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수무책 인력난에 멍드는 농심 “어쩔 수 없이 불법체류자 고용”

입력 : 2019-06-24 00:00
많은 농민들이 인건비 상승과 근로시간문제 등으로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고 고용이 쉬운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를 농작업에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20일 제주시 한경면의 한 비트밭에서 외국인 근로자 등이 수확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속수무책 인력난에 멍드는 농심 (중)외국인 근로자 고용 부작용

일할 사람 구하기 어렵고 일 더 시켜도 임금부담 적어 농촌현장서 선호현상 고착

“무작정 단속 강화 안될 말”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심각한 농촌은 인력수요의 상당 부분을 외국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내국인 근로자들의 경우 구하기가 쉽지 않고, 이들 또한 힘든 농사일을 기피해서다. 매년 오르는 인건비도 농민들이 외국인 근로자를 찾는 또 다른 이유다. 그렇다고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농민들도 속이 편한 것만은 아니다. 부작용 또한 많기 때문이다. 현장취재를 통해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의 문제점과 불법체류 외국인을 고용할 수밖에 없는 농촌현실을 짚어봤다.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들은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일하지만 임금은 오히려 내국인보다 적게 받습니다. 안 그래도 일할 사람 구하기 힘든데 이런 조건이라면 관심이 갈 수밖에 없죠.” 

제주 서귀포시에서 20여년간 감귤 등을 재배해온 김상민씨(가명)는 부족한 일손을 채우기 위해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를 쓰고 있다.

김씨는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도 우리나라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지만, 농촌현장에선 대부분 근로시간 준수 등에 구애받지 않고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이유로 주변에서 최근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농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지역에서는 건설경기 불황으로 농촌에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불법체류자로 구성된 작업반 사이에서 일거리 수주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김씨는 “일주일에 서너번은 불법체류자 작업반장으로부터 일거리를 찾는 전화가 걸려온다”면서 “서로 경쟁을 하다보니 일당 5만~7만원을 받고 12시간 훌쩍 넘게 일하는 작업반도 수두룩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불법체류자 고용이 증가하면서 합법적으로 일하려는 외국인 및 내국인 근로자를 찾는 수요는 더욱 줄고 있다. 원체 구하기가 힘든 데다 어렵사리 고용해도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이 들어서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되풀이되면서 불법체류자 고용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지역 농협의 한 관계자는 “예년 마늘 수확기 땐 인력중개센터를 통한 유상인력지원 규모가 30명에 달했으나 올해는 10명을 조금 넘는 수준”이라면서 “앞으로 불법체류자 선호현상은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최근 정부의 불법체류자 단속 강화방침에 대해 현장 농민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귀포의 한 하우스감귤 재배농민은 “20여년 전보다 난방비는 최대 10배, 인건비 역시 수배나 뛰었지만 이 기간 동안 농산물가격은 제자리걸음을 했다”면서 “인력난과 생산비 증가 탓에 궁여지책으로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를 쓰고 있는데, 정부가 그저 단속만 강화한다면 큰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익 제주농협지역본부 농촌지원단 기획역은 “당장 불법체류자를 쓰지 않으면 농사를 못 짓는 상황에서 단속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합법적인 외국인 근로자수를 늘리고 내국인 근로자 를 고용할 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서귀포=김재욱 기자 kjw89082@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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