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협 하나로마트, 간판 같은데 값·품질 달라 신뢰도 ‘삐끗’

입력 : 2019-06-05 00:00 수정 : 2019-06-07 23:52

농·축협 하나로마트 ‘농산물 구매체계’ 이젠 하나로! (상)구입경로 제각각

일반 상인 물량 비중 약 25% 체인본부 통합구매율은 역행

시장경쟁력 확보 저해 요인 농산물 제값 받기에 악영향
 


첫선을 보인 지 내년이면 딱 50년이 되는 지역 농·축협 하나로마트는 이제 농민은 물론 도시민들에게도 없어서는 안될 탄탄한 소매 유통망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곳에서 판매하는 농산물의 구매체계가 복잡하고 덜 근대적이다보니 시장경쟁력을 스스로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개선하지 않고선 ‘농산물 제값 받기’라는 농협 경제사업의 절박한 과제를 결코 해결하지 못할 것이란 비판도 있다. 지역 농·축협 하나로마트 농산물 구매체계의 문제점과 대안을 2회에 걸쳐 짚어본다.



“Each(개별)!”

1990년대 국내 유통시장이 외국에 개방됐을 때 이야기다. 당시 국내 진출을 검토하던 모 글로벌 유통업체가 전국에 그물망처럼 뻗어 있는 농협 판매장을 두려워했지만 실태조사 후 시장 진출을 결정하면서 내뱉은 말이다.

농협안성농식품물류센터 건립 작업이 한창일 때인 2013년의 ‘산토끼 집토끼론’도 있다. 산토끼 잡는 것 못지않게 집토끼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농협이 농협안성물류센터를 통해 판매사업 경쟁력을 정말로 강화하고자 한다면 대형 유통업체나 식자재업체 등 외부 판매도 신경써야 하겠지만, 지역 농·축협 하나로마트 등 내부 수요처를 먼저 공략하는 것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농협을 향한 이 오래된 빈정거림(?)과 지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역 농·축협이 운영하는 하나로마트 농산물 구매체계를 보면 특히 그렇다. 농·축협별로 농산물 구입경로가 제각각인 탓에 ‘농산물 제값 받기’를 향한 시너지(동반상승) 효과를 발휘하기 힘든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농민신문>이 농협하나로유통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역 농·축협 하나로마트의 계통구매 실적은 4월 현재 75.4%에 그친다. 그나마 1년 전(73.6%)보다는 조금 나아졌지만, 비계통구매 즉 일반 상인으로부터 사들이는 물량이 전체의 4분의 1에 달한다. 국내 최대 농산물 전문매장을 지향하는 농·축협 하나로마트로선 부끄러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계통구매 실태도 들여다보면 답답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농협하나로유통은 지난해 4월 농산물 구매조직인 농협경제지주 청과사업단을 이관받아 농산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그동안 생활물자(가공 생필품)만을 지역 농·축협 하나로마트에 계통공급해오던 농협하나로유통이 농산물로까지 취급품목을 넓혀 보다 현대화한 체인본부(구매본부)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성적표는 초라하다. 통합구매 비중은 지난해 9.4%에서 올 4월 8.6%로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물론 농·축협 공판장으로부터 직접 구매하는 일이 많아지고 하나로마트 내 로컬푸드직매장 신설이 늘어나는 등 여건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쪼그라든 실적은 야심차게 추진했던 조직 개편을 무색하게 한다.

사실 지역 농·축협은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별도 법인이다. 따라서 농산물을 독자적으로 구매한다고 해도 강제할 사항이 없다. 또 농산물 개별구매는 해당 지역농산물을 보다 원활하게 처리한다는 점에서 장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급변하는 유통환경 속에서 지역 농·축협 하나로마트의 농산물 개별구매는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게 유통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대표적인 것이 취급품목의 일관성 결여다. 이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의 경우 서울에서나 제주에서나 취급 농산물의 품질·규격·가격이 동일하다. 하지만 지역 농·축협 하나로마트는 들쭉날쭉하다. 온라인으로 가격·규격 등을 실시간 검색해 구입을 결정하는 까다로운 요즘 소비자들에겐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일이다.

‘농산물 제값 받기’도 요원하다. 경기권의 한 지역농협 하나로마트 관계자는 “일반 상인으로부터 사들이거나 공판장 중도매인과 거래할 경우 전화 한통만 하면 언제라도 상품을 갖다줘 편리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론 재고관리 등 상품관리 능력을 상실하게 되고 가격결정에서도 휘둘리게 돼 농민을 염두에 두지 않은 단순 판매장으로 전락한다”고 말했다. 연간 농산물 공급액 1조3600억원에 달하는 거대 소매 유통망인 농·축협 하나로마트의 구매체계 개편이 절실한 이유다.

김소영 기자 spur222@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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