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에 ‘왕겨투입 암거’ 설치…배수 원활해져 생산량 향상

입력 : 2019-06-19 00:00 수정 : 2019-06-19 23:58
일본 이와테현농업연구센터의 야에가시 고우이치 생산시스템연구실장이 암거를 설치해 논콩뿐 아니라 벼 등을 재배하며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한 포장을 보여주고 있다.

창간 55주년 기획-세계 선진농법 현장을 가다 (2)논콩 재배법 체계화한 ‘일본 이와테현’

20여년 전 논 배수대책으로 자동매설 암거배수공법 개발 기존 방식보다 저비용 고효율

친환경재료 ‘왕겨’ 활용 눈길 효과 오래 유지하는 데 ‘한몫’

낮은 이랑 조성·동시 파종으로 수량 제고 위한 기술적 보완도

주요 농기계업체 협력 또한 주효
 


일본 정부는 쌀 수요가 줄어들자 가격지지를 위해 40여년 전부터 논콩 재배를 장려해왔다. 농림수산성의 2017년 통계에 따르면 논콩 재배면적은 약 12만㏊로 전체 콩 재배면적 15만㏊ 가운데 약 80%를 차지한다. 하지만 일본은 논콩 재배여건이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종과 발아기에 찾아오는 장마에다 섬나라의 특성상 생육기 집중호우·태풍 등 자연재해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논콩 재배가 이렇게 늘어난 데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속적인 지원과 기술 개발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지역별로 최적의 배수대책을 세우고 일손을 줄이는 생력화 기술을 개발해 극복한 것이다. 5월말 기자가 찾은 일본 혼슈 북단의 이와테현은 47개 도(都)·도(道)·부(府)·현(県) 가운데 이런 대책을 가장 열심히 추진해 성과를 내는 대표적인 지자체 중 한곳이다.
 


기본에 충실한 일본의 논콩 재배

“땅 위에 규칙적으로 솟은 게 바로 암거의 수위를 조절하는 파이프입니다.”

포장에서 기자를 안내하던 야에가시 고우이치 일본 이와테현농업연구센터 생산시스템연구실장은 나란히 배열된 파이프를 가리키며 말을 이어갔다.

“이 밸브를 열면 물이 빠지고, 잠그면 암거에 물이 저장되는 것이지요.”

“우리 포장은 330만㎡(약 100만평) 규모로 일본의 농업 관련 연구시설 가운데 최대”라는 야에가시 실장의 말에 주변을 둘러봤더니 광활한 들판이 펼쳐져 있었다. 포장 곳곳에 설치된 암거의 수위조절 파이프가 눈에 들어온 것도 이때였다.

암거는 논을 100% 이상 활용하고 일본 정부가 목표로 하는 10a(300평)당 300㎏의 콩 수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더욱이 물빠짐이 좋지 않은 논에서 콩을 재배하려면 암거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는 것이다. 가뭄 등 유사시에 수분을 공급하는 역할도 해 그 가치는 더욱 크단다.

현은 1990년대말부터 해마다 300㏊의 논에 암거 설치를 거의 무상으로 지원했다. 그 결과 배수가 취약했던 6000㏊에 암거를 설치해 논콩뿐 아니라 밀 등 각종 밭작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설치비용을 낮추면서도 배수효과를 높이고자 명거와 다양한 형태의 보조 암거를 설치하는 방안 또한 마련해놓고 있다.

 

일본 이와테현의 한 농민이 낮은 이랑에서 재배하는 논콩의 북주기와 제초작업을 동시에 하고 있다. 사진제공=이와테현농업연구센터

효과 오래 유지하는 최고 소재, 왕겨

오노데라 겐이치 이와테현농업연구센터 논이용연구실장에 따르면 이와테현은 논 배수대책을 위해 20여년 전 독자적인 암거를 개발했다. 이 기술은 땅속에 파이프를 깔고 그 위를 왕겨로 채우면서 흙을 덮는 작업까지 동시에 하는 것이다. 일명 ‘자동매설 암거배수공법’으로 불린다.

이 공법은 견인력이 강한 트랙터나 포클레인 등에 왕겨투입 암거 형성장치를 부착한 뒤 진행한다. 이 장치는 지표 아래 15~60㎝를 폭 10㎝로 일정하게 굴착하면서 지름 5㎝인 유공관을 깔고 왕겨를 채우는 동시에 그 윗부분은 흙으로 덮는 과정을 모두 자동으로 처리한다<단면도 참조>.

