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금융 먼저 도입…예수금 실적 우수해 자립조합에 뽑혀”

입력 : 2019-06-10 00:00

[상호금융 50년 산증인을 찾아] 김수호 경북 성주 초전농협 초대 조합장

다양한 예금·대출 상품 취급

다른 지역 농민들까지 찾아와 신용 따져 대출해줘 연체도 줄여

“규모화 통해 농협 경쟁력 높여야”
 


50여년 전 그땐 그랬다. 가난한 농민들은 돈을 빌릴 데가 없었다. 부자들이 놀리는 사채는 쌀 한말에 한말을 더 얹어줘야 할 정도로 고리(高利)라 엄두를 내지 못했다. 마을마다 있는 이동조합에서는 조합장이 군조합에서 받아온 농사자금을 나눠줬는데, 대부분 조합장 마음대로였다. 그러다 이동조합이 단위농협으로 바뀌고 상호금융이라는 새로운 금융업무를 취급하자 농민들은 농협으로 몰려들었다.

“아들 등록금을 못 구해 애를 먹던 농민이 농협에서 돈을 저리로 빌린 뒤 고맙다면서 찾아오곤 했어요. 달걀 꾸러미나 닭 한마리를 들고 오기도 했지요.”

5월의 마지막날, 경북 성주 초전농협(조합장 송준국)에서 만난 김수호 전 초전농협 조합장(87)은 이동조합 설립부터 상호금융 도입 이후까지 쉬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는 1958년부터 11년간 칠선동이동조합의 조합장을 하다가 초전면 지역 내 11개 이동조합이 합병하면서 1969년 설립된 초전단위농협의 1~3대 조합장을 지냈다. 초전농협은 상호금융을 가장 먼저 도입한 150개 시범농협 가운데 하나다.

상호금융 예수금 실적이 우수해 자립조합으로 선정된 당시의 칠선동이동조합 모습.

그는 특히 이동조합의 신용사업과 단위농협에서 취급한 상호금융은 차이가 컸다고 강조했다. 이동조합은 자금이 적고 금리가 높았지만, 상호금융은 중앙회의 지원으로 금리가 낮고 자금도 여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농협 상호금융에 따르면 상호금융 도입 당시 대출금리는 평균 연 28%였다.

상호금융을 처음 시작할 땐 직원 한명이 예금·대부·출납을 모두 담당했다. 이동조합 때와 달리 다양한 예금·대출 상품을 취급하면서 다른 지역에서까지 예금이나 대출을 하러 찾아왔다.

“성주군조합에서 쓰던 중고 금고를 사고, 금고를 보호하는 철문을 45만원에 구한 기억이 납니다. 직원들은 복식부기를 배우며 휴일도 없이 일했어요. 출자금과 이용도·신용을 따져 체계적으로 대출을 해주니 고객들이 믿고 찾아왔고 연체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초전농협이 한발 먼저 상호금융을 취급할 수 있었던 것은 초전농협의 전신인 칠선동이동조합이 다른 이동조합들과 달리 탄탄하게 운영된 덕분이다. 대구에서 대학을 다니다 고향으로 돌아와 축산업을 하던 그는 170여명의 조합원을 모아 칠선동이동조합을 세웠다. 도정공장·구판장·기와공장 등의 사업으로 규모를 키웠고, 1964년엔 전국이동조합업적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우수사례로 알려지면서 군조합의 추천을 받아 상호금융 도입과 합병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게 된 것이다. 또 김 전 조합장은 전국단위조합협의회 회장을 맡는가 하면 1973년엔 대통령으로부터 국민훈장 석류장도 받았다.

합병의 효과는 실적으로 나타났다. 초전농협의 예수금은 설립 당시 400만원에서 1975년엔 2억1300만원으로 증가했고, 조합원수는 1200여명에서 1700여명으로 늘었다. 1973년엔 예수금 실적이 손익분기 취급액(3000만원) 이상인 곳에 대해 중앙회가 지정하는 ‘자립조합’으로 선정됐다. 현재 초전농협의 예수금은 1000억원이 넘는다.

구순을 앞둔 나이에도 2만4750㎡(약 7500평)에 농사를 짓는 김 전 조합장의 바람은 농협이 규모화를 통해 경쟁력을 더욱 높이는 것이다.

“규모화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합병과 자금융통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상호금융이 토대가 돼야 하며, 농촌농협과 도시농협간 자금융통도 필요합니다.”

성주=김봉아 기자 bong@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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