었다. “내 살다보니 이런 날도 있네”라고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이런 주민들의 마음을 안영화씨가 글로 적었다.

“나의 인생 70에 사진전시회라는 말 참말로 묘한 기분이다. 국민학교도 반이나 결석하고 배운 내가, 그냥 마음껏 내가 제일인 줄 알고 사진을 찍었다. 우리 가족 찍은 사진, 우리 동네 찍은 사진, 밭에서 일하다 찍은 사진. 전시회에 걸어놓은 내 사진. 훨훨 하늘을 날으는 기분이다. 70 시골띠기가 처음으로 느껴본 25세의 마음이다(‘나는 보발리에 산다’에서 발췌).”

옥천=이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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