암거는 토양특성에 따라 간격을 달리해 배치한다. 보통 물빠짐이 좋지 않은 점질토양에서는 10m 간격으로 배치하고, 일반 흑갈색의 토양에서는 12~13m, 회갈색의 토양에서는 15m 간격으로 설치하는 게 효과적이다. 오노데라 실장은 “이때 물빠짐이 원활하도록 파이프의 기울기는 0.2도 정도로 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설치한 본 암거 사이사이에 수직으로 2m 간격의 보조 암거를 설치하면 효과는 더욱 커진다. 보조 암거는 땅속 15~40㎝에 폭 4㎝의 작은 수로를 만들고 왕겨를 채운 뒤 흙으로 덮는 형태다. 보조 암거에는 파이프를 매설하지 않아도 된다. 오노데라 실장은 “이렇게 하면 본 암거만 설치했을 때보다 2배 이상 배수능력이 향상돼 벼와 콩 등을 윤작할 수 있는 최상의 농경지가 완성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본 암거와 보조 암거의 설치비용은 10a당 250만원 정도다. 이는 폭 20㎝로 배수구를 파고 유공관을 깐 뒤 자갈이나 대나무 등 물빠짐을 촉진하는 소수재를 넣고 흙을 덮어 마무리하는 기존의 방식보다 비용을 3분의 2 이상 낮춘 것이다. 또한 설치기간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작업 후 땅을 고르는 등 별도의 작업도 필요하지 않다.

특히 이 공법에서 활용되는 왕겨는 암거배수를 친환경적으로 설치하는 최선의 방안인 데다 오랫동안 효과를 유지시키는 최고의 소재로 꼽힌다. 오노데라 실장은 “왕겨는 질소 대비 탄소의 비율이 높아 잘 부패하지 않는다”며 “20여년 전 투입한 왕겨가 지금까지도 문제가 없는 것을 보면 그 성능이 매우 뛰어난 것을 알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낮은 이랑 조성과 동시 파종도 비법

물빠짐이 좋지 않은 논에서 콩을 재배할 때 수량을 높이려면 암거 설치에 이어 기술적인 보완도 필요하다. 이런 차원에서 개발된 기술 중 하나가 ‘낮은 이랑 조성 및 동시 파종 기술’이다. 이 기술은 폭 70㎝와 높이 8~10㎝로 이랑을 만드는 동시에 콩을 파종하고 양분도 투입하는 것이다.

낮은 이랑은 폭 140㎝, 높이 20㎝로 만드는 일반적인 이랑의 절반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이 기술 덕분에 파종·시비에 소요되는 시간은 크게 줄고 습해피해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더욱이 이렇게 하면 수확기에는 이랑과 지면 높이가 거의 같아져 콤바인으로 수확할 때도 훨씬 편하단다.

여기서 더 나아가 파종 30일 후 트랙터에 갈퀴식 제초기를 부착한 다음 두차례 잡초 제거와 북주기(제초기로 북주기도 가능)를 한 결과 수량이 10a당 400㎏ 가까이 됐다. 후지타 도모미 이와테현농업연구센터 농업경영연구실 연구원은 “제초와 북주기를 적기에 하면 식물체의 쓰러짐이 현격히 줄고 잡초에 영양분도 빼앗기지 않아 콩 품질이 개선되고 수량도 크게 늘어난다”고 밝혔다.



기업체 협력·참여가 또 다른 경쟁력

일본의 논콩 재배가 확산된 배경에는 기업체의 적극적인 협력과 참여도 주효했다. 기업체들은 명거와 암거를 위한 다양한 기기를 개발해 적기에 공급했다. 또 논콩 파종부터 수확까지 영농단계에 맞춰 손쉽게 쓸 수 있는 다양한 농기계를 개발해 농가들을 적극 지원했다.

특히 정부와 지자체가 맞춤형 기술개발을 통해 전개하는 ‘300A프로젝트(10a당 수량 300㎏ 올리기)’에 구보다·이세키·미쓰비시 등 주요 농기계업체가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업체들은 현재 보급 중인 농기계를 활용, 다수확 기술을 체계화해 유튜브 등으로 최대한 알리고 있다. 최근엔 자율주행시스템·인공지능(AI)·로봇 등 스마트농업 기기를 속속 내놓으며 농민들의 일손부담 경감에 나섰다.

야에가시 실장은 “스마트농업으로의 전환은 젊은층의 농업 참여를 촉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테=김기홍 기자 sigmaxp@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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