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업체 임금인상 담합 ‘일쑤’ 초보·고령자 보내고 ‘나 몰라라’

입력 : 2019-06-14 00:00 수정 : 2019-06-15 23:21

속수무책 인력난에 멍드는 농심 (상)인력중개업소의 갑질

지난해 최저임금 급등 이후 일제히 일당 높여달라 요구

기술력·나이 등 상관없이 인력수만 맞춰 보내주기도

정부·지자체, 적극 감독해야



영농철을 맞아 지금 농촌은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만큼 절대적으로 일손이 부족하다. 특히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력난이 심화되면서 인력중개업소의 횡포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런데도 사람 구하기가 힘든 농민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할 뿐이다. 이에 <농민신문>은 3회에 걸쳐 인력난으로 고통받는 농촌현장을 점검해보고자 한다.



“인력중개업소가 ‘갑 중의 갑’입니다. 일손을 구하기 힘드니 임금을 달라는 대로 줘야 합니다.”

경기 연천과 충북 괴산에서 유기농으로 밤농사를 짓고 있는 김양원씨(67)는 농원에서 일할 인력을 부를 때마다 분통이 터진다. 김씨는 “최저임금 급등 이후 인력중개업소들이 담합해 지난해부터 일제히 임금을 전년보다 10~20% 올렸다”면서 “농사를 그만둘 수 없어 그들의 요구에 묵묵히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작업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식사와 새참비용을 제외하고 외국인 남자의 경우 연천에서는 하루 9만원, 괴산에서는 11만원을 주고 있다. 인력난으로 국내 근로자는 전혀 쓸 수 없다.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높은 일당을 주는 것은 최저임금제도가 똑같이 적용되고 있어서다.

김씨는 유기농으로 밤을 생산하다보니 제초작업 등에 많은 인력이 필요해 생산비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인건비 부담 때문에 결국 괴산에 있는 농장에서는 얼마 전 유기농을 포기했다. 김씨는 “농장 주변 5~6곳의 인력중개업소가 임금을 함께 올려 받은 것에 대해 군청 지역경제과에 행정지도를 요청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농가들은 인력중개업소를 통해 공급받은 인력들에게 예전처럼 일을 시키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 포천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김기영씨(62)는 “최근에는 작업시간이 조금만 길어지거나 힘든 일을 시키면 추가로 임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말했다.

강원 춘천에서 6만6116㎡(2만평) 규모로 방울토마토·호박·감자 등을 재배하는 김미영씨(52)는 ‘인력중개업소’ 얘기를 꺼내자마자 손사래부터 쳤다.

김씨는 “내가 필요한 사람을 보내줘야 하는데 인력중개업소에선 그냥 숫자만 맞춰 보내준다”면서 “지난해에는 기술이 전무하거나 고령의 어르신을 보내줘 감자농사를 망쳤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남 창녕에서 1만4876㎡(4500평) 규모로 마늘농사를 짓고 있는 이재영씨(55)도 최근 황당한 일을 당했다.

마늘 수확이 급해 주말에 인력중개업소에 연락해서 인부 10명만 구해달라고 요청했더니 국내에 교환학생으로 온 베트남 대학생들을 보낸 것이다. 더군다나 학생들은 작업복이 아닌 일상복을 입고 왔고, 장갑·방석 등 농사에 필요한 장비는 하나도 갖추지 않았다.

이씨는 곧바로 해당 인력중개업소에 항의했지만 “‘주말이라 사람을 못 구해 그렇다. 잘 가르쳐서 일을 시키라’는 말만 들었다”며 억울해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농가들은 “농촌에서 사람 구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면서 인력중개업소의 갑질도 더욱 심해지고 있다”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감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인건비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선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천·포천=김은암, 춘천=김윤호, 창녕=김도웅 기자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독자추천광고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