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도 부족한데…영농폐비닐 묻거나 태워 처리”

입력 : 2019-06-17 00:00 수정 : 2019-06-17 23:50

<연중기획> ‘영농폐비닐 제로(0)’에 도전한다

1부 선언의 의미 (2)영농폐비닐 방치 이대로는 안된다 (상)현황은

2017년 발생량 31만t 훌쩍 정부 수거량은 20만t 안돼

매년 수만t 논밭에 버려져 민간업체마저 “돈 안돼” 꺼려

고령화·공동집하장 부족 탓도
 


영농폐비닐로 인해 농촌 들녘이 몸살을 앓고 있다. 요즘 논밭 곳곳에서는 농작물을 수확하거나 심느라 분주하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한 영농폐비닐 상당량이 그대로 방치돼 농촌환경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일부 농가에서는 처리가 곤란한 영농폐비닐을 땅에 묻거나 소각하고 있는 실정이다.



◆매년 방치되는 영농폐비닐만 수만t=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영농폐비닐(비닐하우스용·멀칭용 등) 발생량은 31만4475t이다. 하지만 정부 수거(재활용)량은 19만8576t에 불과하다. 민간 재활용업자가 자체 구입하는 영농폐비닐이 연간 6만~7만t가량 되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5만~6만t이 수거되지 않고 논밭 등에 방치되는 셈이다.

이는 2017년에만 국한된 사례는 아니다. 매년 비슷한 양의 영농폐비닐이 농촌 곳곳에 버려지고 있다. 2011년부터 5년간 한해 평균 33만t정도의 영농폐비닐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수거된 양은 25만4000t(민간 자발적 수거량 포함)에 머물러 매년 평균 7만6000t가량이 논밭에 버려졌다. 5년간 수거되지 않고 방치된 영농폐비닐의 양만 38만t에 달한다.

방치된 영농폐비닐은 농촌환경 훼손은 물론 추가 폐해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농가들이 방치된 영농폐비닐을 불법 매립·소각해 토양오염은 물론 산불 발생의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거보상금도 제각각=지방자치단체들은 자체 재원으로 영농폐비닐 수거보상비를 지원하고 있다. 농가 등이 영농폐비닐을 공동집하장 등에 쌓아두면 민간 수거사업자가 이를 수거해 한국환경공단 수거사업소로 운반한다. 이때 농가에 지급하는 수거보상금은 1㎏당 50원에서 330원까지 차이가 난다.

1㎏당 30원을 지원하던 정부지원금은 2010년 이후 10원으로 낮아졌다. 이에 지자체의 부담이 커지면서 영농폐비닐 수거율이 크게 떨어졌다.

충북 보은에서 고추농사를 짓는 김모씨(76)는 “폐비닐을 수거해 집하장에 가져다주면 보상금을 받긴 하는데, 돈도 얼마 안되고 일손도 부족하다보니 밭 한편에서 그냥 흙으로 덮거나 일부는 태워서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 재활용업체들도 영농폐비닐 수거를 꺼리고 있다. 고비용 저효율이란 인식이 강해서다. 특히 멀칭재배에 사용됐던 폐비닐은 흙 등의 이물질이 그대로 묻어 있어 재활용을 어렵게 하고 있다. 충북지역 재활용업체인 개미상사의 홍왕석 대표는 “영농폐비닐에는 이물질도 많고 고철이나 골판지 상자에 비해 판매단가가 낮아 수거 대상에서 아예 빼버렸다”면서 “10원 단위로 경쟁하는 재활용업체의 여건상 영농폐비닐을 우선적으로 수거하기는 힘든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부족한 공동집하장과 고령화도 걸림돌=영농폐비닐을 마을 내 공동집하장으로 옮기는 일도 쉽지 않다. 고령화가 심각한 농촌마을 특성상 70·80대의 농가들이 번거롭게 영농폐비닐을 수거하기보다는 매립하거나 소각하는 일을 선호하고 있어서다. 실제 마을단위로 청년회 구성 등이 잘된 곳은 집하장을 설치해 영농폐비닐을 100% 가까이 수거하고 있다. 하지만 고령화 등으로 이같은 조직이 활성화되지 못한 곳은 농가 개인이 알아서 영농폐비닐을 처리하고 있다.

영농폐비닐 등을 한곳에 모아두는 마을공동집하장이 크게 부족한 것도 영농폐비닐 방치의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마을공동집하장은 6839개로, 환경부가 제시한 적정 개수인 1만87개엔 한참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김정호 환경농업연구원장은 “고령농민들이 많은 농촌에서는 영농폐비닐을 모으는 작업조차 녹록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먼저 수거보상금 현실화나 공동집하장 설치확대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호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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