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온에 강한 日 벼품종 ‘후후후’ …맞춤형 전기밥솥까지 개발

입력 : 2019-07-03 00:00
도야마현의 ‘후후후’ 재배지 전경.

창간 55주년 기획-세계 선진농법 현장을 가다 (3)‘최고 품종, 최고 맛!’ 변화하는 일본 쌀산업

기후변화에 끄떡없고 재배도 쉬운 품종 육성

‘후후후’의 산실 일본 도야마현농업연구소

밤 기온 27℃·낮 40℃에도 정상 수량·고품질 확보 가능

‘고시히카리’ 단점인 도복 극복 최적의 재배 매뉴얼 정립 도야마현 농가 중심 보급

밥맛 좋은 쌀…소비자 만족 가격도 높아 인기 품종 부상
 


일본의 쌀산업이 변하고 있다. 품종개발부터 밥 짓기까지 모든 것을 책임진다는 발상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연상시킬 정도다. 특히 최근엔 기후변화에 끄떡없고 밥맛도 최고인 품종을 개발한 데 이어 해당 품종에 대한 맞춤형 밥 짓기 모드를 갖춘 첨단 전기밥솥까지 내놓는 일관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앞으로 이런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쌀산업의 새 흐름을 선도하는 지역 중 한곳인 도야마(富山)현을 찾았다.

 


낮 기온 40℃ 육박해도 안정적 재배

“이게 바로 고온에 강한 벼 <후후후(富富富)>입니다. 2003년 품종개발에 나선 이후 15년 만의 결실이지요.”

일본의 북알프스라 불리는 해발 3300m의 다테야마를 배경으로 자리 잡은 도야마현농업연구소에서 만난 고지마 요우이치로 육종과장은 고깔 모양의 유리관을 보여주면서 “여름철 밤 기온 27℃, 낮 기온 4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도 정상적인 수량과 고품질이 가능한 품종”이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7월 하순~8월 중순 이삭이 패고 익을 무렵 이어지는 밤 기온 25℃ 이상의 고온은 조중생종 벼에 큰 위협요인”이라며 “기상이변이 상수인 상황이 됐기에 고온에 강한 벼 개발이 절실했다”고 회상했다.

동남아시아에서 재배되는 장립종 벼는 유전적으로 고온에 잘 견딘다. 하지만 자포니카 계열의 단립종 벼에 이삭이 팰 시기의 고온은 치명적이다. 단립종 벼는 밤낮의 기온차가 커질 때 제대로 여무는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고지마 과장은 “밤 온도가 높으면 낮에 광합성작용을 통해 생성한 영양분이 이삭으로 가지 못해 수량이 크게 줄고 품질도 현저히 떨어진다”면서 “<후후후>는 이런 문제에 철저히 대비한 품종”이라고 소개했다.

 

고온 저항성 벼인 ‘후후후’의 육종 동기와 각종 장점을 설명하는 일본 도야마현농업연구소 고지마 요우이치로 육종과장(오른쪽)과 이케가와 시호 주임연구원.

‘고시히카리’ 최대 단점인 도복 극복

연구소는 품종을 육종할 때 고온에 강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농민들이 선호하는 품종인 <고시히카리>보다 재배가 쉬워야 한다는 것도 조건에 포함시켰다. 따라서 <고시히카리>의 최대 단점인 도복(쓰러짐)현상을 극복하고 병해 저항성도 갖추도록 하는 게 주요 연구과제였다.

그 결과 2013년, 여름철 초고온에서도 정상적인 생육이 가능하고 <고시히카리>보다 초장이 20㎝나 짧아 쓰러지지 않을 뿐 아니라 잎도열병에도 강한 품종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고시히카리> 못지않은 수량과 맛을 유지하는 것은 또 다른 과제였다. 연구소는 이후 3년 동안 약 3000개체로부터 3가지 저항성에 더해 수량과 품질도 뛰어난 계통선발에 힘썼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2016년말 마침내 원했던 품종을 육성해 등록할 수 있었다.

다나카 도시키 도야마현농업연구소 연구원은 “중생종인 <후후후>는 도야마현의 물과 흙, 농민에게 최적화된 품종”이라며 “품질도 <고시히카리> 이상이어서 인기몰이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온에 강하고 밥맛도 뛰어난 ‘후후후’ 품종.


