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농어촌민박 운영체험 …쓸고! 닦고! 소통하고!

입력 : 2019-07-19 00:00 수정 : 2019-07-20 23:21
기자가 민박 손님이 퇴실한 방을 청소하고 있다.

[현장 속으로, 기자체험 25시] 농민신문 이현진 기자가 간다 (23)휴가철 농어촌민박 운영체험

어떤 곳에 머물고 싶을까, 어떻게 대할까…쓸고! 닦고! 소통하고!

원 화천 소재 ‘유곡산방’ 찾아 방 청소부터 마당 잡초 뽑기까지

예약손님 맞기 위해 꼼꼼히 정돈 두팀 받고 오후 11시 일과 마무리

다음날 아침상 차리고 설거지도 손님 퇴실한 방 정리 후 일정 마쳐
 



도시에서 벗어나 농어촌을 찾는다면 어디서 묵는 것이 좋을까. 호텔·콘도 등을 이용할 수 있겠지만 그보다 좀더 가까운 곳에 농어촌주민들이 운영하는 민박도 좋을 것이다.

사실 농어촌민박에 대한 인식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여러 조사에 따르면 상당수 도시민은 농어촌에서 겪는 불편한 점으로 위생 상태 등이 열악한 시설을 지목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여름 휴가철. 농어촌민박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농어촌민박이 일반 숙박업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구하고자 농어촌민박 중 한곳을 찾아 1박2일 동안 일꾼으로 지내봤다. 방문한 곳은 강원 화천군 간동면 유촌리에 자리한 ‘유곡산방’이다.

 

명재승씨(오른쪽)와 함께 베갯잇을 새것으로 갈고 있다.


민박 일의 시작은 방 청소부터

“어서 와요. 오늘 가족 한팀이 사랑채로 오시니까 거기부터 청소하면 돼요.”

12일 오전 11시. 창문이 큼직한 한옥에서 명재승(66)·김성숙씨(64) 부부가 밝은 미소로 기자를 맞았다. 유곡산방에선 주인장네 본채를 제외한 세개의 방을 민박으로 놓는다. 모두 명씨가 직접 지은 한옥이다. 독채인 사랑채 한곳과 공동 공간이 딸린 별채방 두곳이다.

“이전 손님이 가고 나서 청소해놓은 방이라 깨끗할 거야. 그래도 새 손님이 오기 전에 한번 더 청소해야지. 그새 먼지가 쌓였을 수 있으니까.”

명씨와 함께 방 청소를 시작했다. 청소기로 바닥을 훑고, 밀걸레로 그 자리를 밀고, 탁자·액자 등 먼지가 쌓일 만한 곳을 꼼꼼히 닦았다. 다만 열심히 청소는 하는데 먼지라고 할 만한 건 거의 묻어나지 않았다.

명씨는 창틀·문틀을 꼼꼼히 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골엔 벌레가 많은 터라 한번 청소했더라도 뒤돌아보면 죽은 벌레가 곧잘 생긴단다. 실제로 죽은 벌레 네댓마리가 창틀 안에 있었다. 미니청소기로 틀 속을 훑고, 훑은 자리를 다시 손걸레로 닦았다.

“벌레가 있다는 건 오히려 오염이 덜 됐다는 거야. 그렇지만 싫어하는 분들도 있으니 이렇게 한번 더 말끔하게 청소해주는 게 좋아.”

베갯잇 등 세탁한 침구류를 갈고 나서야 방 청소가 마무리됐다. 단정하니 아늑한 시골방이 새삼 눈에 들어온다. 뿌듯함에 허리를 쭉 펴보는데 명씨가 얘기한다. “자, 여긴 다 됐고, 이제 본인이 쓸 별채도 청소하러 가야지?”

 

아침상에 올리기 위해 수확한 나물을 정리하는 모습.


풀 뽑고 베고 주변 정돈도 깔끔하게

분주히 방 청소를 끝낸 오후 2시께. 명씨가 호미 한자루를 기자에게 건네준다. 여름철 쑥쑥 자라는 마당의 잡초를 매는 일. 부지런한 주인장네가 요즘 신경 쓰는 작업이다.

마당에 쭈그려 앉았더니 자갈밭 곳곳에 풀들이 올라와 있다. 그러나 사실 잡초가 많진 않았다. ‘이 정도는 그냥 둬도 괜찮지 않나’ 하는 생각이 슬몃 들었다. 그러다 이내 보이는 주변 모습에 고개가 다시 끄덕여진다. 도시 정원 못지않게 정돈된 나무들과 농기구 하나 허투루 두지 않고 깔끔히 정리된 농가의 풍경. 이런 경관이라면 마당의 잡초도 응당 깔끔히 정리하는 것이 어울린다.

