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Zoom 人] “사소해 보이는 농촌 생활사가 진짜 역사”

입력 : 2019-07-03 00:00

농촌 Zoom 人 - 다큐 ‘태모시’ 제작한 노영미씨

지역 민속자료 수집·보존하다 사라지는 국산 모시 생산과정 15분짜리 영상으로 담아 호평

고창농촌영화제에 상영되기도
 


‘태모시’라는 단어가 있다. 모시풀을 베다 줄기의 겉껍질을 벗기고 속껍질만 남겨 말리는데, 이 속껍질을 태모시라고 한다. 태모시로 실을 자아내 베를 짜는 것이다. 태모시를 아는 사람이 드문 것은 태모시를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사라져가기 때문이다. 값싼 중국산 모시에 밀려 국산 모시가 맥을 못추니 그럴 수밖에.

충남 서천에 사는 노영미씨(49)가 태모시 만드는 과정을 영상에 담기로 한 것은 이런 상황이 안타까워서다. 지역에서 민속자료를 수집·보존하는 아카이브를 운영하는 연구자로서 이 현실을 기록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었다. 태모시 만드는 사람이 사라지면 그와 연관된 기술도, 그에 얽힌 이야기도, 문화도 다 사라질 것이라 우려한 것이다.

“서천이 모시로 유명하잖아요. 모시를 짜는 과정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는데 그 앞 과정은 잘 알지 못했죠. 그런데 4년 전 쯤 우연한 계기로 태모시 만드는 농가를 알게 돼 기록을 시작하게 됐어요.”

서천군 비인면의 세농가를 중심으로 태모시 만드는 과정을 기록했다. 모시잎은 떡 만드는 데 쓰고 줄기는 베 만드는 데 쓴다는 것, 줄기는 한해에 세번 수확한다는 것을 찍었다. 이어 먼저 껍질을 벗겨낸 뒤 벗겨낸 껍질의 겉껍질을 한번 더 벗겨내고 남은 속껍질을 말리면 태모시가 된다는 것을 영상에 담았다. 또 하루에 한대(4㎏) 하면 돈이 좀 되는데 혼자 하려니 이제 나이 들어 힘에 부친다는 것 등 농민들의 생생한 증언들도 촬영했다.

그런데 이 기록들을 그냥 두면 창고 속에서 먼지만 쌓여갈 것 같았다. 이 기록이 의미 있게 활용되려면 사람들과 공유해야 하는데, 그 상태로는 무리였다. 그런데 마침 서천군미디어센터에서 영상제작 교육을 받을 기회가 생겼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교육을 받았고, 기록영상을 영화로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서툰 손길이었지만 영상을 잘라 붙이고 자막을 넣고 배경 음악까지 깔고보니 그럴듯한 영화 한편이 완성됐다. 제목 <태모시>. 15분짜리 짧은 다큐멘터리였다. 평가는 좋았다. 태모시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단순하지만 잘 담아냈다는 평을 받았다. 얼마 전에는 전북 고창에서 열린 제2회 고창농촌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충남 서천군 비인면의 한 농가에서 부부가 태모시작업 중이다. 영화 ‘태모시’의 한 장면.

“<태모시>를 만들면서 다른 농사 이야기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그 속에 사람들의 삶과 문화의 변화가 함께 담겨 있거든요. 지금 나이 든 세대들이 농사를 접고 다 돌아가시기 전에 기록해둬야죠.”

그는 3년째 호랑이강낭콩 재배농가에 대한 기록을 하고 있다. 토종콩은 아니지만 재배가 빠르게 확산돼 지금은 서천에서 많이 재배하는 품종인데, 재배과정의 변화를 기록함으로써 농민과 농업의 변화상을 기록할 수 있겠다 싶었던 것이다.

“제가 사는 곳이 농촌이잖아요. 농촌과 농업을 기록하게 된 것은 저에게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그리고 이 사소해 보이는 생활사가 사실은 진짜 역사거든요.”

<태모시>는 유튜브(www.youtube.com/watch?v=jEnxPSCyVN8)에서 볼 수 있다.

서천=이상희 기자 montes@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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