도야마현 최고 브랜드쌀로 육성

<후후후>는 현재 도야마현 벼농가 중심으로 보급 중이다. 연구소는 육묘기의 철저한 온도관리로 병 발생을 억제해 농약 사용을 30% 줄이고, 전용 복합비료를 개발해 시비량도 20%나 절감하는 방안을 확립했다. 또 지역에 맞춘 최적의 이앙시기와 재식밀도, 물관리, 잡초 방제, 수확 및 건조방법 등 구체적인 재배 매뉴얼도 제작해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재배면적이 지난해 518㏊에서 올해 1100㏊로 2배 이상 늘었다.

짧은 기간에 보급이 급속히 확대되면서 <일본농업신문> 등 주요 언론이 주목하는 품종으로도 부상했다. 특히 <고시히카리>보다 높은 값에 거래되다보니 많은 농가가 재배를 원하는 인기 품종으로 떠올랐다. 연구소는 이러한 수요를 반영, 일본농협(JA) 등과 협력해 현(縣) 전체 벼 재배면적 4만㏊ 중 절반을 이 품종으로 채우겠다는 각오다.

고지마 과장은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전망”이라며 “<후후후> 육성과정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이 재배법을 보다 정교하게 하고 소비방안도 마련한다면 <고시히카리>의 아성을 깨는 품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후후후’ 선택모드 탑재한 전기밥솥 출시 적정 물배합 비율·압력…최고 밥맛 구현

 

‘후후후’의 품종선택 모드를 탑재한 파나소닉사 전기밥솥.

연구 착수 3년 만에 실용화 ‘후후후’ 확장의 지렛대 역할
 


<후후후>의 밥맛을 보장하는 전기밥솥이 최근 출시됐다. 일본 도야마현농업연구소는 <후후후>의 품종등록에 앞서 이 품종의 맛과 풍미를 최고로 살릴 수 있는 표준화 방안을 마련한 데 이어 전기밥솥 모드 개발에 착수한 지 3년 만에 실용화라는 성과를 냈다.

연구소는 우선 2016~2017년 2년에 걸쳐 <후후후> 식미 관능검사를 했다. 그 결과 유리당과 유리아미노산 등 주요 성분이 <고시히카리>보다 1.2~1.5배 풍부한 것을 확인했다. 이케가와 시호 도야마현농업연구소 주임연구원은 “이 성분은 밥을 먹을 때 단맛과 풍미를 더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밥맛을 좌우하는 요인은 물배합 비율이다. 물의 양이 밥맛 결정뿐 아니라 밥을 보존하는 데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연구소는 다양한 실험을 통해 <후후후>의 밥맛을 최대한 살리려면 쌀 기준으로 1.4~1.45배의 물을 더하는 게 최적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또 전체적으로 열을 가하는 ‘IH압력 전기밥솥’을 이용하면 밥 짓기 전 쌀을 불리지 않는 게 밥맛을 훨씬 좋게 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케가와 주임연구원은 “물을 이 비율로 넣으면 <후후후> 밥의 차짐 정도가 알맞고, 밥솥에서 20시간 보관해도 맛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연구소는 이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전기밥솥의 품종선택 모드에 <후후후>를 넣고자 나섰다. 그 첫 사례로 대형 메이커인 ‘파나소닉사’와 협력해 이 회사가 6월부터 생산하는 모든 전기밥솥의 품종선택 모드에 <후후후>를 탑재했다. 이케가와 주임연구원은 “<후후후>를 선택할 수 있게 만든 전기밥솥이 시판되면 이 품종을 찾는 소비자들은 더욱 늘 것”이라며 “지역쌀을 넘어 전국적인 브랜드로 도약할 날도 멀지 않았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편 일본에서는 최근 전기밥솥에 품종선택 모드를 탑재하는 게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2013년부터 파나소닉은 물론 조우지루시·히타치·타이거 등 현재 출시되는 주요 브랜드 전기밥솥에는 품종별 모드에 따라 밥을 지을 수 있도록 한 제품들이 선보이고 있다. 일본의 쌀 유통업계는 이같은 흐름이 일본 쌀 소비확대에 큰 도움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도야마=김기홍 기자 sigmaxp@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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