“손님 관점에서 생각하는 거지. 어떤 장소에 머물고 싶을까, 어떻게 해드려야 좋아할까. 저기 낫 하나 챙겨서 따라와 봐.”

이번엔 민박집 어귀 바위벽을 덮은 잡초를 베어내는 일이다. 명씨에 따르면 이곳은 유곡산방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곳이다. 본디 훤한 바위벽의 얼굴을 드러내고자 가시박 등 외래종 잡풀과 수십분간 씨름을 벌였다. 아직 해가 넘어가지 않은 오후 5시께. 가슴팍과 등짝이 모두 흥건히 젖었다.

“오후 10시쯤 별채방에 손님이 또 오신다는데? 방 청소해놔야겠다.”

풀 베고 오는 길에 희소식(?)이 전해졌다. 추가 예약이 들어와 남은 별채방 한곳도 마저 채워진 것. 덕분에 쉴 틈 없이 걸레와 청소기를 들고 방으로 향했다. 창틀·문틀을 훑고, 청소기를 돌리고, 밀걸레로 바닥을 닦고, 새 베갯잇을 씌우고…. 앞서 두번 해봤다고 제법 청소하는 과정이 손에 익었다.


 

마당 자갈밭에 올라온 잡초를 제거하는 모습.


민박, 소통과 관계맺기의 공간

해가 질 무렵 사랑채 손님이 민박에 도착했다. 손님은 먼저 별채의 공동 공간에서 주인장과 인사를 나눈다. 김씨를 도와 토마토식혜와 모싯잎찹쌀떡을 간식으로 내드렸다. 주인장과 손님들의 첫 대화가 오간다. 화천에 와본 적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젊은 부부는 설레는 표정으로 답했다.

“아뇨. 저희는 여기 숙소만 먼저 정하고 여행왔어요. 이런 한옥에서 자보고 싶어서. 덕분에 화천은 처음 와 봐요.”

오후 10시께 두번째 손님이 도착했다. 주인장 명씨가 손님을 방으로 안내했다. 이날 오전 11시에 시작한 일과는 꼬박 12시간 뒤인 오후 11시가 돼서야 마무리됐다.

다음날 오전 8시. 밥상을 차리는 김씨를 도와 주방 보조로 다시 일을 시작했다. 이곳 민박집의 손님들은 오전 9시에 공동 공간에 모여 아침을 먹을 수 있다. 10여첩의 찬들을 소담하니 그릇에 담아 상으로 날랐다. 모든 식재료는 로컬푸드다. 이는 김씨가 지키고자 하는 원칙 중 하나다.

“그래도 멀리까지 왔는데 여기서 난 걸 드려야 하지 않겠어요? 되도록 우리 집에서 키운 거랑 화천 농산물만 쓰려고 해요. 우리 민박에 왔으면 다른 지역엔 없는 걸 드려야 좋지.”

유곡산방의 아침은 소통하는 시간이다. 밥이 정말 맛있다는 칭찬에서부터 화천 어디에 가보는 게 좋을지 등등. 식사를 마친 손님들은 자연스레 한동안 주인장과 대화를 나눈다. 고생스러워도 김씨가 항상 아침을 차리는 건 이런 어울림의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기자는 수북이 쌓인 그릇들을 설거지했다. 물론 사람들의 대화를 즐거이 엿들으면서. 

낮 12시. 퇴실한 손님의 방을 청소하며 일꾼으로서의 일정을 마쳤다. 두팀의 객을 받았을 뿐인데 손님이 오고 싶은 민박을 만드는 일로 1박2일의 시간은 꽤나 바쁘게 돌아갔다. 사실 왠지 모르게 여유로운 일과를 기대하지 않았다면 거짓이다. 그러나 손님이 잘 묵고 가길 바라는 주인장네의 정성에, 기자의 마음가짐 또한 덩달아 살뜰해지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모든 농어촌민박이 같은 모습은 아니다. 어떤 곳은 아침식사가 없거나 어떤 곳은 한옥이 아닐 것이다. 다만 공통된 특징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틀 동안 유곡산방에서 느낀 소감은, 좋은 농어촌민박의 팔할은 주인장의 정성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었다. 올여름 농어촌민박을 찾아야 할 이유가 있다면? 그건 정성이 담긴 그 공간, 사람들과 정겨운 관계를 맺기 위해서다. 

화천=이현진, 사진=김덕영 기자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