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Zoom 人] 울산 사투리 사전 ‘울산 옛말’ 펴낸 조용하씨 “사투리, 나라에서 무형문화재로 보존을”

입력 : 2019-06-19 00:00

10여년 수집한 울산 사투리 3만2432단어 정리해 의미 표기

표준어 1만7350단어 사투리로 ‘번역’

말엔 지역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문화·역사 고스란히 담겨 있어

더 늦기 전에 더 많은 말 모으고 싶어
 


농촌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농촌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 재미있는 일을 하는 사람, 의미 있는 일을 하는 사람,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사람. 자신이 좋아서, 이웃과 함께하고 싶어서, 지역에 도움이 되고 싶어서 이런 특별한 일을 하는 사람들, 남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이 사람들을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보는 ‘농촌 Zoom(줌) 人(인)’을 마련한다.



“니가 구쿠이까네 내가 그쿠지.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요?”

울산에 사는 조용하씨(78)는 최근 <울산 옛말>이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1940년대 이후 울산 사람들이 쓰던 ‘울산 말’을 모아 정리한, 말하자면 사투리 사전이다. 울산 사투리 3만2432단어를 정리해 그 의미를 표기하고 반대로 표준어 1만7350단어를 사투리로 ‘번역’했다. 사투리는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하고 장음 표시도 해, 나름대로 사전의 형태를 갖췄다. 그런데 조씨가 울산 사투리 사전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 10년 전부터 울산 사투리를 모으기 시작했지요. 옛날에는 사투리를 많이 썼는데 국민(초등)학교 때부터 표준말 교육을 시작하면서 다 없어져 버렸거든. 그게 안타까워서 시작했지. 처음에는 내가 기억하는 사투리를 모두 떠올려서 정리했어요. 한 7000개 정도 되대. 그래 책으로 낸 게 2013년인데 제목이 <니가 구쿠이까네 내가 그쿠지>야.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나도 그렇게 말하지’라는 뜻이에요. 그런데 책을 내고 보니 많이 모자라 보이는 거야. 내가 모르는 울산 사투리도 많을 거고. 이제 우리 세대가 죽고 나면 말이 없어질 거라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본격적으로 사투리를 모으러 다녔지.”

울산 사투리를 기억하고 사용하는 사람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나이 든 사람들이 모이는 오일장을 수소문해 아내와 함께 찾아다녔고 동네 노인정을 돌며 노인들 이야기를 수집했다. 노인들의 이야기 중에 자신이 모르는 말이 나오면 얼른 메모를 하고 뜻을 묻고 그랬다.

“더러 봉변도 당했지. 장에서 사람들이 이야기할 때 사투리가 들리면 휴대전화로 녹음을 했는데, 사람들이 당신 뭐냐고, 뭔데 녹음하느냐고 달려들고 그랬어.”

그렇게 10여년 사투리를 수집한 결과를 정리한 것이 <울산 옛말>이다. 긴 시간 동안 사투리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하다보니 이전에는 잘 몰랐던 것도 알게 되고 새로운 관심도 생겼다. 

“같은 울산이라도 지역에 따라 말이 조금씩 달라요. 제기차기 있지요. 여기 호개 근처에서는 ‘쫀연차기’라고 하는데 울산 저 아래쪽에서는 ‘쫑연차기’라고 하고, 언양 쪽에서는 ‘쫑차기’라고 해요. 재밌지요? 공기놀이 있지요? 그걸 여 울산에서는 살구받기라 그래요.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살구 비슷한 돌멩이로 놀이를 해서 그렇게 부른 게 아닌가 추측도 해보고 그랬어.”

사투리를 모을수록 말에는 그 지역의, 그 지역 사람들의 삶과 문화와 역사가 고스란히 들어 있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그래서 나이 든 세대들이 다 사라지기 전에 더 많은 말을 모아야 한다는 책임감도 생겼다.

“이 일을 20년 전에 시작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커요. 90세 100세 된 어른들은 병들고 아파서 말도 잘못하고 그렇거든. 그래서 요즘에는 나라에서 사투리를 무형문화재로 지정해서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다녀. 꼭 울산 사투리만 말하는 게 아니야. 다른 모든 지역의 사투리를 다 그렇게 찾아내서 보존해야 해.”

조씨는 요즘 울산 사투리를 연구하는 단체를 시작하려고 한다. 조씨의 열정에 동화된 지역 사람들과 지방자치단체가 함께하기로 했다. “힘이 남아 있는 한 울산 사투리를 계속 모아서 정리할 것”이라는 그는 자신이 모은 말들이 이후 사투리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충분한 보답이 된다고 덧붙였다.

울산=이상희 기자 montes@nongmin.com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독자추천광고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