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회 통해 ‘원주민-귀농·귀촌인’ 하나로

입력 : 2019-07-19 00:00 수정 : 2019-07-20 23:23
6월15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두창3리 분재마을에서 열린 제5회 매실음악회에 참가한 주민과 초청인사들.

<연중기획>사람이 힘이다 (3)마을 화합 이끄는 귀농인 심덕로씨<경기 용인>

2003년 분재마을에 터 잡아 마을모임 무조건 참석 등 원주민들과 관계개선 노력

2011년 이후 이주민 ‘급증’

서먹서먹한 주민들 위해 사비 털어 작은 음악회 열어 자연스럽게 모일 기회 마련

호평 봇물…매년 6월 개최
 


“마을 토박이와 귀농·귀촌자들이 더 많이 어울리고 소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음악회를 시작했죠. 반응이 좋아요.”

귀농·귀촌 인구가 늘면서 원주민과 새로 이주한 주민들간의 갈등과 분쟁이 농촌사회 곳곳에서 빈발하고 있다. 40여가구가 살던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두창3리 분재마을에도 2011년 이후 40여 귀농·귀촌 가정이 이주해왔다. 처음엔 서먹서먹했던 주민들은 음악회를 통해 소통과 화합을 일궈가고 있다. 그 중심에 귀농인 심덕로씨(75)가 있다.

귀농 후 마을음악회를 열어 주민 소통과 화합에 노력하고 있는 심덕로씨.


2003년 분재마을에 귀농한 심씨의 고향은 인근 포곡읍 가실리다. 농협중앙회를 퇴직한 후 이곳에 터를 잡았다. 처음엔 원주민들과의 관계 때문에 힘들었다. 주민들은 외지에서 온 심씨를 낯선 사람처럼 취급했다.

그는 “귀농 후 5년 동안 마을모임에 빠지지 않고 찾아갔고, 정말 부지런히 농사를 지었더니 차츰 마음의 문을 열어주더라”고 회상했다.

귀농한 지 10년 가까이 되자 마을에 젊은 귀농·귀촌인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폐교 위기에 처한 두창초등학교도 학생들로 활기를 되찾았다. 40가구였던 마을은 80가구로 늘었다. 주민수도 200여명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원주민과 귀농·귀촌인 사이는 서먹서먹했다.

심씨는 “같은 마을에 거주하지만 인사 한번 하질 않고, 누가 누군지도 몰랐다. 귀농 초기에 겪었던 마음고생이 떠올랐다”고 했다.

주민들이 자연스레 모일 수 있는 기회를 고민하던 심씨는 음악을 매개로 한 음악회를 생각해냈다.

2011년 사비를 털어 집 앞마당에서 작은 음악회를 개최했다. 음악회는 동네아이들로 구성된 중창단이 주축이 됐다. 그 외 공연은 그가 활동하는 수원 ‘난파OB합창단’과 성악가, 클래식 악기 연주자들의 재능기부로 진행됐다.

1회 때부터 주민과 귀농·귀촌인들 사이에서 호평이 쏟아졌다. 용기를 얻은 그는 2013년 2회 음악회를 개최했고, 2017년부턴 매년 6월 중순에 음악회를 열고 있다. 매실농원을 운영하는 심씨는 음악회 이름을 ‘매실음악회’로 지었다. 6월15일 열린 5회 공연은 주민과 초청인사 등 100여명이 관람하며 성황을 이뤘다.

분재마을에 귀촌한 박선희씨(42)는 “시골이다보니 아이들과 문화생활을 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는데, 어르신이 매년 음악회를 열면서 수준 높은 공연을 즐길 수 있게 됐다”며 “무엇보다 마을어르신들과 만나 음식을 먹으면서 대화하는 기회가 생겨 좋다”고 말했다.

조장국 어르신(81)은 “예전엔 원주민과 귀농·귀촌인들이 물과 기름처럼 어울리지 못했는데, 지금은 서로 인사하고 안부도 묻는 등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고 귀띔했다.

최근엔 농협경기동인회(회장 이재진)가 심씨의 음악회를 물심양면 후원하면서 공연이 더욱 풍성해졌다. 동인들은 공연 날이면 미리 와서 농촌일손돕기도 하고 함께 공연도 준비하면서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심씨는 “예전엔 농사일 품앗이하며 막걸리를 주고받고 대동회와 농악으로 정을 나눴는데 그런 문화가 사라지는 게 안타깝다”면서 “마을단위 문화행사가 보다 풍성해지길 바라며 힘닿는 데까지 음악회를 준비하겠다”고 소박한 소망을 말했다.

용인=유건연 기자 sower@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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