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계절근로자 무단이탈 잦아 영농차질 막대”

입력 : 2019-06-24 00:00
20일 오전 강원 영월군 무릉도원면의 한 농장에서 여성농민이 혼자 토마토를 수확하고 있다. 영월군은 지난해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대거 무단이탈해 법무부로부터 페널티를 받아 올해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아예 배정받지 못했다.

속수무책 인력난에 멍드는 농심 (중)외국인 근로자 고용 부작용

외국인 계절근로자 도망 일쑤 강원 영월서 지난해 27% 이탈

농가들 “물질·정신적 피해 커” 체류기간 3개월 제한 등 문제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심각한 농촌은 인력수요의 상당 부분을 외국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내국인 근로자들의 경우 구하기가 쉽지 않고, 이들 또한 힘든 농사일을 기피해서다. 매년 오르는 인건비도 농민들이 외국인 근로자를 찾는 또 다른 이유다. 그렇다고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농민들도 속이 편한 것만은 아니다. 부작용 또한 많기 때문이다. 현장취재를 통해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의 문제점과 불법체류 외국인을 고용할 수밖에 없는 농촌현실을 짚어봤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배정된 지 한두달 만에 모두 무단이탈하는 바람에 한해 농사를 고스란히 망쳤습니다. 피해를 왜 농가가 다 떠안아야 합니까.”

20일 오전 강원 영월군 무릉도원면. 이곳에서 7934㎡(2400평) 규모로 토마토·오이 등을 재배하는 석진한씨(61)는 “지난해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의 잦은 무단이탈로 감당키 어려운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봤다”고 하소연했다.

석씨는 지난해 5월 3개월짜리 단기취업 비자(C-4)로 국내에 입국한 캄보디아 출신의 근로자 2명을 배정받았다.

그러나 이들 근로자들은 농장에 온 지 두달이 조금 넘자 모두 무단이탈했다. 이들에게 지급한 두달치 급여와 식생활비만 해도 1명당 400만원 가까이 됐다. 일손이 급했던 석씨는 외국인 근로자를 재신청했고, 8월 캄보디아 출신 근로자 2명이 다시 석씨의 농장에 왔다. 하지만 이들 역시 한달여 만에 모두 도망갔다. 결국 석씨는 일부 작물을 제때 수확하지 못해 경제적으로 큰 손해를 보게 됐다.

이같은 피해를 석씨만 본 게 아니다. 영월군의 경우 지난해 외국인 계절근로자 80명을 농가에 투입했는데 이중 22명이 무단이탈했다. 이로 인해 군은 법무부로부터 페널티를 받아 올해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단 한명도 배정받지 못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의 무단이탈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농가들이 지게 된 것이다.

강릉에서 3만3058㎡(1만평)가량 백합을 키우는 최명식씨(64)도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무단이탈로 큰 손해를 본 피해자다. 최씨는 “어느 날 아침 일어났더니 간밤에 외국인 근로자가 짐을 챙겨서 도망가버린 상태였다”며 “백합은 하루에 두번씩 꼭 물을 줘야 하는데 일손부족으로 영농에 차질이 생겨 1억원 가까이 손해를 봤다”고 토로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의 무단이탈은 체류기간이 3개월로 너무 짧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게 농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석씨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한국에서 3개월간 일하면 항공료와 생활비, 브로커 알선비용 등을 제하고 겨우 1개월치 월급(150만원가량)만 남기에 무단이탈의 유혹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불법체류 근로자로 일하다 붙잡혔을 경우 본국으로 추방하는 처벌만 내려지는 것도 무단이탈을 부추기는 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체류기간이 3개월로 제한된 것은 농민들로서도 부담이다. 석씨는 “우리말 가르치고 일 알려주다보면 3개월이 훌쩍 지나고 다른 근로자가 온다”면서 “이 때문에 ‘초보 가르치다 볼일 다 본다’는 말이 농민들 사이에서 푸념처럼 나온다”고 말했다.

영월·강릉=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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